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의 이도류는 실패할 것이다.

라고 했던 2017년 12월의 예측

by 필렌

2017년 12월 4일 오타니의 메이저리그 진출 소식에 다른 곳에 남겼던 글이다.






오타니의 이도류는 실패할 것이다.


레벨이라는 것이 있는데, 고교 때 날리던 선수가 프로에 와서는 평범해지는 것이 그러하다. 일본에서 날리던 선수가 메이저리그에 가서 준수한 정도에 그치는 것이 다행일 정도로 대다수의 선수들은 크게 심화된 경쟁과 높은 레벨로 이동하면 연착륙이 어렵다. 마쓰자카가 그랬고 이가와도 그랬으며, 심지어 일본 리그를 초토화했던 다르빗슈 또한 준수한 선수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이는 류현진도 동일하다.

이 레벨의 차이에는 실제로 문화적인 적응의 어려움도 있겠지만 그보다 더 치명적인 건 루틴의 변화, 그리고 시차와 이동의 문제가 크게 작용한다.

일주일에 한 번 던지던 선수가 5일마다 등판하게 되는 문제에 대해서 일본 투수들은 특히나 민감하다. 우리보다 더 관리 받는 환경에 익숙한 게 일본 투수들이다. 그들은 한 번 등판에서 150개를 던지더라도 충분히 쉬어주는 패턴에 익숙하지 한 번에 80~110개를 전력으로 던지고 4일 쉬는 패턴은 경험해본 바가 없으며, 8시간 이상 비행기를 타고 이동해서 시차에 적응해야 하는 일 또한 아시아 선수들에겐 극악의 피로다. 그런 이동을 하면서 10연전 12연전을 동시에 소화한다. 다르빗슈는 아직도 내내 이런 부분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있을 정도인데 다르빗슈의 하드웨어를 생각하면 이게 얼마나 어려울까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이에 관해서는 연구도 많아서 사람이 지구의 자전 방향문제와 관련하여 시차가 다른 곳으로 이동할 때 '서 -> 동'으로의 이동이 '동 -> 서' 로의 이동에 비해 훨씬 적응이 어렵다는 것이 메이저 리그 선수들에 있어서도 어느 정도 성적으로도 나타나고 있을 정도로 굉장히 다양한 면에서 어려움에 봉착한다.(오타니는 이런 면에서는 동부로 가는 것이 유리하다. 시애틀로 가면 이동거리 면에서나 기온 면에서나 최악일 것이다. 그나마도 서부라면 따뜻한 남쪽 팀으로 가야 가능성이 있다. 특히 샌디에이고처럼 당장 성적 압박이 없는 팀 말이다. 그렇지 않다면 갈수록 중요하게 여겨지는 '팀 캐미스트리'를 해치는 문제도 발생하게 될 것이다. 영어 못하는 외국인 신인 주제에 특혜... 소리 금방 들을 것이다.)

오타니가 아무리 동나이 때의 다르빗슈에 비해 낫다고 한다지만, 다르빗슈나 다나카 등에 비해 이룬 것이랄 것도 없다. 화제성을 빼고 성적으로 평가하면 기대치는 크게 낮아진다. 최고의 레벨에서의 경쟁에서 남들과 다른 종류의 노력을 - 언어와 문화를 제외하고도 - 더 해야 한다는 것은 그간의 일본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안착 후 성적 하락에 빗대어 볼 때 투수로나 타자로나 성적 면에서 큰 추락이 불가피하다는 예상이 합리적이다. 하나만해도 그런데 두 개를 하면... 멘탈이 몸과 같이 무너질 가능성도 크다.

메이저리그 입장에서는 한두 해 기회를 줘보고 마케팅에도 써보면서 결국 투수든 타자든 한 쪽으로 임하게 유도하는 것으로 시나리오를 짜두고 일단 저렴한 가격에 들일 수 있는 이 기회를 잡을 생각이 전부라고 보여진다. 현재의 다르빗슈보다 반 레벨 아래의 투수(평균 자책점 4.0~4.2 정도)라고 해도 지금의 예상 몸값이라면 종합적으로 충분히 본전치기는 어렵지 않은데다 타자로서 마쓰이보다 한 수준 아래라고 해도 그 역시 평균적인 타자일 것이기 때문이다.

본인이 이도류를 포기하고 하나에 정진하게 될 때를 빨리 오게 만드는 것이 구단으로선 좋을 것이다.

무척이나 재미있는 소재이긴 하지만 오타니의 경우 체력적 내구성으로나 재능면에서나 지금의 욕심을 빨리 버리지 않는 이상 하나의 흥미로 소비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메이저리그는 단순히 한 경기에서의 능력이 요구되는 게 아니다. 시즌은 길고, 이미 프로 선수로서 루틴이 잡힌 20대 초반 이후 연령대의 아시아인들에게는 체력적으로 버거운 리그이다.

개인적으로 투수라면 메이저리그 데뷔 후 연속 5년 이상 최상도 아니고 그저 '꾸준한 성적'을 기록하며 리그에 '상존'하는 것조차도 어렵다고 본다. 이는 류현진은 물론 다르빗슈 또한 마찬가지이며 이와쿠마 히사시도 그랬다. 5년간 꾸준한 성적을 내기 위한 최소한의 요건인 건강을 지키지 못하고 모두 5년을 채우지 못하고 부상을 경험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서로 다른 근육과 훈련을 요구하는 야수와 투수를, 또는 타자와 투수를 병행한다는 것은 메이저 리그의 레벨에서는 불가능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기대 또는 요구되는 성적에 미달할 가능성을 크게 높인다.

적당한 수준의 스위치 히터가 되느냐, 좌든 우든 한쪽에서 확실한 성과를 내는 타자가 되느냐의 문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오타니의 경우 한쪽으로만 보더라도 눈에 띄는 획을 긋는 선수가 되기에는 이미 벌써 부상 경력이 있는 등 기대만큼의 꽃길을 걷기엔 무리가 있다고 본다.





아직 그의 경력은 진행 중이다. 하지만 마틴처럼 간헐적으로 1이닝을 던지는 수준이 아닌 본격적인 투타겸업의 이도류는 갈수록 분석도구가 발전하고 분석에 맞춰 기술을 가다듬고 고도화해가는 시대에 의미있게 살아남기 어렵다.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라 본다. 2년 정도 성적은 둘째치고 각각의 규정이닝을 채우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한국은 물론 미국의 메이저리그 분석가들조차 팬들이나 대중의 기대 때문에, 혹은 일본선수에 대한 과장된 평가로 냉정하게 예측하지 못하는 건 안타깝다. 팬들의 기대 때문이 아니라 냉정히 판단해서도 그의 성공을 예상했다면 타 사례에서 배우는 게 없는 것이 아닐까.


운동선수도 사람이다. 기계가 아니다. 운동만이 아닌 일상의, 환경의 변화는 선수에게 훨씬 큰 영향을 끼친다.


다르빗슈는 운동 선수임에도 통찰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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