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없는 행성이 되고 싶진 않아

내 이름을 찾기로 했다

by 다다쌤

엄마가 되고 난후 새로운 이름이 생겼다.

"00이 엄마"

아이 이름을 모를 때는 그냥 “애기엄마”라고 불렀다. 당연한 일인지도. 예전에 나도 병원에서 근무할 때 그랬다. 소아환자를 데리고 온 어머니의 이름을 물은 적이 없다. 그저, "000보호자님" 이라 부를 뿐. 병원은 환자 중심이었다.



아이를 키우는 동안 내 이름으로 불리는 일은 점점 줄어들었다. 문화센터에서 친구를 사귀었을 때도 우리는 서로를 00 엄마라고 불렀다. 휴대폰에 번호를 저장할 때도 그녀의 이름으로 적지 않았다.


학창 시절 내 가슴에 붙어있던 이름표를 누가 떼어간 것 같다. 나는 "누구 엄마"가 아닌 나로 불리고 싶었다. 책에서 본 누군가는 엄마라는 존재가 우주보다도 크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우주를 떠도는 작은 행성 같았다. 그것도 이름 없는 행성. 이제는 잃어버린 내 이름표를 찾고 싶었다.


어린 시절부터 선생님이 되는 것이 꿈이었다. 간호학과에 지원한 것도 보건교사가 되고 싶어서였다.

아이는 내년부터 유치원을 다닐 예정이다. 그전에 일하고 싶으면 아이를 봐주겠다던 친정엄마의 말이 생각났다.


친정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학교에서 근무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감사하게도 아이를 봐주겠다고 하셨다. 남편도 잘할 수 있을 거라며 응원했다. 고등학교에 기간제 면접을 본 후 합격했다.


주말 저녁, 내가 가진 옷 중 가장 단정한 옷을 꺼냈다. 내일 입을 첫 출근복이었다. 침대에 누운 나는 새벽녘까지 잠이 잘 오지 않았다. 5년만의 출근이었다.


'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실수하진 않겠지? '


그날밤 꿈을 꾸었다. 꿈속의 나는 가슴에 이름표를 달고 있었다. 이름표에는 아이의 이름 대신 내 이름 석자가 새겨져 있었다. 내가 환하게 미소 짓고 있었다. 이름이 적힌 곳에 손을 가져가 가만히 만져보았다. 남편과 아이는 내 옆에 누워서 밤하늘을 보고 있었다. 까만 하늘에 무수히 많은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오늘은 저 별들 사이에 내 자리도 있는 것 같다.

나는 그날밤 꿈을 꾸었다. 내가 되는 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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