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망했으면 좋겠어

홈쇼핑 심리학 에세이 (7)

by 홈PD


“경쟁사 실적은 어땠대?”


홈쇼핑에서 어떤 상품을 론칭하면 반드시 뒤따라 나오는 질문이다.

매출액이 높으면 높은대로, 낮으면 낮은대로 경쟁사의 실적이 궁금해지는 까닭은 비교 대상이 있어야 실제 성공 여부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경쟁사간 실적은 공식적으로 공개되지 않으므로 대략적인 추정만 가능하다)


재미있는 것은 경쟁사 실적이 우리보다 못하다는 얘기를 들으면 팀 분위기가 매우 좋아진다는 점이다. 경쟁사보다 조금 더 팔렸다고 해서 반드시 그 방송이 좋았다는 근거는 없음에도 말이다. 그런 식이다 보니 경쟁사 실적이 우리보다 좋다는 말이라도 듣게 되는 날에는 그야말로 초상집 분위기가 되어버리고 만다.


우리는 타인과의 비교가 우리를 불행하게 만들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실존하는지조차 불분명한 엄마 친구 아들과 비교당하며 살아온 세대 아니던가.

하지만 애석하게도 치열한 경쟁사회에 살고 있는 탓에 비교 스트레스에서 해방되기 힘든 것 또한 사실이다. 방심하면 도태되기 십상인 시대의 직장인들이 겪는 피곤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살리에리 증후군(Salieri syndrome)이란 천재성을 가진 주변의 뛰어난 인물로 인해 질투와 시기, 열등감을 느끼는 증상을 말한다.


하지만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그려진 살리에리는 질투의 화신이라기보단 모차르트라는 천재의 재능을 흠모하다가 좌절을 겪는 2인자의 모습에 가까웠다.


영화의 허구성은 잠시 내려놓더라도, 당대 제일의 궁정음악가마저 열등한 존재로 만들어버리는 비교의 위력은 그야말로 무지막지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비교를 통한 인간의 시기와 질투가 자연스러운 현상임을 추측케 하는 실험이 있다.

일본의 신경과학자 다카하시 히데히코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들로 하여금 옛 동창생들이 사회적으로 성공했을 때와 불행해졌을 때를 상상하게 했다. 그리고 각 상황별로 변화하는 두뇌의 움직임을 관찰했더니 전자의 경우는 고통을, 후자의 경우는 쾌감을 느끼는 부위가 활성화되었다고 한다.


독일어에도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 : 남의 불행을 기뻐한다는 의미)라는 단어가 있는 것을 보면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심리는 거의 전 세계 사람들이 공통으로 갖고 있는 감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인간이 모두 악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다. 이는 단지 우리의 뇌가 효율적으로 작동하려는 습성으로부터 기인한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나보단 뛰어난 누군가를 실력으로 극복하는 길을 택한다면, 많은 공을 들여야 하거니와 시간도 오래 걸린다. 반면 상대를 끌어내린다면 별 노력을 하지 않고도 상대를 나와 비슷한 위치에 서게 만들 수 있다.

요즘 말로 ‘정신승리’라고 할 수 있는데, 물론 이것은 착각일 뿐이며, 본인의 발전에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남을 끌어내리는 방식으로 뇌가 작동하지 않게끔 스스로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


영화 속에서 살리에리는 모차르트의 천재적인 재능을 질투하며 신에게 이렇게 호소했다.


"If you gave me a thirst, you should have given me a talent, too."

“갈망을 주셨으면, 재능도 같이 주셨어야죠”


보통 어떤 대상에 대한 갈망은 자신을 발전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곤 한다. 하지만 저마다 다른 외모를 가지고 태어나는 것처럼, 재능이 모두에게 동등하게 주어지지는 않는다.


모차르트가 음악의 천재라고는 하나 인격적인 결함이 있었음 또한 영화 곳곳에서 드러난다. 어쩌면 살리에리는 모차르트보다 못한 재능에 좌절할 것이 아니라 오스트리아 최고의 궁중음악가로서 자신이 갖추고 있는 덕목에 주목했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물론 영화적인 측면에서만 보자면 그렇다는 말이다)




팀원들에게 매출이 잘 나온 경쟁사 방송을 모니터링해보라고 지시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신기하게도 ‘경쟁사 방송은 우리와 별 차이가 없다’ 거나 '우리보다 못하다'는 보고를 하는 팀원이 많다. 자존심 탓도 있겠지만, 경쟁사 방송이 좋다고 용인하는 순간 그것을 따라잡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테니 인정하기 싫은 마음도 있는 듯하다.

약간의 차이가 느껴졌다면 그 부분만 살짝 개선해도 충분한 것인데, 경쟁사를 깎아내림으로써 현실에 안주하려 는 심리가 느껴질 때마다 팀장으로서 좀 아쉽기는 하다.


헤르만 헤세는 ‘자기에게 지금 부여된 길을 한결같이 똑바로 나아가고, 그것을 다른 사람들의 길과 비교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백번 맞는 말이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비교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상대의 뛰어난 점을 쿨하게 인정하고 배울 것은 배웠으면 좋겠다. 그리고 상대가 갖고 있지 못한 자신의 장점을 인지하고 프라이드를 가졌으면 좋겠다.


타인과의 비교로 좌절하지도 않고 자만하지도 않는 삶을 살아낼 수만 있다면 계속 성장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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