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버금가는 학계의 더러운 꼴
논문 표절은 논문 저자만의 문제인가.
학사까지 마친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석박사 과정을 밟아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논문의 시작과 끝 모두를 좌지우지하는 지도교수의 힘과 논문심사의 벽, 각 과정에 드는 돈과 시간을.
우리 사회가 고위공직자들의 논문 표절로 시끄러워진 게 이제 10년이 훨씬 넘었다. 내 기억에 노무현 정부 때부터 이미 논문표절이 청문회의 이슈가 되었다. 그런데 지금도 '유지' 논문을 두고 모두의 눈은 그저 논문저자에게만 가 있다. 손가락의 대상은 오직 저자인 것이다.
그러나 일반 논문과 달리 봐야 하는 게 석박사 논문이다. 석사나 박사과정 논문은 저자 외에도 논문 출생에 대해 생사여탈의 권한을 가진 지도교수가 있고 심사교수들이 있다.
도대체 뭘 지도하고 심사하기에 죄다 표절인 논문들이 까도 까도 나오는 걸까.
우리 사회는 일반적으로 어떤 사업이 실패하면 사업을 진행하고 승인한 사람들이 어떤 형태로든 책임을 진다. 투자 승인을 한 사람, 안전진단을 한 사람도, 인사 결정을 한 사람도 다 그 결과에 책임을 진다. 여기서 예외는 사실상 법조계와 언론계만 유이하다. 알다시피 판사는 잘못한 판결에 책임지지 않으며 검사는 잘못된 기소에 책임지지 않는다. 언론은 때로 잘못된 보도나 중재가 효력을 발휘한 경우에 대해 정정보도 등을 하지만 대체로 그 기사의 파급력에 상응하는 책임은 지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가 지금 논문 표절의 홍수 속에서 논문 저자를 욕하는 것에 비하면 그걸 그 비싼 학비를 내고 밟은 과정을 총 책임 져야 하는 석박사 과정의 논문 지도교수나 심사교수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그래놓으니 이젠 아예 교수들이 논문 저자만을 타겟으로 표절이네, 문제네 아니네, 박탈해야 하네 마네를 남 얘기마냥 이야기하고 있다. 자기들이 양산한 표절논문을 누가 누구한테 책임을 묻나. 제자들이 표절하게 두고 이제와서 교수가, 선생이 제자 탓이나 하고 앉았다.
정말이지 웃기고 앉아 있다.
지위고하나 분야를 막론하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닌 법조계, 언론계, 학계야말로 적폐가 되었든 개혁이 되었든 천지개벽할 정도의 변화가 필요하다.
작금의 시대에 철밥그릇은 없어져야 한다.
돈은 돈대로 받아 처먹고 지위나 누리면서 책임 회피를 떠나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제자들 지적질에 내로남불로 일관하는 교수들에게 침을 뱉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