싱가포르 마지막 OSAT에서 중국 기업으로
UTAC Holdings Ltd(联合科技)
설립일 : 1997년
종업원 : 10,101명(2019년 12월 말 기준)
홈페이지 : https://www.utacgroup.com/
2020년 8월 12일, 글로벌 10위(2019년 기준) OSAT인 UTAC(United Test and Assembly Center Ltd-联合科技)은 성명을 내어 2023년 만기도래 채권 6억 6천5백만 달러를 상환하는 조건으로 회사의 소유권이 중국 사모펀드인 Wiseroad Capital로 이전됐음을 공식화했다. 이로써 2015년 중국 JCET의 StatChipPAC 인수 이후, 5년 만에 싱가포르를 기반으로 한 거대 OSAT가 또다시 중국으로 인수되었다. 2000년대 싱가포르 OSAT인 StatsChipPAC과 호각을 다투며 싱가포르의 반도체 패키징, 테스트 산업을 이끌던 UTAC은 어떻게 부채를 상환해주는 조건으로 중국의 사모펀드에 매각되었을까? UTAC의 성장 과정을 되짚어 보며 반도체 패키징 & 테스트 업계의 냉혹한 현실과 함께 Wafer 선단 공정과 보조를 맞춰 성장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설명하고자 한다.
UTAC은 싱가포르 사업가인 Inderjit Singh(現Solstar International, Infiniti Solutions, Tri Star Electronics 회장)에 의해 1997년 싱가포르에서 설립되었다. 1998년 DRAM의 Turnkey(일괄수주) 패키징, 테스트를 시작으로 반도체 패키징 위탁 업계에 등장했다. 1999년 반도체 경쟁력 약화로 반도체 사업 비중을 줄이고 있던 Fujitsu 그룹 산하 Fujitsu Microelectronics Aaia Pte. 의 싱가포르 테스트 공장을 인수하며 몸집을 불리기 시작했다. 2001년 닷컴 버블 붕괴 충격이 가시며 반도체 시장이 안정화되자 반도체 패키징 & 테스트 위탁업체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이때 UTAC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아 시장 가치 20억 달러에 이르는 유니콘 기업으로 평가받았다. 2003년 UTAC은 투자금을 활용하여 중국 상하이(上海) 자유 무역 지대(Shanghai Free Trade Zone)에 지분율 100%의 외자 투자 기업을 설립함으로써 중국 시장 진입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했다.
2004년 UTAC은 싱가포르 증시 상장에 성공하며 두둑한 실탄을 확보했다. 2005년 UTAC은 대만의 테스트 전문업체인 ULTRATERA CORPORATION(UTL)을 주식 교환 방식으로 100% 자회사로 편입했다. 이를 통해 UTAC은 대만 메모리 반도체 테스트 시장에 진입했으며, 글로벌 5위 테스트 업체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같은 해 중국의 Foundry 업체인 SMIC와 협업하여 중국 청두(成都)에 패키징 & 테스트 공장을 설립했다.(SMIC 51백만 달러-지분율 51%, UTAC 30백만 달러-지분율 30%, 재무투자자 및 직원 19백만 달러-지분율 19%)
UTAC은 SMIC와 협업을 통해 메모리와 Logic 반도체에 편중된 중국 상하이 공장의 사업 영역을 더욱 다양화하기를 원했다. UTAC은 청두 공장 건설을 공식화하면서 중국의 9개 Fabless 업체들과 반도체 공동 개발 협약을 맺었다. 이들 Fabless 9개社는 2003년 설립된 중국 반도체 칩 연합의 핵심 멤버들로서 유수의 대학교와 정부의 지원을 받는 업체들이었다. 이들과의 협업을 통해 UTAC은 중국 Fabless에서 SMIC를 거쳐 UTAC(Shanghai & Chengdu)으로 이어지는 반도체 생산 루트를 구축하여 중국 시장에서의 입지를 확고히 하고자 했다. 또한 한국의 nepes와 합작하여 싱가포르 최초 12인치 Bumping 라인 투자를 확정했다.(UTAC 500만 달러, nepes 1,000만 달러, 대출 1,500만 달러)
2006년 UTAC은 메모리 비중이 높은 사업 영역의 Risk 분산을 위해 태국에 위치한 아날로그 반도체 전문 패키징 업체인 NS Electronics Bangkok(1993년 설립)을 1억 75백만 달러에 인수했다. 세계 최대 아날로그 반도체 패키징 공장을 인수함으로써 UTAC은 차량용 반도체 패키징 강자로 부상한다. 2007년 아날로그 반도체 패키징 분야의 경쟁업체인 Amkor와 QFN Package에 대한 교차 라이센싱을 통해 후발 주자의 시장 진입을 저지했다. 이때의 UTAC은 거칠 것이 없는 최고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었다.
* 아날로그 반도체 : 빛·소리·압력·온도·습도 등 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로 전환하거나 반대로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 신호로 바꿔주는 집적회로(IC)
2007년 6월 UTAC은 미국 국적의 Affinity Equity Partners (“Affinity”)와 TPG Capital (“TPG”)의 특수목적 회사 "Global A&T Electronics”에 의해 피인수되었다. Global A&T는 프리미엄을 포함하여 SGD 22억 달러(USD 16억 달러)를 차입 매수(Leveraged Buyout: LBO)를 통해 지불했다. UTAC은 싱가포르 주식시장에서 상장 폐지되어 Global A&T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되었다. 당시 지분 매입 대금 중 약 USD 14억 달러가 차입금으로 충당된 高레버리지 투자였지만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부동산과 주식 가치가 급등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거래 체결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Global A&T가 UTAC을 인수한 2007년 하반기, 미국발 부동산 부실이 도화선이 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신용 경색이 발생했다. 2008년 미국의 초대형 투자은행인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하면서 전 세계는 금융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에 대한 여파로 전자산업이 역성장하고 위기를 버틸 체력이 없던 업체들은 속절없이 무너졌다.
UTAC의 모회사인 Global A&T 역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울며 겨자 먹기로 차입금에 대한 막대한 이자를 감당하면서 생존을 위한 경쟁을 위해 투자를 지속해야 했다. 이때부터 UTAC의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었다.
OSAT업체는 기존 고객사를 유지하면서 신규 고객사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생산시설 개보수와 확충이 필요하다. 급박한 상황에 몰린 UTAC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2008년 당시 하이닉스가 중국 우시에 반도체 패키징 공장의 건설을 위한 파트너를 찾고 있을 때, UTAC 역시 입찰에 참여했었다. 메모리 반도체 패키징 비중이 높던 UTAC이었기 때문에 하이닉스는 매력적인 고객사였다. 공격적인 전략으로 입찰에 참여했으나 우시 정부가 투자한 Taiji Industry에 고배를 마시며, UTAC은 다른 방안을 모색해야 했다.
2010년 UTAC은 Lead Frame base Wire Bonding 패키지 기술과 생산 능력 확보를 위해 홍콩을 기반으로 한 ASAT holdings와 연결 자회사인 ASAT Dongguan(东莞) 공장을 45백만 달러에 인수했다. 또한 중국 쑤조우에 위치한 EEMS의 메모리 반도체 패키징 공장(現Taiji Semiconductor)까지 인수를 추진했으나 실제 인수로 이어지지 못했다.
금융위기의 충격에서 벗어난 반도체 시황을 바탕으로 Global A&T는 UTAC의 싱가포르 증권시장 재상장을 통해 SDG 6억 달러(USD 4억 달러)를 조달하고자 했다. 하지만 싱가포르 증권거래소는 현저한 시황 변동을 이유로 UTAC의 재상장을 불허했다. 이제 UTAC은 독자 생존을 모색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리게 됐다. 2011~2012년 사이에 메모리 반도체의 공급 과잉과 2013년 이후 원청업체들의 외주 물량 회수 여파로 UTAC의 메모리 반도체 패키징 & 테스트 부분의 성장세가 꺾이기 시작했다. 다양한 지역에서 생산 공장을 운영하던 UTAC으로서는 운영 효율성 제고를 위해 중요도가 낮은 공장부터 정리하기 시작했다.
2013년 UTAC은 SMIC와 공동 투자를 통해 설립한 UTAC 청두의 공장을 포기하고 미국 Texas Instrument에 매각했다.(現TI Chengdu) 2014년에는 한국의 nepes와 함께 보유 중이던 싱가포르 Bumping 공장도 PTI로 매각했다..
재정적으로 급박한 상황에서도 UTAC은 규모의 경제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파나소닉의 동남아 반도체 패키징 & 테스트 공장 3곳(싱가포르 & 말레이시아 & 인도네시아)을 매입했다. 양사 합의에 의해 거래 규모는 외부로 공개되지 않았으나 매입 금액은 5~6천만 달러 전후로 예상된다. 파나소닉의 공장을 인수하면서 자동차용 반도체 영역에서의 시장 점유율 상승과 함께 일본 고객사의 비중을 확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파나소닉 공장 인수를 기점으로 UTAC의 부채비율이 400%를 넘어서며 UTAC의 앞날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었다.
2015년 Global A&T는 Exit를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나스닥 상장을 추진했다. 회사 지배 구조를 변경하여 UTAC과 Global A&T를 자회사로 둔 UTAC Holdings를 설립했다. 2015년 7월 Global A&T는 미국 증권거래소에 UTAC Holdings 주식 공개 신청서를 제출했으나 예비심사 기간 중 나스닥 상장을 돌연 철회했다. 10년 가까이 상환했음에도 까마득히 남은 차입금이 발목을 잡는 데다 Global A&T의 모회사인 “Affinity”와 "TPG Capital"에 자금을 빌려준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UTAC의 가치와 시장에서의 UTAC이 받는 평가 가치 간의 괴리가 컸기 때문이다. "쩐주(錢主)" 입장에서는 그동안 날린 기회비용에 비해 턱없이 낮은 시장가치로 인해 상장을 포기한 것으로 생각된다.
2017년 체력이 고갈된 UTAC은 중국 상하이 공장의 폐쇄를 결정했다. 이미 청두 공장을 매각한 UTAC에게 중국 반도체 패키징 산업의 격렬한 경쟁은 넘을 수 없는 거대한 벽으로 다가왔다. 중국의 거대 OSAT들과 대만의 ASE Holdings, SPIL이 중국 시장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는 것을 지켜보던 UTAC 이사회는 더 이상의 경쟁은 무의미함을 깨닫고 14년간 운영해 왔던 상하이 공장을 폐쇄할 수밖에 없었다. 부채 비율이 1,200%에 육박하던 2017년 12월, 마침내 Global A&T가 파산보호 신청을 냈다. UTAC의 연쇄 도산을 막기 위해 급하게 수혈된 운영자금과 업황 개선으로 인한 이익이 더해지면서 UTAC은 2018년 말 부채비율을 124%까지 낮출 수 있었다. 이제 정말 벼랑 끝에 선 UTAC의 이사회는 매각주관사를 선정하고 회사 매각을 추진할 수밖에 없었다.
2020년 1월, 반도체 관련 언론사를 통해 중국의 사모펀드인 Wiseroad Capital이 UTAC과 인수협상을 진행 중이며, 매각이 유력하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렇게 2020년 8월 Wiseroad가 2023년 만기 도래 채권을 상환하며 UTAC은 Wiseroad Capital 산하로 편입됐다. 2015년 JCET의 StatsChipPAC M&A와 같이 대만 기업 인수합병법을 회피하기 위해 대만에 위치한 UTAC Taiwan을 계열 분리하여 대만 업체(Sigurd)에 매각 후, 非Taiwan Site에 대해서만 인수작업을 진행했다.
UTAC 인수 3개월 후, Wiseroad Capital은 중국 옌타이시와 공동 출자하여 UTAC Yantai 공장을 착공했다. 공장부지 선정부터 투자규모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된 것을 보면 Wiseroad, 그 배후에 있는 중국 정부의 자동차용 반도체에 대한 기대감을 엿볼 수 있다. 2021년 1월 UTAC은 PTI로 매각했던 Sigapore Bumping 공장을 재매입하여 인근에 위치한 패키징 공장과의 시너지를 높였다.
UTAC의 발전 과정을 보면 ASE Holdings, AMKOR의 발전 방향과 별반 차이가 없다. 경쟁사를 인수하고 기술적 우위에 서기 위한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하지만 1st Tier 업체들과의 격차는 시간이 갈수록 벌어졌으며 Wiseroad Capital의 지원이 아니었다면 몇 년 이내 재정적 압박을 다시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무슨 차이가 이들 업체 간의 미래를 갈랐을까?
UTAC의 가장 큰 패착은 수직적 기술 통합이 아닌 수평적 기술 통합에 있다고 본다. UTAC이 만일 선단 패키징(Wafer Level Packaging 등)에 대한 조금 더 과감한 투자를 집행했거나 선단 패키징 관련 고객사를 확보했었다면 UTAC의 미래는 달라졌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UTAC은 자신이 가진 Lead Frame base 패키징 기술과 유사한 기술을 가진 업체들을 인수함으로써 난관을 돌파하고자 했다.
UTAC이 설립 이후, 인수했던 업체들 Fujitsu Microelcectonics, Ultra Tera, NS Electronics, ASAT, Panasonic, PTI Singapore(Bumping)을 보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본 역량을 뛰어넘는 미래 기술을 가진 업체를 인수한 사례가 없다. 일례로 2021년 TSMC의 매출액 중 절반이 5nm 이하 최선단 공정에서 발생했다. UTAC이 더 넓은 공장에서 더 많은 인원을 투입하여 더 많은 수량의 반도체를 패키징하고 테스트했지만 그 반도체가 가진 부가가치가 낮다 보니 비록 적은 수량이지만 최선단 패키징 공정이 적용된 반도체를 생산하는 ASE Holdings, AMKOR 등에 밀릴 수밖에 없었다. 또한 UTAC이 ASE Holdings, AMKOR와 더불어 3대 자동차용 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로 불리지만 이 역시 규모의 경제에 따른 타이틀이지 수익이 높다는 의미는 아니다. UTAC의 대부분의 고객사들이 Multi Vendor 정책으로 패키징 위탁업체들을 운영하는 만큼 결국에는 물량 확보를 위해서 저가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 고부가가치 사업 비중이 낮은 상황에서의 저가 경쟁은 UTAC의 성장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었다.
2020년 COVID-19로 촉발된 자동차용 반도체의 수급 이슈로 인해 자동차용 반도체 패키징 비용 역시 수직 상승했다. 이는 UTAC의 2021년 매출액 증가와 수익 개선에 분명 도움이 됐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없는 한, UTAC의 사업 영역은 Lead Frame base의 고신뢰성 반도체에 편중될 수밖에 없다.
Global A&T 통제 하에서 파란만장한 시간을 보낸 UTAC은 Wiseroad Capital의 관리 하에 구조조정을 진행 중에 있다. 해외 거점 중, 일부 Site의 생산물량이 중국으로 이관되어 중국 내 반도체 생산 비중을 높이는 한편, 신규로 준공되는 옌타이 공장이 향후 중국 자동차용 반도체 패키징, 테스트의 거점이 될 것이다. 구조조정이 끝나는 시기에 맞춰 Wiseroad Capital에서는 UTAC을 매각할 업체를 저울질할 터인데, 개인적으로는 중국의 인피니언이라 불리는 CR MICRO를 가장 유력한 후보로 보고 있다. 2021년 종가 기준 시가총액 15조 원에 이르는 CR MICRO는 중국에서 흔치 않은 IDM(종합 반도체 회사)으로서 자동차용 반도체 생산을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다. UTAC의 자동차용 반도체 기술과 해외 거점은 분명 CR MICRO 사업 확장 방향과 맞아떨어지며 시너지를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Wiseroad Capital이 보유한 ATX Semiconductor(舊ASE Holdings 중국 생산공장)의 Suzhou site(자동차용 반도체 생산)도 일괄 매각될 가능성이 높다. 구조조정이 완료된 UTAC의 새로운 주인이 누가 될지 아직은 베일에 가려져 있지만 중국 정부에서 자동차용 반도체를 주목하고 있는 만큼 UTAC을 인수하기 위한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생각된다.
Wise Road Capital(智路资本)
http://en.wiseroadcapit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