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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도피 #55. 시먼딩을 거닐다.

36살, 퇴사하고 대만 한 바퀴

by 나나

새로 산 핑크색 캐리어를 끌고 숙소로 돌아갔다.

침대에 널브러진 짐들을 차곡차곡 옮겨 담으며 괜히 마음이 뿌듯했다.


'가방에 대만에서의 추억을 가득 담아서 돌아가야지.'


그렇게 나의 충동구매가 시작되었다.




3월 말인데도 대만의 낮은 숨이 턱 막힐 정도로 더웠다.

밖에서 움직이기엔 무리.

결국 시원한 숙소에 틀어박혀 세탁기를 돌리고, 웹툰 몇 편을 읽었다.


그리고 해가 조금씩 기울 무렵-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걸어서 시먼딩까지, 밀크티 한 잔과 함께


타이베이에 도착한 지 꽤 됐는데, 아직 시먼딩은 가보지 않았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구글맵에 검색해 보니, 숙소에서 시먼딩까지는 도보로 약 25분.

천천히, 산책 삼아 걷기로 했다.

.

가는 길에 '커부커'에서 밀크티 한 잔.

한국에서는 밀크티를 잘 안 마시는데, 대만에 와서는 평생 먹을 밀크티를 다 마시는 기분이다.

IMG_3258.JPG?type=w966 커부커
IMG_3260.JPG?type=w966 미키가 그려진 컵이 귀엽다.


더운 날씨에

밀크티 한 잔을 거의 다 먹을 때쯤, 드디어 시먼딩에 도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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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먼딩 = 곱창국수


시먼딩에 도착했다.

여기서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바로 곱창국수 먹기!

타이베이에는 여러 곱창국수 가게가 있지만, 가장 유명한 곳은 바로 시먼딩에 있는 '아종면선'이다.


IMG_3269.JPG?type=w966 아종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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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많았지만, 줄은 금방 줄어들었다.

가쓰오부시와 고수, 곱창 향이 너무 강해서 호불호가 갈린다고 들었는데,

나는 완전 호(好)!!! 최강 호(好)!!! 너무너무 호(好)!!!!


작은 그릇을 시킨 나 자신을 원망했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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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라기보다 전분이 들어간 걸쭉한 죽 같은 식감.

숟가락으로 떠먹는 스타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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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은 소스 없이 먹고, 나머지 반은 마늘소스와 칠리소스를 추가해서 먹었다.

(소스는 친절하게 한국어로 '소스'라고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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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뜨거워서 입천장이 살짝 까졌지만, 그래도 진짜 맛있었다.

다음에 오면 꼭 대자를 먹어야지.




아종면선의 곱창국수를 먹고 나면

행복당 밀크티로 입가심을 하는 게 국룰이라고 한다.

그래서 나도 국룰을 따르고자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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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정말 너무 많았다.

게다가 나는 이미 커부커 밀크티를 마셨기에 쿨하게 게패스!


"어차피 아직 시간 있으니까, 한국 가기 전에 한 번쯤은 마시겠지."




무지개 횡단보도에서 길 막힘을 당하다.


행복당 밀크티를 쿨하게 포기하고,

시먼딩의 대표 포토스폿, 무지개 횡단보도로 향했다.


그런데 어떤 유튜브 팀이 영상을 찍고 있었는지 횡단보도 진입을 막고 있었다.

한 외국인 꼬마가 들어가자 소리치고, 나한테도 나오라고 했다.


"전세 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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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를 지르든지, 말든지, 무시하고 사진 한 장을 찍고 옆으로 피했다.

썸네일을 몇 장 찍는 것 같은데.... 흠, 별로였다.(메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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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시먼딩 무지개 횡단보도에서 여유롭게 사진을 찍고 싶다면 차라리 아침 일찍 가는 것을 추천한다.

그 시간에는 관광객은 없고, 대신 차가 지나다니지만

타이밍만 잘 맞추면, 사람 없는 무지개 횡단보도에서 인생샷을 남길 수 있다.





시먼 홍러우와 프리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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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횡단보도를 지나, 시먼홍러우에 도착했을 때, 마침 프리마켓이 열리고 있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듯, 나는 부스들을 하나하나 구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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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헤나 타투를 하는 곳이 있길래, 무척 하고 싶었으나

1시간이나 넘게 기다려야 한다기에 눈물을 머금고 패스하고 시먼홍러우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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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먼 홍러우 안은 예쁜 소품 가게들이 많았다.

원데이 클래스, 수공예체험, 자체 디자인의 굿즈까지...


나는 대만의 일상을 을담은 일러스트 소품샵에서 너무 귀여운 홍빠오와 아기자기한 스티커 몇 가지를 구입했다. 주변 지인들에게 나눠줄 소소한 선물로 딱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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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목적지는 용산사입니다.


시먼딩 구경을 마치고, 시간을 확인해 보니

근처 한 군데쯤은 더 다녀올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시먼딩에서 가까운 용산사로!


저녁은 다시 시먼딩에서 해결하기로 하고,

용산사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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