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살, 퇴사하고 대만 한 바퀴
새로 산 핑크색 캐리어를 끌고 숙소로 돌아갔다.
침대에 널브러진 짐들을 차곡차곡 옮겨 담으며 괜히 마음이 뿌듯했다.
'가방에 대만에서의 추억을 가득 담아서 돌아가야지.'
그렇게 나의 충동구매가 시작되었다.
3월 말인데도 대만의 낮은 숨이 턱 막힐 정도로 더웠다.
밖에서 움직이기엔 무리.
결국 시원한 숙소에 틀어박혀 세탁기를 돌리고, 웹툰 몇 편을 읽었다.
그리고 해가 조금씩 기울 무렵-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타이베이에 도착한 지 꽤 됐는데, 아직 시먼딩은 가보지 않았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구글맵에 검색해 보니, 숙소에서 시먼딩까지는 도보로 약 25분.
천천히, 산책 삼아 걷기로 했다.
.
가는 길에 '커부커'에서 밀크티 한 잔.
한국에서는 밀크티를 잘 안 마시는데, 대만에 와서는 평생 먹을 밀크티를 다 마시는 기분이다.
더운 날씨에
밀크티 한 잔을 거의 다 먹을 때쯤, 드디어 시먼딩에 도착할 수 있었다.
시먼딩에 도착했다.
여기서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바로 곱창국수 먹기!
타이베이에는 여러 곱창국수 가게가 있지만, 가장 유명한 곳은 바로 시먼딩에 있는 '아종면선'이다.
사람들이 많았지만, 줄은 금방 줄어들었다.
가쓰오부시와 고수, 곱창 향이 너무 강해서 호불호가 갈린다고 들었는데,
나는 완전 호(好)!!! 최강 호(好)!!! 너무너무 호(好)!!!!
작은 그릇을 시킨 나 자신을 원망했을 정도였다.
국수라기보다 전분이 들어간 걸쭉한 죽 같은 식감.
숟가락으로 떠먹는 스타일이다.
반은 소스 없이 먹고, 나머지 반은 마늘소스와 칠리소스를 추가해서 먹었다.
(소스는 친절하게 한국어로 '소스'라고 적혀 있었다.)
너무 뜨거워서 입천장이 살짝 까졌지만, 그래도 진짜 맛있었다.
다음에 오면 꼭 대자를 먹어야지.
아종면선의 곱창국수를 먹고 나면
행복당 밀크티로 입가심을 하는 게 국룰이라고 한다.
그래서 나도 국룰을 따르고자 했지만...
사람이, 정말 너무 많았다.
게다가 나는 이미 커부커 밀크티를 마셨기에 쿨하게 게패스!
"어차피 아직 시간 있으니까, 한국 가기 전에 한 번쯤은 마시겠지."
행복당 밀크티를 쿨하게 포기하고,
시먼딩의 대표 포토스폿, 무지개 횡단보도로 향했다.
그런데 어떤 유튜브 팀이 영상을 찍고 있었는지 횡단보도 진입을 막고 있었다.
한 외국인 꼬마가 들어가자 소리치고, 나한테도 나오라고 했다.
"전세 냈나.."
소리를 지르든지, 말든지, 무시하고 사진 한 장을 찍고 옆으로 피했다.
썸네일을 몇 장 찍는 것 같은데.... 흠, 별로였다.(메롱이다!)
Tip!) 시먼딩 무지개 횡단보도에서 여유롭게 사진을 찍고 싶다면 차라리 아침 일찍 가는 것을 추천한다.
그 시간에는 관광객은 없고, 대신 차가 지나다니지만
타이밍만 잘 맞추면, 사람 없는 무지개 횡단보도에서 인생샷을 남길 수 있다.
무지개 횡단보도를 지나, 시먼홍러우에 도착했을 때, 마침 프리마켓이 열리고 있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듯, 나는 부스들을 하나하나 구경했다.
마침 헤나 타투를 하는 곳이 있길래, 무척 하고 싶었으나
1시간이나 넘게 기다려야 한다기에 눈물을 머금고 패스하고 시먼홍러우 안으로 들어갔다.
시먼 홍러우 안은 예쁜 소품 가게들이 많았다.
원데이 클래스, 수공예체험, 자체 디자인의 굿즈까지...
나는 대만의 일상을 을담은 일러스트 소품샵에서 너무 귀여운 홍빠오와 아기자기한 스티커 몇 가지를 구입했다. 주변 지인들에게 나눠줄 소소한 선물로 딱 좋았다.
시먼딩 구경을 마치고, 시간을 확인해 보니
근처 한 군데쯤은 더 다녀올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시먼딩에서 가까운 용산사로!
저녁은 다시 시먼딩에서 해결하기로 하고,
용산사로 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