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는 열차의 종점, 백마고지 (2)

철마는 달리고 싶다

by Writing Ko

동두천역을 출발한 통근열차는 강원도 철원의 산기슭을 따라 한 시간 남짓 달려 백마고지역에 도착했다. 허리까지 쌓이는 눈과 시베리아보다 추운 추위로 수많은 국군 장병을 피눈물 흘리게 만든 철원을 백마고지역 때문에 올 줄이야. 사람들이 한 둘씩 내리고, 나도 뒤따라 백마고지역 밖으로 걸어나왔다. 주변은 정말 허허벌판 그 자체였다. 2차선 도로만 허허벌판 위에 놓여있었고, 산과 논 비슷한 것만 백마고지역 주변을 에워싸고 있었다. 그리고 역 앞 버스정류장에서 국군 장병들이 부대로 복귀하는 버스에 올라타고 있는 모습 밖에 볼 수 없었다.

산 밖에 보이지 않는 허허벌판의 백마고지역

터덜터덜 다시 걸어서 백마고지역의 대합실을 둘러보았다. 역무실은 굳게 닫혀있었고, 대합실 내부는 불이 꺼져있었다. 외진 곳에 위치한 너무 작은 역이라서 그런지 관리가 되는 것 같지는 않았다. 하다 못해 음료수라도 뽑아 먹으려해도 자판기조차 없어 사실상 백마고지역에 오는 이유는 최북단 역을 왔다는 스스로에 대한 의미부여 뿐인 것 같아 조금 맥이 풀렸다. 그래도 여기까지 와서 백마고지역 기념 스탬프라도 찍어볼려 했지만 어딜 둘러봐도 스탬프는 보이지도 않았고, 불이 꺼져 있는 역 대합실은 왠지 초대받지 못한 손님이 된 것 같아 조금 서글퍼졌다.

정말이지 아무것도 없었던 백마고지역 내부.


동두천으로 돌아가는 통근열차는 30분 후면 출발한다. 이 곳 에서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던 것을 핸드폰에 담아야겠다. 통근열차가 멈춘 승강장의 끄트머리에 이런 팻말이 세워져있었다. 철도 종단점. 철마는 달리고 싶다.

대한민국에서 열차를 타고 합법적으로 들어올 수 있는 가장 최북단의 역인 백마고지역에 세워진 철도 종단점의 팻말은 더 이상 연결되지 못하고 끊어져버린 선로때문인지 더 슬퍼보였다. 설령 먼 훗날에 통일이 된다 한들, 아마 이 곳 백마고지역은 북으로 갈 수 없는 경원선의 종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경원선의 종점이자 모든 열차의 마지막.

개성역 방면으로, 더 멀리는 평양역 방면으로 철로가 놓여져 있는 도라산역이나 민통선 내에 있어 현재 들어갈 수 없지만, 북쪽 방향으로 선로가 놓여져 있는 제진역과는 달리 백마고지역은 열차가 더 이상 달릴 수 없다는 가혹한 사형선고를 내리는 곳이다. 먼 훗날 통일 이후에 철도 공사가 다시 이루어질지도 모른다는 미약하지만 작은 가능성을 붙잡을 수도 없다. 언젠가는 저 철로를 따라가다 보면 유라시아 대륙과 유럽 대륙을 달릴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작은 희망을 품을 수도 없다. 아마도 이 곳에서 멈추는 통근열차는 하루에도 몇 번씩 자기의 앞길을 가로막는 거대한 산을 미워하지 않았을까. 이뤄질 수 없겠지만 혹시나 하는 얄팍한 희망마저 앗아가버린 푸른 산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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