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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렌 May 28. 2024

강조하는 것엔 다 이유가 있다.

신사의 스포츠?자유민주주의 국가?

골프, 테니스를 신사의 스포츠라 한다. 야구는 근 10년엔 좀 달라졌지만 기본적으로 불문율이 있고 대부분은 매너에 관한 것이다.


매너를 강조하는 스포츠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꽤 큰 도구, 상황에 따라 흉기가 될 수 있는 기구를 가지고 하는 운동들이다.


축구, 농구, 핸드볼은 매너를 운운하지 않는다. 일부 불문율에 해당하는 것들이 있긴 해도 대부분은 규칙이 전부다. 이 운동들은 맨몸으로 거칠게 몸싸움을 하면서 해도 매너의 스포츠 운운하지 않는다.


소위 근대에 귀족들이 즐겼다는 운동들이 매너 운운하고 신사 운운한다, 동서를 막론하고 고관대작들은 맨몸으로 뭘 하는 것을 천하게 보는 경향이 있었기에 그들이 즐겼다는 것들은 대부분 도구를 사용한다. 그리고 몸싸움을 하지 않는 운동에 치우쳐 있다.


그런데 골프, 테니스, 야구 모두 흉기가 될 수 있는 것들을 들고 하니 이게 매너를 안 지키면 기껏 주먹다짐이 전부인 농구나 축구에 비하면 일이 커진다. 클럽이나 배트를 던지거나, 라켓으로 치거나 공을 때려 상해를 입히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날 수 있고 이게 심판에게도 영향이 있을만큼 위험성이 있다.


그러니 매너, 신사 이런 말을 계속 갖다 붙여서 소위 대중을 향해 주문을 외우다시피 하는 식이다.


있는 놈들, 가진 자들이 더한다고, 소위 평민들은 주먹다짐을 하는 게 고작이지만 귀족이란 것들은 기분이 상하면 게임 중에 야비하게 시간을 끌거나 소위 좋은 말로 심리전을 펴거나, 이상한 짓을 한다.(골프에서 공을 숨기거나 옮겨거나 다른 공을 몰래 쳐서 적발되는 케이스나 클레이 코트에서 라인에 공이 닿은 흔적을 슬쩍 발로 지우거나, 풋폴트를 의도적, 습관적으로 하고 오리발 내밀기 하는 등), 혹은 게임 외적으로 뒤로 작당하고 계략을 꾸미거나, 함정을 파거나,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위해를 가하는 식의 보복 등에도 능하다. 게임에서는 세간의 평 때문에 분노를 삼키더라도 뒤에서는 가만히 있지 않는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인 사람들이니 이게 당연한 듯도 하다.


골프채를 집어던지는 선수, 라켓을 부시는 선수, 배트를 날리거나 들고 마운드로 뛰어가는 선수... 축구 농구 같으면 레드카드, 테크니컬/플래그런트 파울 받고 퇴장당할 일을 해도 골프나 테니스는 그냥 경기가 지속된다.(요즘 농구는 심지어 조금 위화감이 들게 상대선수나 심판을 꼬나만 보고 있어도 텍을 받는다.) 큰 소리로 심판에게 항의하면? 그 즉시 경고 먹고 퇴장당하기 일수다. 반면 골프나 테니스는? 경기를 오래, 많이 보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그 수위 자체도 훨씬 높아도 징계가 없다. 그러니 감히 스폰 받은 제품(기구나 옷, 장비들)을 던지고 깨부시는 말도 안 되는 일이 흔히 벌어진다. 지들이 못해놓고 왜 장비 탓을 하고 장비를 부시나? NBA에서 커리나 자이언이 경기 중에 발목 돌아갔다고 신발 내던지는 걸 난 본 적이 없다.


골프나 테니스를 시작하실 분들은, 실제로는 가장 더럽고 위험하고 야비한 스포츠, 오만하고 거만한 사람들이 가득한 윤동을 시작하는 거라는 걸 알고 하시기 바란다. 운동을 하다보면 주변에 조기축구, 3대3 길거리 농구, 풋살이나 러닝 할 때는 듣도 보도 못한 짓들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인간들이 그득하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경기 외적으로도 도박이나 내기, 그리고 성이나 섹스와 관련한 더러움도 일반 대중 스포츠에 비할 바가 아니다.


○○○은 ●●●이다 라고 부르짖고 주장하는 것은 실제로 ○○○에 ●●●이 결핍되었기 때문이다. 정치나 스포츠나, 부르짖는 말 그 이면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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