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정부의 총성없는 세금 전쟁
지난 5월 17일, 나도 세금 보고를 마쳤다. IRS 연방정부에 개인소득 신고서 제출 마감일인 Tax day는 매년 4월 15일 전인데 올핸 한 달이 늦춰진 5월 17일로 변경됐다. 펜데믹 때문이다.
열심히 더하기 빼기 한 2020년 세금 보고 결과, 내가 사는 NJ 주에 $141을 더 내야 한다. IRS 연방정부에선 예년보다 많은 $3,059을 돌려받았다. 지난 4년 간 운영해 오던 airbnb와 가이드 일은 개점휴업 상태가 1년 넘게 지속 중이다. 경제와 일상이 모두 셧다운 된 팬데믹의 직격탄을 맞는 중이다.
작년 5월부터 기 세금 보고를 바탕으로 주와 정부에서 나오는 실업수당을 받고 있다. 그나마 환급금에 한숨 덜었다. 나같이 스몰 비즈니스, 특히 여행 관련 일을 하는 이들에게 2020년은 최악의 한 해였다. 이 팬데믹 때문에 말이다.
사회 취약층 열추적 미사일, 코로나
Tax Day인 지난 5월 17일, 맨해튼 5번가의 한 고급 아파트 앞에 30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 시위를 벌였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의 뉴욕 아파트 앞이다. "억만장자와 기업들은 1조 달러를 벌었다." "부자에게 세금을" 같은 문구들이 그들의 피켓에 적혀 있다. 아파트 주변을 돌고 있는 트럭엔 웃고 있는 제프 베이조스 얼굴에 도발적인 문구가 쓰여 있다. "tax me if you can!"
시위를 벌이고 있는 이들은 가난하거나, 부자를 증오하거나, 좌파라 불리는 자들이 아니다. CNBC가 보도한 이들 시위대는 연간 수입이 100만 불에서 500만 불 이상의 자산을 가지고 있는 'The Patriotic Millionaires애국적인 백만장자' 회원들. 택스 데이에 맞춰 뉴욕과 워싱턴 D.C. 등지에서 부자들에게 정부의 엄중 과세를 요구하는 시위였다.
"제프 베조스는 미국 세금법의 총체적 어리숙함을 보여주는 상징입니다. 기술로 돈을 번 이 재벌은 지금 5천5백억 원짜리 127미터 크기의 요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
이 단체 설립자 겸 회장 에리카 페인은 CNBC와 인터뷰에서 팬데믹 덕에 세계 최고 부자가 된 아마존 창립자를 인용해 거대 부자에 관대한 미국 세법을 비난한다. 뉴욕포스트는 베조스가 메가 홈을 만들기 위해 뉴욕 빌딩에 있는 아파트 3채에 8천만 달러를 썼다고 보도했는데 1년 후 베조스는 같은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1600만 달러짜리 집을 추가로 구입한다. 페인 회장은 자산 86 빌리언으로 세계 최고 부자로 등극된 제프 베이조스의 재산은 그가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2010년부터 이 단체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는 디즈니 상속자 아브리겔 디즈니도 백만장자에게 유리한 현 미국의 세금 제도를 비난한다.
"전염병이 진행되는 동안 가난한 이들이 목숨 걸고 출근해 일 한 덕분에 부자들은 집에 머물 수 있었습니다. 생명을 구하는 필수 직군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집에서 안전히 머문 부자들보다 비례적으로 더 많은 세금을 내고 있습니다."
4월 3일 영국 가디언 지와의 인터뷰에서 아브리겔은 가난한 이들의 희생으로 안전이 보장되었다면 부자들은 세금으로 보답하라고 일갈한다. 팬더믹이 우리 사회 저층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드러나게 했다면서 말이다.
가디언 지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250만 명 이상의 목숨을 빼앗아 갔을 뿐 아니라 1억 5천만 명을 '극도의 빈곤'으로 추락시켰다는 세계은행 보고서의 내용을 인용한다. 보고서는 코비드-19 바이러스가 우리 사회 가장 취약한 곳을 찾아 공격하는 '열추적 미사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Ben & Jerry 아이스크림 공동 창업자, 뉴질랜드 최대 소매업체 창립자, 오스카 핫도그 재단 상속자 등 200여 명의 회원을 거느린 'The Patriotic Millionaires movement 애국적인 백만장자 운동' 은 스스로를 "자랑스러운 반역자"로 묘사한다. 이들 단체 공식 블로그엔 왜 이들이 부자 과세를 위해 싸우고 있는지 설명한다.
"우리는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백만장자, 억만장자, 부유 기업의 금리를 인상하는 국세법 개정을 방해하는 이들에게 대한 공격을 시작합니다. 이기적인 억만장자, 월가의 거물, CEO들은 미국 국민을 희생시키면서 그들의 특별 세금 감면 혜택을 보호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낙수효과는 없다
"누구나 억만장자, 백만장자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합니다. 국내 최대 기업 55곳의 작년 한 해 연방 세는 O원이었습니다. 이 기업들은 400억 달러 넘는 수익을 올렸지만 조세 피난처 등을 통해 세금을 회피했습니다. 그들은 세금의 허점과 공제로부터 이익을 얻었습니다... 미국 기업들과 가장 부유한 1%의 미국인들은 이젠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합니다."
지난 4월 28일, 취임 후 첫 번째 의회 연설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최상위 기업들에 대해 제대로 된 과세를 하겠다고 선포한다. NYT는 이 날 바이든 대통령이 가장 부유한 이들의 세금을 인상해 미국의 사회 구조를 재정립하겠다는 야심 찬 의제를 발표했다고 평했다.
5월 3일 버지니아에서도 대통령은 같은 내용의 연설을 한다.
"낙수효과는 경제적으로 효용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굳이 도움이 필요 없는 이들에게 너무도 오랫동안 여러 혜택들을 주어왔습니다. 이젠 맨 아래 이들을 도와야 합니다. 열심히 일하는 이들에게 그 혜택이 직접 돌아가게 해야 합니다."
작년 10월 프란치스코 교황에 이어 바이든 대통령도 낙수효과를 비판했다. 재벌과 거대 기업 투자로 국민 경제를 살린다는 이론은 더 이상 실효성이 없다고 말한 것. 바이든 대통령은 기업 증세를 통해 2조 2500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계획을 마련하자고 제안한다. 1조 8000억 달러 규모의 새 계획은 고소득 개인에 대한 증세를 통해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부유층과 기업에 대한 세금 인상은 공정성의 문제라고 말한다. 미국 억만장자들의 순자산이 증가한 대유행 기간 동안 일자리를 잃은 수백만 명의 중산층들이 있었다며 부자 증세야말로 미국 전체를 위한 길이라 한 것이다.
버니 샌더스와 엘리자베스 워렌 상원의원들이 앞장서 환영하는 바이든 대통령의 부자 증세 의지에 내 일인 듯 반대하는 미국 언론은 눈에 띄지 않는다. 사주가 제프 베이조스인 워싱턴 포스트도 이와 관련한 가장 최근 기사 제목은 <부자 세금 부과에 터무니없는 새 주장 펴는 공화당>이다.
대통령은 40만 달러 미만 개인이나 가구는 세금 인상 계획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맹세했다. 그러나 세금 인상 자체를 거부하는 공화당은 대유행 침체에서 회복되는 과정에 경제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한다. 법인세 인상은 기업 투자와 성장에 타격을 줄 것이며 기업은 임금 인하로 노동자 주머니를 가볍게 할 것이라는 논리다.
그러나 여론은 바이든 대통령에 기울어있다. 4월 30일 퓨리서치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10명 중 8명은 일부 기업과 부자들이 공정한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 보수적인 Fax 뉴스도 4월 여론조사 응답자의 56%가 기업과 기업에 대한 세율을 인상해서 인프라 확충에 사용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 여론조사 응답자의 58%는 기업의 법인세율을 28%로 올리는 것을 지지한다고 했다.
기업들의 조용한 로비와 야당의 비협조속에도 부자 증세는 미국 경제를 성장시키고 미국 내 재정 상태를 향상할 수백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공감대는 충분히 형성된 것 같다.
Space X와 Tax
제프 베조스, 일론 머스크 그리고 Virgin Air로 유명한 라처드 그랜손의 공통점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부자라는 것 말고도 이들 모두 우주 로켓 프로젝트를 실현시키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2020년 12월 9일 블룸버그는 이들의 우주 경쟁이 세금 감면으로 힘을 얻고 있다는 기사를 쓴다. 스페이스 X와 블루 오리진 그리고 Virgin Galactic은 파운더들의 우주에 야망을 충족해 주는 동시에 빈곤퇴치와 일자리 창출 등의 명목으로 엄청난 세제 혜택을 확보했다고 전한다. 기사는 뛰는 정부에 나는 재벌이란 생각이 들게 한다.
<진지하게, 부자에게 과세해>라는 Vox의 기사는 이런 부자들의 습성을 꿰뚫고 진지하게 충고한다. 소수에게 엄청난 부의 집중이 생기면 되면 그 소수는 더 큰 힘의 집중으로 이어지게 된다고. 이들이 세법을 피하지 못하게 충분히 견고하게 만들어 과세하게 해야 한다고 말이다.
지금 미국은 선출된 권력과 자본으로 무장된 재벌들과의 총성 없는 세금 전쟁이 치열히 벌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