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살, 퇴사하고 대만 한 바퀴
환도여행의 마지막 종착지인 타이베이에 머문 지도 벌써 8일째다.
어지간한 관광지는 다 둘러본 것 같아 더 이상 갈 곳이 없다고 느끼던 찰나, 친한 언니와 다음 대만 환도여행의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대화 끝에 이런 아이디어들이 나왔다.
1. 섬나라의 '섬'을 돌아보자.
2. 미식의 나라답게 더 다양한 로컬음식을 먹어보자.
그러다 자연스럽게 '취두부'이야기가 나왔다.
“아! 맞다! 나 대만에 와서 취두부를 안 먹어봤네.”
그 한마디로 급하게 션컹(深坑)행을 결정했다.
아침은 든든하게 맥x닝으로 해결하고, 션컹까지 가는 방법만 대충 확인한 뒤 바로 출발했다.
1. 반난선(블루라인) 시정부역 하차
2. 시정부역 3번 출구에서 912번 버스 탑승
3. Shenkeng Dist.office에서 하차
4. Shenkeng old street까지 도보 2분
912번 버스를 타고 조금만 달리면, 타이베이 시내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한적한 시골 마을을 지나며 '취두부 하나 먹겠다고 여기까지 오다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 공부도 이 열정으로 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약 1시간 정도 지나 션컹에 도착했다.
그런데 도착하자마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우산이 없어 급하게 편의점에서 비닐우산을 하나 구입했다.
아침 일기예보에서는 분명 저녁에 비가 온다고 했는데...
역시 일기예보는 믿을 게 못 된다.
션컹은 타이베이 근교에 위치한 작은 도시로,
맑은 물과 특별한 간수 제도 방식 덕분에 두부로 유명하다. 그래서 대만에서는 '두부의 마을' 혹은 '취두부 마을'로도 불린다.
대만의 상점들은 보통 오전 전 11시쯤 문을 여는데, 나는 그보다 조금 이른 시간에 도착했다. 아직 문을 열지 않은 골목길에는 갓 만든 두부의 고소한 냄새가 은은하게 퍼져 있었다.
어차피 두부를 먹고 다시 타이베이로 돌아갈 예정이었기에, 가게들이 문을 열 때까지 골목을 천천히 돌아다니기로 했다.
대만을 여행하다 보면, 바닥에 지역을 상징하는 그림이 그려진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션컹 역시 '두부 마을'이라는 명성답게 길 위에 두부 제조 과정과 두부를 만드는 사람들이 그려져 있었다.
이런 소소한 요소를 발견하는 재미가 여행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듯하다.
비가 와서인지, 거리는 무척 한산했다.
션컹 옛 거리의 아치형 복도가 무척 인상적이었는데, 빗소리 덕분에 분위기가 더욱 고즈넉하게 느껴졌다.
아, 너무 좋다!
거리 뒤에 위치한 강가까지 꼼꼼히 둘어본 뒤 다시 옛 거리로 돌아오니, 하나둘 가게들이 문을 열기 시작했다. 대부분 취두부를 파는 가게라 고민할 필요도 없이, 사장님과 눈이 마주친 가게로 들어갔다.
고민할 필요도 없이, 바로 튀긴 취두부 한 접시를 주문했다.
사실 한국인에게 취두부는 다소 '혐오 음식' 이미지가 강하지만, 튀긴 취두부는 정말 맛있다.
특히 함께 나오는 고추 양념과 곁들여 먹으면 생각보다 훨씬 먹기 편하다.
중국 유학 시절, 소흥(绍兴)에서 처음 튀긴 취두부를 먹고 반해버렸던 기억이 있다.
오랜만에 다시 취두부를 맛보니, 그때의 즐거운 추억까지 함께 떠올랐다.
튀긴 취두부는 역시나 맛있었다.
특유의 쿰쿰한 냄새는 양배추 절임과 고추 양념이 잡아줘서, 생각보다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었다.
취두부를 다 먹고 나오니, 어느새 비가 그쳐 있었다.
아, 우산을 거의 쓰지도 못했는데, 괜히 샀다는 생각에 조금 허탈해졌다.
하지만 햇빛이 비치자, 아치형 복도가 훨씬 예쁘게 보였다.
그래서 우산 값이 아깝다는 생각은 금세 사라졌다.
'취두부 먹기'라는 기존의 목표를 달성했으니, 이번에는 디저트를 먹어보기로 했다.
먼저 맥아당(麥芽糖).
엿을 굳혀 만든 사탕으로, 매실이 들어간 것과 들어가지 않은 두 가지 맛이 있었다
나는 매실이 들어간 것을 골랐는데, 생각보다 너무 끈적거려 먹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대충 먹고 입가심을 위해 두부 아이스크림 가게로 향했다.
초코, 바닐라, 두부 세 가지 맛 중 고민 없이 두부 맛을 선택했다.
비가 그친 뒤라 날씨가 무척 습했는데, 시원한 아이스크림 한 입이 정말 좋았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튀긴 취두부부터 두부 아이스크림까지, 잘 먹고 잘 놀았다.
개인적으로 션컹은 이 옛 거리를 제외하면 크게 볼거리가 많은 곳은 아니다.
하지만 타이베이 시내를 벗어나 조용한 소도시를 느껴보고 싶은 사람에게는 충분히 매력적인 여행지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작은 팁 하나!
션컹 옛 거리와 타이베이 시립 동물원이 생각보다 가까워서, 두 곳을 묶어 하루 코스로 다녀오는 것도 추천하고 싶다.
짧지만 강렬했던 나의 션컹 방문기는 여기까지!
또 취두부를 먹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