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상씨가 코로나 자가격리로 떠나버리고 아가와 홀로 남겨진 이발랄씨
이발랄씨는 명절 아침에 친오빠가 구워준 장어를 먹을 때만 해도, 불과 일주일 뒤에 이런 상황이 벌어질지 상상하지 못했다. 친오빠의 가족은 모두 코로나 양성이었고, 일주일 뒤 이발랄씨의 남편 이자상씨는 확진되었다. 천만다행으로 이발랄씨와 아가는 음성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이발랄씨와 11개월 아가는 홀로 남겨졌다.
평소에 집에 있으니 갑갑하다고 투덜대고, 이자상씨가 똑바로 하고 있는지 도끼눈으로 감시하고, 아가를 보면서도 문득 끼룩끼룩 바다보러 가고 싶다는 몽상을 몽글몽글 하던 이발랄씨에게, 매운맛 육아가 시작되었다. 이자상씨가 도맡아하던 로봇청소기 관리도, 가습기 청소도, 고양이 방 청소도, 매일 저녁하는 아가 목욕도 모두 이발랄씨의 몫이 되었다. 평소 이발랄씨는 하루 중 이자상씨의 퇴근을 손꼽아 기다렸지만 이제 일곱시가 되어도 아무도 오지 않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이렇게 되고 보니 이발랄씨는 모든 게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코로나 검사를 받으러 갔을 때 천사같은 간호사가 아가를 울리지 않고 조심스럽게 코에 면봉을 넣어준 것도, 떨어질 뻔한 아가의 털모자를 주워준 것도 눈물나게 고마웠다. 둘 중 하나가 아니라 이발랄씨와 아가 모두 코로나 결과가 음성이라 마스크를 쓰지 않고 아가를 돌볼 수 있게 된 것도, 아직까지 아가가 다른 증상이 없는 것도 모두 다 감사하다. 그리고 이럴거면 도와주지 말지-라고 이자상씨를 구박하던 이발랄씨는 이자상씨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그 사려깊은 손길의, 황소같은 눈망울을 한 이자상씨가 그동안 뒤에서 하던 일들을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에 눈물이 핑 돌았다.
전시상황에서, 이발랄씨는 전투력도 회복되었다. 연애를 하며 이자상씨에게 운전을 처음 가르쳐준 것은 이발랄씨였지만 이발랄씨는 결혼한 뒤에는 귀차니즘에 차츰차츰 운전대를 놓아버렸다. 그러나 이자상씨가 양성 판정을 받고, 아가와 코로나 검사를 하러 가야했을 때, 그녀 대신 운전을 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발랄씨는 출산후 처음으로 혼자, 낑낑대는 아가를 카시트에 태우고, 버벅거리며 운전을 하기 시작했다. 닥치니 할 수 있게 되었다. 로봇청소기 사용법은 이자상씨에게 전화로 물었고, 가습기관리까지 다 할 수는 없어서, 양은 다라이에 물을 가득 담아서 아가가 자는 방에 둔다.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는 아가를 위해 고양이방 청소도 놓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발랄씨는 모든 게 어색하다. 이자상씨가 보고싶다. 그건 이자상씨를 사랑하기 때문도 있지만, 그들이 가족이기 때문이다. 이발랄씨, 이자상씨, 아가는 한 방에서 한 식탁에서 같이 자고 먹는 가족이다. 이발랄씨에게는 남편이, 아가에게는 아빠가, 이자상씨에게는 아내와 딸이 필요하다. 둔하고 느린 이발랄씨는 마흔살이 되어서야, 아가와 함께 11개월을 보내고 난 뒤에야 가족의 끈끈함에 대해서 몸으로 깨닫는다. 알지 못하는 사이에, 이발랄씨는 그렇게 엄마가 되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