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디서, 어떻게 글을 쓰나요.
내가 글을 쓰는 장소, 시간, 주변 상황, 그리고 태도.
블로그에 글을 쓸 때 나는 노트북을 켜고 안방 책상에 앉아 키보드를 두들긴다. 낮, 밤, 새벽 등 시간은 대중없다. 쓸 거리가 생각나면 언제든 바로 앉아서 쓴다. 완전히 습관적으로, 그리고 절반의 욕구로 쓰는 블로그는 대체로 사진과 함께 조금 길게 올리게 되고 이곳 통신 사정상 업로드나 다운로드 모두 느리기 때문에 보통 두어 시간은 걸린다.
한편,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근래의 일이다. 얼마 쓰지 않았지만 6월부터는 주로 오전이든 오후든 낮시간에 안방 테라스 캠핑 의자에 앉아 중정을 바라보고 앉아서 화면이 큼지막한 핸드폰을 들고 쓰기 시작한다. 주로 새소리, 대나무 잎이 바람에 흩날리는 소리를 들으며 쓴다. 때로 키우는 고양이가 옆 테이블에 와 앉아 심심치 않게 동무가 되어주기도 한다. 브런치의 글은 사진을 첨부하지 않거나 기껏 한두 장이 고작이라 시간도 많이 소요되지 않는다. 통상 평소에 글감이 생각나면 그 순간 기억해두거나 짧게 한 문장으로 기억할 수 있게 적어 서랍에 저장해두는데 이것을 꺼내어 한 번에 쭉 내려쓴다. 서랍에는 두어 개의 글들이 한두 문장으로 저장되어 있다. 소요시간은 글의 길이에 따라 다르지만 한 시간 남짓, 타자를 칠 때 오타가 많이 나거나 중간에 업무 연락 등으로 집중력이 떨어지는 순간이 잦으면 두 시간 정도 걸린다. 오른손 엄지로 찍는 스페이스가 주로 계속 오타가 나서 거슬리지만 아직 스마트폰이 쓸 블루투스 키보드를 사진 않았다. 스페이스 오타가 잦아서 봐서 접이식 보드를 하나 사게 되면 쓸까 싶긴 하다. 멋지게 시가를 꼬나물고 쓰면 소위 작가필이 눈곱만큼은 나겠지만 번잡스러운 걸 싫어해서 그냥 자리에 앉으면 마시거나 먹거나 피우는 일 없이 한 번에 자리에서 일어서지 않고 쭉 쓴다. 대수롭지 않은 수준의 글들, 생각을 있는 그대로 적는 글이라 퇴고 없이 교정만 간단히 맞춤법 체크하며 한 번 보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어휘를 가지고 고민하거나, 좋은 문장을 만들어내려고 머리를 싸매는 일은 매우 드물다. 그런 욕심은 한 번에 쭉 내려쓰는 글의 리듬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10개의 글감을 서랍에 저장해두면 여덟 번은 세상에 내보낸다. 두 번 정도는 내려쓰는 흐름을 놓치거나, 쓰다 보니 생각과 다르게 흘러나가 그냥 지워버린다. 흐름을 제어하지 못할 때 역시 멀었다는 생각을 하곤 하는데 그렇다고 쓰는 태도나 방식을 바꾸기엔 난 프로가 아니라 그냥 그대로도 좋다고 생각한다. 스트레스가 되지 않게 하고자 함이다.
과거에 기사, 칼럼 등을 비롯해 각종 원고료를 받고 글을 쓰던 사오 년 가량은 한 편에 너댓 시간에서 하루가 소요되었다. 잡지나 오프라인 매체에 실리는 경우는 특히 퇴고나 교정에 신경을 많이 썼다. 인쇄되어 나왔을 때 문장이 매끄럽게 읽히지 않거나 꼬인 걸 뒤늦게 발견하면 얼굴이 붉어지곤 했기 때문이다. 도대체 왜 교정, 교열을 제대로 봐주지 않는지에 대해 투덜거린 적도 있다. 글에 간혹 자료를 많이 넣을 때는 이틀 정도 걸리기도 했다. 쓰고 싶은 걸 쓰는 게 아니라 써야 하는 걸 쓰는 때도 있었기 때문에 재미가 없었던 적도 있다. 책을 쓸 때는 총 300페이지 남짓을 써 내려가는데 넉 달 정도 걸렸던 것 같다. 나우누리, 하이텔 시절부터 끄적거리던 습관이 지속되어 그다지 쓴다는 것을 노동이라 여긴 적은 없다. 대단한 창작물을 쓰는 것은 아니라 생각을 쭉 풀어내면 그만이었다. 어차피 누가 돈을 주든 말든, 독자가 많든 적든, 여유롭던 바쁘던 나는 스무 살부터 내내 써왔고 앞으로도 쓸 것이라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스무 살 이래 20년이 넘는 기간에 달라진 점이 있다면 키보드에서 스마트 폰으로 입력 도구가 바뀌었다는 점이다. 바라보는 화면도 달라졌지만 가장 큰 것은 입력 도구다. 기계식 키보드로 타이핑을 할 때 글이 더 빨리 매끄럽게 나아가는 느낌이 든다. 착각이겠지만 느낌이 그렇다. 터치패드로 엄지 손가락만을 활용해서 글을 입력하는 것은 약간 감각적으로 즐거움이 덜하다. 종이와 펜의 궁합에 따른 느낌까지는 아니지만, 타자기만은 못할 수 있지만 키보드의 타격감이 필요하다.
지금 집은 방은 충분한데 서재는 없다. 직전에 살던 집에는 서재가 있었는데 서재의 위치나 환경이 내가 바라는 그것과 달라 테라스나 발코니, 옥상에 의자를 놓고 쓰곤 했다. 그늘만 있다면 답답한 방에서 쓰는 것보다는 새파란 하늘과 나무, 꽃, 잔디를 보고 새소리를 들으며 쓰는 편이 좋다.
작업을 하다 보면 남의 작업실이, 남의 가방이 궁금할 때가 있다. 작업실은 작가의 정체성과 가치관을 그대로 반영하기 때문이다. 특히 좋아하는 소설가의 작업실과 사진가의 작업실을 볼 수 있다면 정말 신날 것 같다. 가방엔 뭐가 들어있을지, 책상엔 뭘 놔두고 있을지. 어떤 자세로 어떤 모습으로 작업을 할지 궁금하기 그지없다. 때로 브런치에서도 어떤 글을 보면서 이 사람은 어떤 모습으로 어디에서 언제 이 글을 쓰고 있었을까 생각해볼 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잘 상상이 가지 않는다. 약간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