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발레해요.

by 다다쌤

어두운 조명, 순서를 미루며 눈치보는 사람들. 의미 없이 넘겨지는 책자. 나는 회식2차로 노래방에 왔다. 2차는 평소에 오지 않는 편인데. 오늘은 도망갈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등에서 땀이 나는 듯 하다. 아아, 어쩐담.



" 김선생님은 취미가 뭐에요? "

얼마전 교무실에서 커피를 마실 때 받은 질문이다. 솔직히 말해도 될지 잠시 고민했다.


내 나이 40대. 취미로 발레를 배운다고 밝히는 건 참 쑥스럽다. 통상 발레는 초등학생이나 전공생들이 한다고 많이 생각하기 때문에. 내가 발레학원을 간다고 했을 때 이렇게 물어보는 사람도 꽤 있었다.

" 딸이 발레를 배우나 봐요? "



" 첫 만남은 너무 어려워. "

먼저 노래를 부르고 마음 편하고 싶어서 마이크를 잡았다. 동료선생님들이 환호를 보냈다. 박수소리에 흥겨움이 올라왔다. 춤은 못추지만 그건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발레를 다니면서 얻은 것. 턴도 점프도 아니다. 발레리나처럼 여리여리한 몸매는 더더욱 아니다. 그건 바로.


쫘악~~~~


180도 다리찢기.

간주 부분에 맞춰 다리를 찢고자 바닥에 앉았다. 청바지가 신축성이 없어서 그런가? 평소보다 30도는 덜 찢어졌다. 자존심이 상했다. 바닥에 손을 짚고 더 찢어 본다.


선생님들이 깜짝 놀라 일어나더니 내가 넘어진 줄 알고 일으켜 세우려 한다. 손을 내저으며 좀 더 시도해 본다. 이대로 물러설 수 없다. 다리가 좀더 벌어졌다. 이 정도면 된 것 같다. 일어서서 손을 툭툭 턴 뒤 자리로 돌아갔다.


나이가 많으면 어떠하랴. 발레를 좋아하는 마음만큼은 진심이다. 예전보다 몸은 둔해졌지만 사랑하는 대상에 몰입하는 열정은 그대로다. 나는 다리찢기로 발레를 하고 있음을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