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도피 #69. 타이베이 시립 동물원

38살, 퇴사하고 대만 한 바퀴

by 나나


션컹에서 계획했던 취두부를 먹고,

다시 타이베이 시내로 돌아가던 중이었다.


구글맵을 켜보니 ‘타이베이 시립 동물원’이 바로 근처라는 표시가 떴고, 나는 아무 고민 없이 버스에서 내려버렸다.


그렇다. 어차피 인생은 무계획이다.(응?)


동물원에 갈 계획은 정말 하나도 없었는데... 이런 게 바로 여행의 묘미 아닐까?


IMG_4438.JPG?type=w966


버스에서 내려 조금 길을 걸으니 동물원이 나타났다.

타이베이 시립 동물원의 입장료는 늘 그래왔듯 XXday에서 구입했다.


여행을 하며 적립된 포인트를 모아 결제했더니, 괜히 경제적인 여자가 된 기분이라, 실실-웃음이 나왔다.




타이베이 시립 동물원은 대만 최대 크기의 동물원이다.


따라서 이곳의 모든 동물을 다 보고 나온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였다.

결국, 오늘도 ‘선택과 집중’을 하기로 했다.


일단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대만 동물 구역’부터 구경했다.

대만에 서식하는 동물들이 모여 있는 구역인데, 설표나 흑곰은 무더운 날씨 탓인지 보이지 않았다.

사실 대만의 상징하면 ‘흑곰’이라 꼭 실제로 보고 싶었는데, 조금 아쉬웠다.


IMG_4440.JPG?type=w966


대신 원숭이들은 실컷 봤다.


대만 여행을 하며(특히 남부와 동부에서) 자주 마주쳤던 야생 원숭이들.

바로 코앞에서 봤을 때는 정말 무서웠는데, 몇 번 마주쳤다고 그새 익숙해진 건지, 이제는 그저 귀엽게 느껴졌다.


그리고 코알라 하우스.

IMG_4446.JPG?type=w466
IMG_4447.JPG?type=w466



마음속으로

"귀여워! 귀여워! 귀여워어어어어!"를 천만 번쯤 외치며 계속 코알라들을 바라보았다.


전혀 움직이지 않길래 잠을 자는 줄 알았는데, 그냥 느린 거였다.

코알라의 실물을 본 건 처음이라 코알라들이 움직일 때까지 한참 동안 관찰을 했는데

끝까지 움직이지 않았다.




아침에는 날씨가 흐리고 비까지 오더니,

오후가 되자 햇빛이 따갑게 느껴질 정도로 맑아졌다.


도저히 이 넓은 동물을 걸어서 다 볼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코알라 하우스 옆에 있는 미니 열차를 타기로 했다.


IMG_4451.JPG?type=w966


이 기차를 타면 동물원 가장 위쪽까지 한 번에 올라가 수 있다.

거기서부터 천천히 아래로 내려오며 관람하면 된다.

나름대로는 꽤 현명한 선택이었다!


만약 어린아이와 함께 방문한다면 꼬마기차를 타고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코스를 꼭 추천하고 싶다.

(타이베이 시립 동물원은 정말 넓다!)




미니 열차에서 내린 후, 일단 더위를 피해 펭귄관으로 들어갔다.

건물 안은 시원해서 좀 살 것 같았다.


IMG_4460.JPG?type=w966


펭귄들을 보며 또 "귀엽다!"를 연발했다.

펭귄들을 보며 좋아하는 어린아이들을 보자, 갑자기 조카들이 떠올랐다.


조카들도 펭귄을 보면 엄청 좋아할 텐데, 이 좋은 걸 고모 혼자 보러 왔다는 사실에 괜히 마음이 찡해졌다.

한국에 돌아가면 보여 주려고 열심히 동영상을 찍기 시작했다.


순간 조카들이 너무 보고 싶었다.


IMG_4475.JPG?type=w466
IMG_4480.JPG?type=w466
IMG_4482.JPG?type=w466
IMG_4484.JPG?type=w466


동물원 이곳저곳을 거닐며 코끼리도 보고, 얼룩말도 보았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곳인데, 생각보다 훨씬 즐거웠다.


그리고, 드디어 타이베이 시립 동물원에 와서 꼭 만나야 하는 동물을 보러 왔다.


바로, 자이언트 판다!

사실 나는 한국에서 그 유명한 푸바오도 못 봤던 터라, 이 판다가 내 인생 첫 판다였다.


대만에 와서 드디어 판다를 보다니...


IMG_4492.JPG?type=w966
IMG_4498.JPG?type=w466
IMG_4504.JPG?type=w466


어느 나라든

판다에 대한 사랑은 정말 극진한가 보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한참을 기다린 끝에 겨우 판다를 볼 수 있었다.

사람처럼 앉아서 우적우적, 대나무 잎을 맛있게 먹는 모습이 정말 귀여웠다.


IMG_4506.JPG?type=w966


판다관 2층에서 판다 관련 굿즈들을 구경한 뒤,

벤치에 앉아 미리 챙겨 왔던 물과 간식을 조금 먹었다.


혹시 몰라 비상식량으로 물 한 병과 금산 옛 거리에서 샀던 고구마 간식을 챙겨 왔는데,

당이 떨어질 때마다 하나씩 먹으니

기운이 나는 듯했다.






계획대로 안 되면 괜히 짜증을 냈다.


지금은 그렇게 무리할 힘도 없을뿐더러,

여행은 늘 변동의 연속인데, 그걸로 화를 내면

손해는 결국 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강박적이고 모났던 내 성격도

조금은 둥글게 변하고 있는 걸까?


지금의 내가 좋다.


둥글둥글 살아가야지...


IMG_4518.JPG?type=w966


예쁜 핑크색 홍학을 보는 것을 마지막으로 동물원을 나왔다.


동물원은 생각보다 훨씬 넓고, 3월의 대만은 생각보다 훨씬 더웠다.

동물원을 갈 예정이라면 꼭 시원한 물과 햇빛을 가릴 모자, 선글라스를 챙겨가길 추천한다.


IMG_4525.JPG?type=w466
IMG_4526.JPG?type=w466


숙소로 돌아올 때는 지상철을 타기로 했다.


비가 온다길래 편의점에서 우산까지 샀는데,

하늘이 너무 푸르렀다.


IMG_4532.JPG?type=w466
IMG_4531.JPG?type=w466


타이베이역에 도착하자마자

너무 배가 고파서 허겁지겁 초밥과 레몬주스를 사서 숙소로 향했다.


땀범벅이 되었지만, 씻지도 않고, 일단 초밥부터 입에 욱여넣었다.

그제야 좀 살 것 같았다.




조금은 충동적으로 갔던 동물원이었는데-

색다른 경험을 해서 무척 행복했다

오늘은 왠지 잠을 잘 잘 것 같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찬란한 도피 #68. 대만 소도시여행, 두부마을 션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