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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dward Choi Feb 24. 2022

13. 반도체 패키징의 미래 그리고 OSAT

메모리 반도체를 넘어 시스템 반도체로 

 1947년 트랜지스터(반도체 소자) 개발 이후, 반도체 산업은 Wafer위에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집적하여 성능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기술의 발전으로 회로를 미세화하고 더 작은 크기의 트랜지스터를 집적할 수 있게 되면서 반도체의 성능 향상과 함께 소비전력과 크기를 줄여 갈 수 있었다. 트랜지스터의 집적화 향상을 위해 반도체 산업의 역량은 미세 패턴을 형성하여 트랜지스터를 집적하는 전공정(Front-End Process)에 집중되었다. 하지만 패턴이 미세화될수록 물리적 한계로 인해 미세화를 위해 소요되는 비용은 가파르게 증가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산업 트렌드가 원하는 반도체 집적도를 Wafer 가공이 아닌 패키징 공정(Back-End Process)의 신공법을 통해 향상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들이 개발되면서 반도체 산업 비주류였던 패키징 공정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패키징의 중요설이 날로 커져가는 현재에도 일부에서는 반도체 패키징 기술을 전공정의 Wafer 가공기술과 비교하며 기술적 난이도를 폄훼하기도 한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반도체 산업의 발전은 대규모 설비 투자를 기반으로 한 미세화 공정을 통해 이루어졌기 때문에 전공정만으로도 당면한 이슈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전공정 우선주의 혹은 전공정 만능주의가 팽배할 경우, 다양한 분야의 협업이 필요한 현재의 반도체 산업 특성상, 균형적인 발전이나 기술의 진보를 기대하기 어렵다. 2000년대 메모리 반도체 업계를 평정한 우리나라의 반도체 업체들이 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로 눈을 돌린 2010년 무렵에도 패키징은 전공정에 비해 중요도와 투자 순위에서 밀려나 있었다. 이와 같이 반도체 패키징에 대한 낮은 관심은 기술을 축적하는데 긴 시간이 필요한 반도체 업계 특성과 맞물리면서 2010년대 중후반부터 해외업체, 특히 고도화된 패키징 기술을 가지고 있는 업체들과의 기술 격차로 이어졌다. 


 현재 반도체 산업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대만의 TSMC는 2000년대만 해도 국내 반도체 업체들에 비해 한 수 아래의 업체로 여겨졌다. 그러나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촉발된 시스템 반도체의 성장 모멘텀은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 강력한 반도체 성능을 요구했다. 이런 전자산업의 기류 변화는 TSMC가 영위하는 Foundry라는 Wafer 가공 위탁 업의 특수성과 더불어 2.5D Silicon interposer & InFO(Integrated Fan-Out)와 같은 첨단 패키징 기술이 융합되면서 TSMC를 2022년 세계에서 가장 시가총액이 높은 반도체 업체이자 아시아에서 가장 시가총액이 높은 기업으로 변모시켰다. TSMC와 파운드리 사업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삼성전자도 Foundry 투자와 함께 뒤늦게나마 Panel level Fan-Out패키징을 통해 TSMC의 InFO 패키징 기술을 넘어서고자 했으나 당초 원하던 수준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2022년 현재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이라고 불리는 정보통신 기반의 차세대 산업 혁명의 문턱에 있다. 우리는 사회 전방위적인 변화를 맞이하게 될 터인데 이와 같은 변화를 맞이하는 과정을 Big Data → 저장 & 무결성 → 연산으로 간략히 설명하고자 한다. 

 먼저 다양한 스마트 기기를 통해 자체적으로 생성되는 데이터와 Device to Device, Vehicle to Vehicle, Machine to Machine과 같이 사물 간의 상호 작용으로 발생하는 막대한 데이터가 쌓이며 Big Data를 이룬다. 이렇게 생성된 데이터들을 저장하기 위한 데이터 센터와 데이터의 무결성 확보를 위한 블록체인 기술 그리고 데이터를 빠르게 주고받기 위한 고속 통신(5G)에 대한 기술 개발과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축적된 Big Data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HPC(고성능 컴퓨팅)과 특정 알고리즘에 따라 Data를 가공, 선별하는 인공 지능에 대한 시장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구현하기 위한 기술의 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현재 반도체 트렌드와 일맥상통함을 알 수 있다. Qualcomm & Broadcomm & Skyworks의 통신칩, Infineon & NXP를 필두로 한 자동차용 반도체와 삼성전자 & SK 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 그리고 Intel & AMD & Nvidia & Tesla의 고기능 시스템 반도체까지 한 번은 들어 봤을 유수의 반도체 업체들이 4차 산업혁명으로 전환되는 과도기에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4차 산업 혁명에 필요한 기술을 뒷받침해 줄 핵심은 반도체에 있기 때문에 4차 산업 혁명의 패권을 잡기 위한 많은 나라에서 반도체 산업을 전략적으로 보호 & 육성하고 있다. 이와 같은 반도체 기술 트렌드 변화, 나아가 산업 전반의 트렌드 변화는 반도체 패키징과 OSAT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면 기존의 반도체 공급량 대비 수요량이 급증하기 때문에 IDM(종합 반도체 회사)과 Foundry는 Wafer 생산량을 지속적으로 증산할 수밖에 없다. IDM이 소유한 반도체 패키징 능력을 아득히 넘는 물량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OSAT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는 이미 COVID-19의 팬더믹 기간 중 급격한 디지털화의 전환을 통해 반도체 공급 부족을 경험했다. 4차 산업혁명은 현재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것보다 더 진보된 디지털화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OSAT의 위탁 생산 물량 역시 증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OSAT라고 해서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디지털화의 혜택을 모두 받을 수 없다. 선단 패키징 기술과 이를 구현할 공정 기술 그리고 양산 라인을 보유한 일부 업체들만이 이익을 독식하고 나머지 업체들은 저부가가치의 중저가 패키징 물량을 위탁 생산하기 위해 경쟁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축적된 데이터를 최종적으로 활용하는 연산에 사용되는 HPC와 인공지능 반도체의 중요성이 지속적으로 부각되고 있다. 향후 고성능 반도체를 2.5D 이상의 선단 공정으로 패키징 할 수 있는 업체들만이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발생하는 고부가가치 반도체에 대한 패키징 이익 대부분을 선점할 것으로 예상된다.

 1st Tier OSAT들은 이미 이종 집적화(Heterogeneous Integration)에 대한 완성도 높은 기술과 양산 라인뿐만 아니라 Fab-Level의 3D 패키징까지 넘보고 있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의 OSAT업체들은 이들과 비교했을 때 2.5D 패키징에 대한 기술이 충분하지 않다. 설사 2.5D에 대한 기술을 가지고 있더라도 대량 생산에 대한 경험과 공정 기술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이전 글에서 언급했듯이 메모리 반도체와 DDI에 집중된 국내 OSAT업체들의 포트폴리오는 각 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와 DDI 패키징에 있어서는 다른 나라 업체들과 비교해 전혀 뒤처지지 않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나, 국내 원청업체의 물량을 위주로 생산라인이 운영되기 때문에 해외 업체들의 물량을 수주받기 어렵다. 국내 OSAT 패키징 업체들의 생산 라인 대부분이 메모리 반도체로 채워지다 보니, 시스템 반도체 생산을 위한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해외 Fabless 혹은 해외 IDM의 물량이 큰 발주를 수주하기 어렵다.  

 "메모리 반도체-소품종 대량 생산, 시스템 반도체-다품종 소량 생산"이라는 더 이상 시장에서 통용되지 않는 개념으로 반도체 시장을 바라봐서는 안된다. 시스템 반도체의 패키징 위주의 해외 1 tier OSAT의 반도체 패키징 수량은 업체별 연간 300억~800억 개 이상으로 우리나라 OSAT 전체가 처리하는 연간 수십억 개의 메모리 패키징 수량과는 비교가 어렵다. 이제 시스템 반도체 패키징 시장에는 소량 생산에 대한 Needs는 없다.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한 업체들은 도태되거나 아예 판에 끼지 못하는 게 현재의 반도체 패키징 시장이다.       



 

2021년 11월 삼성전자는 선단 패키징 공정을 적용한 2.5D 패키징 "H-Cube"의 개발 소식을 알렸다. 삼성전자는 AMKOR Technology와 삼성전기를 개발 파트너로 삼아 오랜 연구개발 끝에 패키징 기술을 완성했으며, 이 기술은 향후 HPC/AI 반도체에 적용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자사의 부족한 패키지 적층 기술(Die to Interposer, Interposer to Substrate)을 AMKOR와의 협업을 통해 극복했으며 AMKOR는 Foundry와 OSAT업체 간 성공적인 협업과 파트너십의 사례라고 소개했다. 이 뉴스를 보며 대한민국 반도체 업계에 몸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삼성전자의 "H-Cube"가 우리나라 OSAT업체의 성공사례가 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울 따름이다. 

 "H-Cube" 사례와 같이 우리나라 Foundry 업체와 해외 선진 OSAT 간 협업의 사례가 빈번해질 경우, 우리나라 Foundry 업체에 의해 가공된 Wafer의 고부가가치 패키징은 우리나라 OSAT업체들의 몫이 될 수 없다. 초기 선점은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잰걸음으로 앞선 업체들을 따라잡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현재 국내 OSAT업체들이 가진 가용자원으로는 그 격차를 줄이기가 만만치 않다. 어떻게 하면 현재의 답답한 상황을 개선할 수 있을까? 


* 많은 사람들이 국내 OSAT의 미래를 걱정하지만 개선 방안에 대한 내용은 접하기가 어렵다. 하기 내용은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을 피력한 것이니 편한 마음으로 읽어 주길 부탁드린다. 

 

1. OSAT 재편 ➔ 규모 경제 실현, 역할 분담   

 가장 시급한 것은 다수의 패키징 업체들의 합종연횡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여 몸집을 키우는 것이다. 업체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각자 가진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쉽게 이뤄질 수 없는 "경우의 수"이지만 규모의 경제 실현을 통해 다수 업체들 간 저가 수주 경쟁을 지양하고 기업의 수익성을 키우는 것이 현재 시점에서는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 패키징과 테스트 외주를 담당할 별도의 OSAT 2 곳을 신설하여 기존 업체들이 보유하고 있던 메모리 반도체용 패키징 자원을 재배치해야 한다. 통합된 각각의 업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 패키징과 테스트를 Turnkey 수주하여 수익성을 개선해야만 양사의 메모리 패키징 기술을 지근거리에서 쫓아가면서 자체 패키징 기술력을 쌓을 수 있는 체력을 유지할 수 있다. 그리고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를 지원할 자원을 제외한 나머지 가용 자원을 한 곳으로 끌어모아 시스템 반도체 전용 OSAT를 설립해야 한다. 이와 같은 대대적인 재편을 통해 산개해 있는 시스템반도체 패키징 자원을 결집하여 대형 고객사의 물량을 수주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일부 업체들은 규모가 줄어들거나 피인수되는 상황을 피할 수 없으며 이는 재편에 대한 논의에서 가장 민감한 사항이라 생각된다. 짧은 생각이지만 가용 자원 기여도에 따라 통합 신설 업체의 지분을 배정받아 선단 패키징 시대로의 전환에 함께 동참했으면 한다.

    

2. 시스템 반도체 OSAT 설립  SiP & 2.D 패키징 집중 투자  

 2.5D, 3D 반도체 패키징 기술에 대한 제반 기술이 부족한 국내 OSAT업체로서는 독자적으로 선단 공정을 개발하기 쉽지 않다. OSAT업체들의 시스템 패키징 사업부문의 연합 성격을 띤 업체가 출범된다면 개별 업체에서 진행할 수 없었던 영역까지 기술 개발의 폭을 넓힐 수 있으며 단독 개발보다 짧은 시간에 기술적 도약을 이룰 수 있다.  

 이렇게 설립된 시스템 반도체 전용 OSAT업체를 통해 SiP(System in Package)와 선단 Wafer Level Packaging(Silicon Interposer적용 2.5D)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기존 업체들이 보유하고 있던 설비들은 SiP 양산 라인 구축에 활용하는 한편 Wafer Fab. 수준에 준하는 신규 패키징 양산 라인의 신규 건설이 필요하다. 최신 라인을 통해 10nm 이하 최선단 공정으로 생산된 Wafer를 Foundry로부터 인계받아 Wafer Level packaging에서부터 테스트까지 일괄 진행이 가능해야 한다. 패키징 Fab. 의 설계 시, 반드시 단계적 자동화를 염두에 두어야만 향후 대만 OSAT와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을 수 있다.    

 정부에서는 최신 패키징 라인 건설에 적극적인 금융 지원을 하는 한편, 정부 기관 산하의 패키징 연구개발 라인을 신규 패키징 라인 안에 두어 신제품 개발과 공정 최적화에 대한 시뮬레이션이 가능하도록 한다면 R&D 비용 절감에 기여할 수 있다. 패키징 양산 라인과 동떨어진 위치에 있는 연구 시설은 그 활용도가 떨어지고 연구 인력을 충원하기에 어려울 수밖에 없다. 양산 라인과 동일한 건물에 입주한 연구개발 라인을 통해 양산과 개발이 동시에 이루어진다면 보다 높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3. Foundry와 OSAT 간 수평적 협업 관계 구축, 국내 소·부·장 업체가 포함된 R&D 컨소시엄 구성

 마지막으로 이와 같은 상상을 현실화시키기 위해서는 Wafer 가공업체와 OSAT업체 간의 수평적 협업 관계를 기반으로 한 연구개발 Hot line이 구축되어야 한다. 그리고 신규 Wafer 가공 물량을 수주할 때, OSAT업체와 연계하여 Turn-key 마케팅을 진행한다면 OSAT업체로서는 End-Customer와의 접점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패키징 소재업체와 설비 업체 등 국내 소·부·장 업체들이 포함된 R&D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차세대 반도체 개발 시, 국내 업체의 소재 & 설비를 기반으로 반도체 개발이 이뤄질 수 있도록 기회의 장을 열어줘야 한다. 국내 업체들이 역량을 모아 Chip to Wafer, Wafer to Wafer 접합 기술의 축적과 2.5D 패키징의 난제(방열과 휨 이슈) 해결을 위한 개선활동을 지속한다면 해외업체들이 장악한 반도체 소재 시장에 국내 업체들이 진입할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꿈같은 생각을 장황하게 풀어 얘기했지만 요약하자면 우리나라 OSAT 산업은 "선택과 집중"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의 기로에 서 있다. 앞으로 반도체 패키징 시장에서 선단 패키징 공정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이를 수주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두고 업체 간, 나라 간 명암이 갈릴 시기가 수년 내 반드시 온다. 만약 변화의 시기에 우리가 준비되어 있지 못하면 싱가포르와 일본의 OSAT업체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시장의 주류에서 서서히 밀려날 수밖에 없다.  

 아무것도 상상하지 않고 아무것도 행하지 않으면 미래는 절대 변하지 않는다. 다가올 미래에 대한 비전과 계획을 수립하여 현실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다 보면 분명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더 나은 미래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글들을 통해 각국의 반도체 OSAT 산업의 발전사와 핵심 업체들을 살펴보면서 반도체 패키징에 대한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우리나라 OSAT업체들이 과감한 결단과 앞선 비전으로 대한민국 반도체 패키징 & 테스트 산업의 미래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주기를 간절히 기원하며 "반도체 산업의 숨은 거인들"을 마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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