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AT업계의 성장세는 이어질 수 있을까?
2022년 1분기가 마무리되자 OSAT업체들의 2021년 실적이 하나둘씩 공시되고 있다. 몇몇 업체들(대만, 중국)은 작년과 같이 4월 말, 5월 중 연간보고서가 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때까지 기다려 실적을 정리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지체되는 것 같아, 이미 실적이 발표된 업체들을 위주로 2021년 실적을 정리했다. 향후 연간보고서가 모두 발행되면 추정치로 기입했던 부분은 수정할 예정이다.
2021년은 2020년 대비 한층 심해진 반도체 수급 이슈와 각종 원부자재의 공급망 혼란 그리고 2년째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친 COVID-19까지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하지만 반도체 업계에게 있어 2021년은 근래 보기 드문 폭발적인 성장을 이뤄낸 그야말로 도약의 시간이었다. 물론 2017년~2018년 사이에 메모리 반도체의 호황이 있었으나 이는 메모리 반도체 업계에 국한된 국지적인 호황이었다. 2021년은 반도체 산업과 관련된 소재, 설비, 제조사 등 산업 전반에 걸친 거의 모든 업체들이 수혜를 받았다.
2021년의 성장 배경으로는 비대면 지속으로 인한 디지털화와 전기자동차와 자율주행을 필두로 한 자동차의 전동화 전환 그리고 반도체 수급 이슈로 인한 Set 업체의 과도한 발주와 과재고 보유 등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2021년 1분기가 채 끝나기 전에 반도체 관련 업체들 내부적으로 역대 최대 매출이 가능할 것 같다는 조심스러운 예측이 나올 만큼 반도체 시장은 2021년 초반부터 거침없이 불타올랐다. 그럼 2020년과 2021년의 업체별 매출 실적 비교를 통해 OSAT시장의 변화에 대해 살펴보자.
2021년 OSAT업계 매출액은 52.4조 원으로 2020년의 42조 원 대비 10.4조 원 늘어나며 25%가 넘는 성장을 이뤄냈다. 단언컨대 이는 전무후무한 성장으로 한동안 다시 보기 어려운 성장률일 것으로 생각한다.
먼저 OSAT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대만은 2020년 대비 5.5조 원의 매출이 늘면서 매출액 기준 51.6%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어서 중국 업체들의 연간 매출액 변화를 보면 35%에 달하는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여줬다. 미국의 유일한 OSAT인 Amkor의 분전으로 미국은 작년 대비 1조 원 이상의 매출 신장을 이뤄냈다. 그러나 세계 시장의 성장 폭이 워낙 컸기 때문에 미국의 비중은 13.4%로 2020년 대비 소폭 감소했다.
한국의 OSAT업체들은 13.33%의 성장을 했으나, 업체 전체의 호황으로 인해 빛이 바랬다. 성장세가 시장의 성장률에 미치지 못하다 보니 매출액 비중 역시 6.6%에서 6.0%로 감소했다. 미약하나마 매출액은 성장했지만 수익적인 면을 들여다보면 1 tier 업체들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열세이다. 한정된 고객사의 위탁 물량을 받기 위해 많은 업체들이 경쟁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필연적인 결과이기에 아쉬울 수밖에 없다. 현재의 추세가 지속될 경우, 체력이 약한 몇몇 업체들은 머지않은 시기에 경쟁에서 도태될 위험이 높다.
2021년은 고기능 고부가가치 반도체의 성장이 시장을 주도했지만, 고기능 반도체를 보조하기 위한 Sub 반도체 역시 함께 성장했다. 저가의 저사양 반도체를 주로 생산하는 말레이시아와 태국 OSAT들은 Major 반도체 업체들의 저사양 반도체 위탁 생산량이 증가하면서 이들의 매출 역시 크게 증가했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UTAC은 2020년 중국 사모펀드인 Wiseroad에 인수되면서 매출액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 Wiseroad의 구조조정과 함께 일부 업체들의 이탈로 인해 10% 이내의 매출액 성장을 이뤘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 때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을 호령했지만 이제는 쇄락한 일본의 반도체 산업을 대변하듯, 일본 국적의 유일한 OSAT인 Aoi 전자의 매출액은 반도체 호황 속에서도 더딘 성장세를 보였다. Aoi전자의 매출액 중, 일본 LED업체들, 특히 Nichia의 비중이 높다 보니 전반적인 성장 모멘텀에도 수혜를 받지 못했다.
OSAT업계의 절대적 1위 업체인 ASE Holdings는 자회사인 ASE의 선단 패키징 물량이 늘어나면서 2020년 대비 3.2조 원에 달하는 매출액이 증가했다. SPIL을 포함한 2021년 매출액은 13.8조 원으로 2위인 AMKOR의 매출액 7조 원의 2배에 달한다. 메모리 반도체 OSAT업체(PTI, OSE, FATC)들은 Winbond의 Special 메모리 반도체를 패키징 하는 Walton을 제외하고는 저조한 성장을 보였다. Test를 주요 사업으로 하는 KYEC, Sigurd, Ardentec, YTEC는 Wafer Probe test와 IC final test가 쌍끌이를 하면서 모두 사상 최대 매출액을 갱신했다.
AMKOR의 경우, 경쟁업체의 성장과 더불어 대형 거래선 중 하나인 퀄컴이 AP 시장에서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줄고 있기 때문에 매출 성장에도 불구하고 마냥 웃고 있을 수만은 없다. AMKOR의 매출액 성장률이 시장 성장률에 미치지 못한 이유가 여기 있다. 향후 퀄컴의 AP가 TSMC의 InFO로 패키징 될 경우, 삼성전자의 Foundry와 함께 AMKOR 역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Back-Up Plan이 필요한 상황이다.
2021년은 CPU & GPU Fabless인 AMD의 성장이 돋보였던 한 해였다. AMD 패키징 물량의 대부분을 처리하는 중국의 TFME는 20년 대비 50%가 넘는 성장을 보이며 5위 업체인 대만의 PTI와의 격차를 줄였다. TSHT 역시 중저가 반도체 생산 물량이 늘면서 처음으로 2조 원의 벽을 깼다. 그동안 중국 OSAT업체들의 경우, 매출액 대비 낮은 영업이익으로 규모에 비해 수익이 높지 않다는 평을 받아 왔다. 그러나 규모의 경제가 구축된 상태에서 늘어난 생산량은 그대로 수익으로 연결되었다. 중국 Big 3는 2021년 호황기를 통해 확실히 한 단계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 JCET : '20 영업이익/영업이익률 2,478억 원/5.5%, '21 영업이익/영업이익률 5,629억 원/10.4%
-. TFME : '20 영업이익/영업이익률 617억 원/3.4%, '21 영업이익/영업이익률 1,679억 원/6.0%
-. TSHT : '20 영업이익/영업이익률 1,553억 원/10.8%, '21 영업이익/영업이익률 3,344억 원/15.6%
중국 OSAT업체들의 생산량이 늘어나자 이들로부터 Test 물량을 수주받는 중국 현지 Test업체들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LEADYO, Chip Advanced 등 Pure TEST업체는 100%가 넘는 성장을 했다. 또한 중국 반도체 생산량 증가로 인해 2 tier, 3 tier OSAT의 매출액 역시 크게 증가했다.
한국 업체들은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심화되는 경쟁으로 인해 매출 성장과 수익 확보가 둘 다 어려워졌다. 이를 방증하듯 2020년 대비 역성장한 업체들은 대부분 한국 업체들이다. 이에 대해서는 22년 1분기 실적이 나오면 21년 실적과 비교하여 한국 업체들의 현황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기회를 마련하겠다.
2022년도 눈 깜짝할 새에 4월 중순이 되었다. 불과 한해의 1/4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올해는 시장에 참여하는 업체들이 고른 성장을 했던 2021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1분기가 끝난 현상황에서 2022년의 OSAT 시장을 조심스럽게 예상해 보고자 한다. 개인적으로는 반도체의 절대 생산 개수는 작년 대비 감소하지만 고가 반도체의 생산 수량이 늘면서 전체 시장은 소폭의 성장을 할 것으로 생각된다. 결국 선단 패키징 기술과 양산라인을 보유한 특정 업체들이 고부가가치 패키징을 선점하면서 "빈익빈 부익부" 상황이 펼쳐질 것이다. OSAT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대만과 중국을 중심으로 2022년 시장을 예측해 보면 대만은 "약진", 중국은 "정체"로 예상된다.
COVID-19 확산을 막기 위해 연초부터 이어진 중국 정부의 강력한 봉쇄 정책으로 인해 중국에 위치한 OSAT의 가동률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여기에 대만 Foundry 업체들이 중국 Fabless업체의 물량 수주를 꺼려 중국 Fabless의 물량이 중국 Foundry 업체들로 몰리고 있다. 중국의 간판 Foundry 업체인 SMIC와 Huahong은 넘쳐나는 물량으로 수주를 가려 받아야 할 정도이지만 Fabless업체들은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Foundry 업체들도 정해진 생산능력이 있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발주에 기민한 대응하지 못한다. 중국 Foundry를 통한 Fabless의 Wafer 물량이 줄어들면서 OSAT의 가동률 역시 영향을 받고 있다.
중국 전자업계는 2021년 4분기부터 동계올림픽으로 인한 물류 대란을 우려하여 원자재부터 실물까지 높은 안전재고를 쌓아두었다. 경기가 호황일 때, 충분한 재고 확보는 빠른 납기 대응을 위한 필수 조건이지만, 경기가 꺾일 시에는 과재고의 부담으로 부메랑이 되어 되돌아올 수밖에 없다. 최근 중국 주요 지역의 봉쇄로 인해 중국 경제 성장률의 하락과 실물경제 타격이 예상된다. 이미 중국 Set 업체들의 반도체 재고 레벨이 높은 상태에서 반도체 재고 소진율이 낮아지게 되면 Set 업체의 후방에 있는 OSAT업체들부터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모쪼록 봉쇄로 인한 경제적 충격이 최소화되어 반도체 업계에 종사하는 모두가 현재의 위기를 무탈하게 넘겼으면 한다.
중국 업체들의 매출이 줄어든 대신 대만 OSAT들 특히 대만 Fabless 3인방 Mediatek, Novatek, Realtek의 고기능 반도체를 위탁받는 ASE와 SPIL, KYEC 등 1 tier 업체들의 성장이 예상된다. 2022년 1분기 실적을 보면 대만 Fabless, Foundry, OSAT 업계 모두 2021년에 이어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2022년 3월 실적만 놓고 보면 각 분야의 1위 업체들은 경이로운 결과를 내놓았다. 3월 한 달 동안 Mediatek은 2.5조 원의 매출을 TSMC는 7.4조 원, ASE Holdings는 1.3조 원의 매출을 올렸다.
Mediatek은 고사양 AP 시장에서 퀄컴의 아성을 넘어서며 통신칩 분야에서 전방위적으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Mediatek이 달성한 3월 한 달 매출액은 우리나라 Fabless업체들의 2020년 한해 매출액(상장사 기준 2조 4,718억 원)에 견줄 수 있을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TSMC는 작년 동기 대비 약 50% 성장한 실적을 보며 주며 연간 매출액이 80조 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매출액을 바로 턱밑에서 뒤쫓는 형국이 되었다. ASE Holdings는 지난 2021년 12월 중국의 사업장 4곳을 매각했음에도 매출액 신기록을 달성했다. 하기 매출액 집계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ASE Holdings 산하 EMS 업체인 USI 역시 Module 생산의 호조로 그룹 내 성장에 일조하고 있다. 2022년 대만 반도체 업계는 Fabless에서 Foundry를 거쳐 OSAT로 이어지는 황금 라인이 빛을 발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2022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 그리고 중국 주요 도시 봉쇄 장기화로 인해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반도체 업계 역시 향후 시장의 변화를 예측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작년과는 분명 다른 분위기가 전개되고 있고 이를 반도체 업계의 많은 업체들이 체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연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정말로 중국의 OSAT업체들이 주춤하고 대만 업체들이 비상할 수 있을까? 향후 각 업체별 분기 보고서를 통해 업계의 시황 변화와 함께 예측의 적중 여부를 추적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