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수록 실망스러운 브런치 홈

도대체 브런치 홈에 노출되는 기준은 뭔가

by 필렌

난 오래 되지 않은 브런치 유저다.


글에 대한 욕심은 버린지 좀 되었다. 책이 그다지 팔리지 않는 한국 시장에서 출간을 한다는 것은, 2010년대 중반을 넘어가면서는 이제 쓰는데 드는 시간에 대한 최저임금조차 제대로 보상받을 확률이 상당히 떨어진다는 것을 자각하고는 그 욕심을 내려놓았다. 온전한 책 한 권 뿐 아니라 칼럼 한 조각도 그렇다. 글을 쓰는 행위에 대한 보상은 너무 낮고, 사업 등과 연계되는 시너지 등 부수적인 기대치가 있어야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대가를 얻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여전히 잘 팔리는 책들이 있으나 과거와 달리 좀 더 글 자체보다 내용보다 마케팅이나 인맥 등 다른 영향이 커진 것은 사실이라 생각한다.


무튼, 그런 와중에 책도 덜 읽게 되고 해외로 오니 한글로 된 글을 읽는 일은 더 줄었다. 일상을 위해 낯선 외국어를 공부해야 하는 마흔 살의 내 뇌는 지쳐 있었다. 간혹 리디북스나 기타 전자책도 조금 보았지만 약간 맞지 않았다. 책을 매대에서 고르는 일은 즐거움인데, 온라인에서 책을 고르는 일은 즐거움과는 멀어도 너무 거리가 멀었다. 그러다 브런치를 조금 보게 되었다. 아주 우연히. 난 카톡도 안 하고 다음도 사용하지 않아 굉장히 늦게 알게 된 케이스지 싶다.


타인의 글을 읽는다는 것을 꽤 오랜만에 하고 있는 셈인데, 브런치의 경우 온라인에서 책을 고르는 것과 결이 조금은 다르지만 마찬가지로 뭔가 골라 읽기가 아직은 매우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어 대부분은 브런치 홈과 나우에서 노출된 글들 위주로 살펴보는데 도저히 홈 노출 기준을 모르겠다.


아주 잘 쓴 글들이 그대로 사장되는데 반해 기껏 열댓 줄, 약간 과장하면 이백자 원고지 서너 장, 그것도 주저리 주저리 짧은 글을 길게 늘어뜨린 수준의 것들이 별반 내용도 없는데, 감동이랄 게 1도 없는데 홈에 매우 자주 노출된다. 유명인인가 하고 보면 그것도 아니다.


실제 도서 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소외된 에세이가 브런치에 많은 것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사실 에세이는 저자에 대한 관심이 선행되야 잘 읽히고 더 공감이 가는데 작가 소개 란은 글자수 제한에 딸랑 두어 줄이 전부이고, 맨 내용은 다 가볍디 가벼운 일상의 한 조각, 그것이 독특하거나 미려한, 개성적인 문체로 드러나면 또 모르겠는데 그것도 아니다. 작가소개가 제대로 되기 어려운 브런치의 시스템을 볼 때 에세이가 힘을 제대로 발휘하긴 어렵다.


클래식 소설이나 명작을 원하는 게 아니다.


기껏 이 작은 스마트폰 스크롤 한 두 번 내리는 정도의 양을 가진 일기 수준의 글이 계속 브런치 홈에 노출되는 걸 보면서 교보문고에서 맘에 드는 책 하나 고르기보다 더 어려운 이 브런치의 글 노출 시스템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글을 중심으로 한다면 주제나 소재나 저자에 무관하게 어느 정도는 글이 중심이 되고 글이 메인 노출을 좌지우지해야 하지 않을까. 주관적이고, 상대적이지만 내 취향이 아니고 내 관심사가 아니어도 좋은 글은 사실 이해득실을 빼고 보면 다 보인다. 누가 더 좋은 글인지 판단이 어려운 수준의 글들이 많아야지, 이런 게 도대체 왜 홈에 노출이 되는지 의문이 드는 글들이 많으면 문제가 있는 것 아닐까.


사진 사이트는 좋은 사진을 엄선하는 기준이나 잣대를 가지고 사진을 메인에 노출한다. 글이라면 어때야 할까?


아무리 스마트폰으로 사용하지만, 작가가 원고를 집필할 때 하루에 작성하는 양 정도는 되는 글들이 최소한의 양적 기준이 되었으면 좋겠다. 10분 끄적이면 끝나는, 일기장 낙서 같은 글, 친구한테 지나가는 말로 몇 마디 끝내는 배설 같은 말을 예쁘게, 길게 포장하고 길게 늘어뜨려 써낸 글들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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