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빅 테크기업을 규제하려는 이유
"모든 아마존 직원들과 아마존 고객들에게 감사하고 싶습니다. 이 모든 비용을 여러분들이 냈기 때문입니다.”
아마존 설립자 제프 베조스가 자신의 로켓 시험 비행을 마치고 인사했다. 그의 말대로 이 천문학적인 여행을 가능하게 해 준 이들은 1,298,000명의 아마존 직원들과 전 세계 1억 5천만 이용자들이었기 때문이다. 민간 우주여행 시대가 열렸다며 공중파에서 생중계까지 해준 억만장자의 '우주 도전'에 여론은 의외로 냉랭하다. 팬더믹이란 인류의 재앙 속에 수백 배 불어난 빅 테커들의 자산 규모와 간호사보다 낮은 그들의 절세가 재조명되었다. 그 보통 사람들을 대신해 전 노동부 장관 라이시 교수가 불편함을 말했다.
"제프 베조스의 레크리에이션 우주여행 비용은 분당 1억 4000만 원입니다. 그런데 우린 여전히 억만장자들에게 세금을 부과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논쟁 중이네요."
거부할 수 없는 제안
작가 브레드 스톤이 아마존에 대해 쓴 <The Everything Store>란 책엔 Quidsi라는 기저귀를 팔던 스타트업이 어떻게 문을 닫게 됐는지 소개된다. 이 신생 회사를 주목한 베조스는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라며 퀴지 회사를 아마존에 팔 것을 종용한다. 신생 회사가 제안을 거부하자 아마존이 자사 기저귀 가격을 30%까지 할인 판매하기 시작한다. 신생업체 사이트의 매출이 축소하자 투자자들이 더 이상의 투자를 망설이게 된다. 그 사이 아마존은 엄청난 할인 혜택과 무료 배송이 있는 <아마존 맘>이라는 자사 서비스를 시작한다. 결국 퀴디 이사회는 아마존에 회사를 매각해야 했다. 회사 관계자는 약 3개월 동안 아마존은 1억 달러의 손실이 발생했을 것이라 말한다. 몇 년 후 <아마존 맘> 서비스는 문을 닫았고 신생 회사의 전자 상거래 사이트도 폐쇄된다.
이 책을 소개한 잡지 Vox는 애플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많다고 말한다. 애플은 개발자들로부터 자사 앱스토어 정책에 대한 불만을 계속 듣고 있다. 그러나 아마존이나 애플 모두 시장 지배적인 대형 플랫폼에 공급업체들은 참여하는 것 외엔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게 현실이라는 것이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미국 정보 기술 산업에서 가장 크고 지배적인 5개 회사를 일컬어 빅 테크 Big Tech라고 부른다. 7월 29일 뉴욕 타임스는 <지구보다 더 커진 빅 테크>라는 칼럼에서 이들이 지금 얼마나 엄청난 수입을 올리고 있는지 나열한다.
- 애플의 지난 3개월 이익은 팬더믹 이전 미국 5대 항공사 연간 이익의 두 배.
- 구글의 4, 5, 6월 광고 수익은 모든 미국인들의 한 달 자동차 기름값
- 마이크로소프트 자회사 중 하나인 링크드인 연간 매출은 팬더믹 수혜기업인 Zoom 연간 매출의 4배.
- 지난 1년간 아마존의 전자 상거래 수익은 1090억 달러 증가했는데 이는 월마트가 9년 만에 달성한 수치 등등
그래서 지난 7월 말 이들 5개 회사가 발표한 회사의 2분기 실적도 천문학적이다. 이들 빅 5 기업의 총매출은 3천316억 달러,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85% 증가한 825억 달러다. 그중 최고인 애플은 241억 달러의 영업 이익을 냈고 194억 달러의 구글은 마이크로소프트를 넘어섰다. 이들은 3분기는 2분기와 다를 것이라 얘기한다. 반도체 칩 부족과 코로나 수혜 등이 줄어들며 성장세가 주춤해질 것이라며 하향 전망 중이다.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빅 테크
"이제 자율 규제의 시대는 끝났습니다. 자율 규제는 우리의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상원의 초당적인 찬성으로 바이든 행정부의 초대 연방무역위원회 위원장이 된 리나 칸 청문회장에서 소위원장이 말했다. 우리의 공정거래 위원장 격인 리나 칸은 '반독점 선구자'란 별명처럼 산업화 시대 만들어진 미국의 반독점법을 재해석해 새로운 형식인 빅 테크 기업의 독점적 지위 견제를 위한 논문으로 유명한 이다.
'망 중립성'이란 말을 처음 만들어낸 반독점법 전문가 팀 우 교수를 백악관 국제 경제위원회 자문으로 영입한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의 공정거래위원회 같은 연방 무역 위원회 위원장으로 30대의 리나 칸을 지명한 후 지난달 말 법무부 반독점국장으로 조나단 캔터를 임명했다. 연방거래위원회 출신으로 구글에 대한 반독점 소송으로 구글을 저격하던 이다. 칸, 칸터, 우로 이어지는 삼각 편대는 걷잡을 수 없이 비대해져 가는 빅 테크 기업들을 규제해야 한다는 미국 사회의 강한 의지를 표현한다.
이로서 연방정부와 테크업체 간의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독점 금지와 시장 경쟁 같은 문제에 대한 이들의 인식은 느슨했던 과거 정부와 완전히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의회도 입법으로 규제에 힘을 싣고 있다. 6월 24일, 하원 법사위는 이들 빅 테크를 겨냥한 5개의 독점금지법을 통과시켰다. 빅 테크 기업들이 잠재적 경쟁사 인수를 금지하는 내용과 플랫폼 사용자의 개인정보 사용에 관한 내용 등이다. '플랫폼 독점 종결 법'의 경우, 아마존 구글 같은 플랫폼 업체의 특정 사업을 막을 수 있고 플랫폼 경쟁 및 기회 법, 호환성 및 경쟁 증진법, 합병 수수료 현대화법 5건이 모두 상임위를 통과한 상태다.
법사위 반독점 소위원회 의장은 민주당이지만 공화당과의 공조를 강화해 법안은 초당적인 협조로 무사히 통과됐다. 그러나 테크 기업들의 조직적 반발로 만만치 않은 상태다.
"당신들의 노력은 윤리 기준을 강화하기보다는 규제기관을 괴롭히고, 공정위를 해체하며,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이라는 인식을 더해줄 뿐이며, 이러한 노력을 즉각 중단해야 합니다."
8월 4일, 엘리자베스 워렌을 포함한 민주당 네 명의 상원의원은 아마존과 페이스북 CEO에게 서한을 보냈다. 6월, 초당적인 상원 표결로 인준된 공정위 위원장에 대한 빅 테크 회사들의 압박을 중단하라는 경고 편지다. 아마존과 페이스북은 칸 FTC 위원장에 대한 기피 신청을 제출한 상태다. 운신의 폭이 좁아진 칸 위원장에 대한 엄호 사격에 상원 의원들이 직접 나선 것이다. 빅 테크 기업들에겐 저승사자와 같은 FTC 위원장 보호를 위해 상원의원들의 파워를 쓰고 있는 것이다.
"당신들의 근본적 걱정은 칸 의장의 전문성과 연방 독점 금지법에 대한 해석을 두려워한다는 것으로 보입니다."라면서.
미국 경제의 다음 100년을 위해
"중국과 전 세계를 상대로 경쟁해야 하는 빅 테크 기업을 옭아매는 게 과연 미국에 옳은가?"
빅 테크 규제에 대한 반론으로 항상 나오는 논리다. 많은 미국인들의 대답은 Yes이다. 미국 독립전쟁을 촉발시킨 보스턴 티 파티 사건은 차를 독점 공급하던 영국에 대한 항의였다. 미국 헌법에 반 독점 옹호 조항이 생긴 기원이다.
바이든 정부의 국제 경제위원회 자문 팀 우의 저서 <빅니스>엔 독일 나치 정권과 일본 군국주의 배경에 독점기업이 있었다고 말한다. 브라질 은행에서 돈을 빌려 전 세계 육가공업체를 사들였던 브라질 육류회사 JBS의 몰락이 최악의 브라질 경제 침체를 가져왔고 현 보우소나루 정권을 등장시켰다 얘기한다. 국가 독점 통신 기업 NTT를 보호하다 인터넷 혁명 과정에서 퇴출당하는 일본의 사례와 미국 유럽 시장을 독점하는 안경 브랜드 룩소티카의 5000% 마진 사례들도 나온다.
이에 반해 반독점법이 적극적으로 시행됐던 미국은 IBM과 인텔, MS, Epson 등이 성장할 수 있었고, 구글과 애플이 출현할 수 있었던 기저에는 MS 끼워팔기에 제동을 걸었던 클린턴 정부의 규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우 교수는 지난 100여 년간 미국 경제를 얘기하며 기억해야 할 사람으로 브랜다이스라는 변호사를 얘기한다. 그는 당시 정유산업을 독점하던 스탠더드 오일을 여러 개로 쪼갰고 JP 모건의 미국 철도 통합과 맞서 싸웠던 이다. 그는 국가의 역할을 자유방임도 사회주의-파시스트도 아닌 '정원사'라 했던 이다.
미국은 그 정원사 자리에 팀 우와 리나 칸, 조나단 캔더가 거대 공룡 기업들과 싸우고 있다. 앞으로 100년의 미국은 이들 싸움의 결과일 것이다.
“현재 규제되지 않은 기술 독점회사들이 우리 경제에 너무 큰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은 승자와 패자를 선택하고, 중소기업을 파괴하고, 소비자에게 가격을 올리고, 서민들을 실직자로 만드는 독특한 지위에 있습니다. 우리의 의제는 운동장을 평평하게 하고, 최고 부자들과 가장 강력한 기술 독점 기업들이 같은(공정한) 규정으로 활동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빅 테크를 겨냥한 5개의 법안들을 주도한 시실리니 반독점 소위원장의 성명이다. 미국의 경제가 세계 최고였던 이유가 여기에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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