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에 가려진 Fan-Out 패키징 시장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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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Freescale은 RCP(칩 재분산)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당시 Single Die의 SOC(System On Chip)로는 구현 불가능한 형태의 System을 구현할 수 있게 해 줬다. RCP는 어찌 보면 WLCSP를 집적한 초기 형태의 SiP로 볼 수 있는데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패키징 방식이었다. Freescale은 Device의 크기를 줄이고 성능을 높이면서 SOC 대비 월등한 가격경쟁력을 가진 유연한 패키징 방식임을 내세우며 RCP 기술을 적극 어필했다. RCP 기술은 2010년 한국의 네패스로 라이선스 되었으며 2015년 Freescale이 NXP로 인수되면서 RCP는 NXP의 기술이 되었다. 현재 네패스 laweh(네패스로부터 분사한 Fan-Out 패키징 자회사)는 NXP향 제품을 Wafer level로 생산하고 있다.
같은 해 독일의 자동차용 반도체 전문 업체인 Infineon은 Freescale의 RCP에 대항하기 위한 eWLB(embedded Wafer Level Ball Grid Array)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ST Micro, Amkor, JCET(StatChipPAC), ASE에 라이선스 되면서 Intel, Marvell, Spreadtrm 등의 반도체 제조에 사용되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Device의 양산은 단발성 이벤트에 그치며 한동안 라이선스 보유 업체인 Infineon향 제품에만 적용되었다. 현재는 ASE, Amkor, JCET 3대 패키징 업체에서 채용한 범용 Fan-Out 패키징 기술로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기술이 되었다.
2012년 Fan-Out 시장에 M-Series라는 패키징 기술을 가지고 신생 업체가 참전했다. Amkor에서 퇴직한 Tim Olson이 설립한 Deca Technology는 2009년에 설립된 업체로 Freescale과 Infineon과는 비교할 수 없는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M-series의 잠재력을 눈여겨본 Cypress Semiconducor는 Deca Techonology에 대한 투자를 통해 지분 60%를 확보했다. 2019년 Cypress가 Infineon에 인수되면서 Infineon은 자사의 eWLB 기술과 Deca의 M-Series 2가지 Solution의 원천기술을 보유하게 됐다.
미국의 통신 반도체 업체인 Qualcomm 역시 지분 투자를 통해 Deca의 지분을 확보했다. Deca는 자사 Fan-Out 기술인 M-Series를 활용하여 Qualcomm의 PMIC를 수주받아 필리핀 공장에서 양산하기 시작했다. 2016년 ASE는 6천만 달러를 투자하여 Deca의 Main 주주로 등록, M-Series의 라이선스를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 현재 ASE는 Deca와 합작으로 설립한 Panel Level Fan-Out 라인을 대만 가오슝에서 가동 중에 있다. 마지막으로 2019년 한국의 네패스는 Deca의 필리핀 공장을 389억 원에 인수했다(現네패스 hayyim). 이어서 네패스는 Deca의 지분 10%를 확보함과 동시에 M-Series에 대한 라이선스를 공유받았다. 언론을 통해 거론되는 네패스의 Fan-Out 기술은 RCP(NXP 원천기술)과 M-Series(Deca 원천기술)이다. 이를 통해 현재 네패스 laweh에서 진행 중인 미국 반도체 업체의 FO-PLP 승인 작업은 Deca의 M-Series 기술을 적용한 Wafer Level 기술을 Panel Level로 이식 중인 것을 알 수 있다. 발주처는 Deca 필리핀 공장의 메인 발주처인 Qualcomm이며 Application은 PMIC인 PM8150으로 추정된다.
2015년 드디어 Fan-Out 기술이 TSMC를 통해 Apple의 메인 Device인 AP에 적용되었다. TSMC는 InFO에 대한 압도적인 기술력과 Wafer Foundry에서 패키징 & 테스트까지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구축하면서 他업체로서는 범접할 수 없는 철옹성을 쌓아 올렸다. 발주처인 Apple 역시 TSMC를 통해 핵심 Device를 일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Device에 대한 보안 및 품질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모든 물량을 몰아주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업체들 외에도 다수의 1 tier OSAT들은 자신만의 Fan-Out 기술을 개발하여 보유하고 있거나 개발 중이다. 2017년 Naninum(現Amkor 포르투갈)이 "IMAP SiP Technology Conference"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반도체 업계에서 지명도를 가지고 있는 IDM, OSAT, 기판 업체들이 저마다 Fan-Out 기술(+유사기술)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당시에는 춘추전국시대와 같아 TSMC의 InFO를 제외하고 어느 누가 패권을 잡을 수 있을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었다. 저마다 자신의 기술이 표준이 되길 바라며 적극적으로 자신의 기술을 홍보했다. 그로부터 5년여의 시간이 흐르면서 대다수의 기술들은 사장되거나 기업 간 M&A로 인해 통합되었다. 아직 RCP, e-WLB, M-Series는 건재하지만 아직 어떤 기술이 시장을 주도할지는 정해진 것이 없다.
지금 시점에서 Fan-Out기술을 활용하여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업체는 지극히 한정적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많은 업체들이 저마다 Fan-Out 패키징 기술 하나쯤은 가지고 있지만 이를 양산에 적용할 수 있는 공정기술과 양산 라인이 없다. 더구나 TSMC를 제외하면 현재 구축된 생산라인을 가동하기 위한 물량이 상당히 제한적이다. Qualcomm과 NXP, Infineon의 물량 외 Mediatek의 물량이 있기는 하지만 생산 라인을 공격적으로 추가 증설할 정도는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LCD & PCB 제조 기술을 기반으로 한 FO-PLP 업체들의 참전이 예정되어 있다. 이들의 시장 진입이 가시화되는 때를 기점으로 Fan-Out 시장에서는 생존을 건 치킨게임이 시작될 것으로 생각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최종 고객사에게 선택받아 생산라인을 가동하며 시장에서 살아남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Fan-Out 패키지 기술의 생존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생산 물량을 보증해줄 확실한 고객사의 유무이다. TSMC조차 Apple 없으면 현재 가동 중인 InFO 생산라인의 5%도 채우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OSAT도 확정 물량을 배정해줄 확실한 고객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현재 표준에 가까운 Fan-Out 기술에 대한 라이선스를 공유받아 다양한 업체들의 물량을 수주하고자 사력을 다하고 있다.
ASE Fan-Out 패키지 line up을 살펴보면 Infineon의 eWLB, Deca의 M-Series, Panel FO(ASE & Deca 합작)에 대한 내용을 찾아볼 수 있다. ASE는 독자기술인 FOCoS와 더불어 eWLB, M-Series 라이선스 공유 통해 수주한 물량으로 생산라인을 채우고 있다. 시장이 성숙하기 전에 집행한 선행투자는 자칫 재무적 부메랑이 되어 기업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2010년대 초반 ASE도 Infineon의 eWLB의 양산을 위해 Fan-Out 패키징 공장을 준공했다가 가동 물량이 부족하여 한동안 고생한 적이 있을 만큼 패키징 시장의 미래를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합종연횡을 통한 Fan-Out 패키징 기술 라이선스의 공유와 대형 거래선의 고정적인 물량을 수주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향후 Fan-Out 패키징 시장에서의 생존자를 가릴 것으로 생각된다. Fan-Out 기술에 대한 라이선스(특허)의 중요성이 커지는 시대적 조류를 타고 M-Series라는 강력한 Fan-Out 기술을 보유한 Deca Technology는 자사의 생산공장을 OSAT(네패스)에게 넘기고 라이선스 공유를 업하는 공정기술 개발업체로 전환했다. 시대의 조류를 타고 라인센스 공유를 통한 수익창출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가 탄생했다. 그리고 Panel Level Fan-Out 분야에서 신규 Player들이 진입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의 참전으로 인해 머지않아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치킨게임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