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현정 Hyunjung Choi Oct 14. 2021

르브론도 빌리아일리쉬도 봤다구?

전세계 메가 히트작 오징어게임 현상

"Netflix and Chill?"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은수가 상우에게 건넸던 말, "라면 먹고 갈래?" 영어 의역엔 넷플릭스가 들어간다. 그 넷플릭스가 미 동부시간 10월 12일 18시,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특별 알림을 했다. 


"스퀴드 게임은 공식적으로 1억 1천1백만 명의 가구에서 시청했고 넷플릭스 사상 최대의 흥행작이 되었습니다."


지난 9월 17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첫 선을 보인 <오징어 게임>은 미국 포함, 공식 서비스되는 94개국 모두에서 1위를 차지했고 전 세계 2천9백만 가입자 중 1/4가 시청한 최고의 성적을 기록했음을 알렸다. 


드라마 출시 후 약 3주, 미국 거의 모든 미디어와 주변의 높은 관심 속에 접한 발표였기에 이런 뉴욕타임스의 호들갑스러운 제목에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오징어 게임 못 봤다고? 이건 절대 놓치면 안 됩니다"


밈, 짤, 인증샷, 패러디...


"어, 난 다 봤어. 너도? 다 봤어? 다 끝냈어?" 


10월 13일, NBC 스타 르브론 제임스가 경기 후 기자회견을 마치고 나오며 나눈 대화가 화제다. 


"난 결말이 맘에 들지 않더라. 시즌 2를 하는 건 알겠지만, 아니 비행기에 올라가 딸을 보러 가라고? 이게 도대체 뭐야!!"


다음 기자회견을 준비하는 동료와 무대 위에서 나눈 짧은 대화는 현장에 있던 누구도 알 수 있는 주제였다. 경기를 앞둔 르브론도 <오징어 게임>을 9편까지 다 본 것. 


이틀에 걸쳐 끝냈다는 빌리 아일리쉬의 다크셔클 짙은 인증샷이나 NFL 풋볼 중계방송에서 슈퍼볼 여정에서 '탈락'된 팀은 오징어 게임처럼 죽는다는 비유도 듣는다. 


10월 11일, CBS 더토크 The Talk에 새 앵커 나탈리에가 영화 속 캐릭터로 분장해 처음 시청자와 인사했다. CSI 연구소에서 시신을 부검하던 나탈리에는 007 제임스 본드와 위험한 자동차 추격전을 벌이다 순식간에 옷을 갈아입고 오징어 게임에 합류한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다 오물을 뒤집어쓰고 도망가던 그를 구해준 건 핑크색 제복의 진행 요원, 앞으로 나탈리에를 도와 이 쇼를 함께할 사람이었다. 


한 주 전, NBC 투나잇 쇼 Tonight Show 호스트 지미 펠론도 초록색 트레이닝복을 입었다. 긴장한 얼굴로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뽑기를 하다 꽝이 된 그는 오징어 게임 주인공들의 출연을 광고했다. 


미국의 대표적 아침 프로인 ABC 방송의 굿모닝 아메리카도 오징어 게임 열풍을 분석한다.  


"모든 사람들이 <오징어 게임>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제작된 폭력적인 스릴러 서바이벌 게임이 이런 열풍을 모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볼까요?"

"넵, 이건 현상이라고 부를만합니다. 로튼토마토에서 거의 100에 가까운 평점을 얻고 있고 90여 개 나라에서 1위에 등극 중이죠. 한국어로 된 드라마고 매우 폭력적인 내용이지만 전 세계 수백만의 인기는 잦아들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퀸스 갬빗 The Queen's Gambit이 체스판이 동나게 했고 산드라 블록의 버드 박스 Bird Box땐 눈 가린 짤들이 양산됐었다. 타이커 킹 Tiger King 다큐로 호피 무니 레깅스가 유행하긴 했지만 지금 오징어 게임에 비하면 조족지혈이었다 싶다. 


"대박, K-드라마 파이팅!"


"큰 병원의 유일한 한국인 직원인데... 다들 오징어 게임 봤어? 한국말 좀 해줘. 이젠 지겨울 정도예요.ㅎ"

"아들이 K드라마를 잘 모르데 직장 동료들이 자꾸 물어봐서 주말에 몰아 봤대요. 다음 시즌은 언제 나오냐고 하네요."

"아시안 드문 미국 남부에 사는 학부모인데 여기 거의 모든 고등학교들에 Kpop 클럽이 있어요." 


미국 한인 주부모임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 케이팝, K 영화, K드라마에 대한 호감이 몇 년 사이 급격히 높아진 걸 느낀다. 한글에 관심도 비례한다. 

로이터는 랭귀지 앱 두오링고Duolingo의 이용자 수 변화를 분석했는데 오징어 게임이 처음 방송된 9월 말에서 2주 동안 한국어 신규 사용자는 영국 76%, 미국 40% 증가했다. 현재 이 앱엔 790만 명이 한국어 사용자가 있는데 이는 힌디어 다음의 빠른 성장세라고. 한국 정부가 운영 중인 세종학당엔 현재 76,000의 학생이 등록되어 있고 K 컬처의 영향으로 전 세계 약 7,700만 명이 한국어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오징어 게임 팬임 자임한 마블 영화감독 타이카 와이티티 Taika Waititi도 그런 안타까움을 느끼는 유명인이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한국 드라마를 가장 잘 즐길 수 있는 방법으로 영어 더빙이 아닌 원어 시청을 권했다.  


"영어로 더빙된 오징어 게임은 보지 마세요." 

"난 개인적으로 한국 영화의 사운드를 좋아하는데 넷플릭스가 첫 번째 옵션으로 영어를 제시해 놀랐어요." 

한국어 수강자 증가를 보도한 로이터는 한국을 아시아 4위의 경제대국으로 BTS와 기생충, 미나리 같은 깊이 있는 내용의 영화를 포함한 활기찬 대중문화로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덧붙인다. 


이런 와중에 옥스퍼드 영어사전 최신판엔 오빠, 대박, 먹방, K-드라마, 스킨십, 파이팅 등 26개의 한국어 단어가 새로 등재되었다. 영어는 그만큼 더 섬세하고 다양한 표현이 가능한 언어가 됐다. 더 많은 교류와 영향으로 한국어의 풍부함과 아름다움을 지켜가야 할 것 같다. 


문화 선진국 DNA


<넷플릭스 주식을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린 '오징어 게임'> 하이프비스트 10/1/2021

<오징어 게임의 빚은 양날의 칼; 타인에 대한 우리의 의무에 대해 놀랄 만큼 부드러운 성찰을 하게 하는 > 더 아틀란틱 10/1/2021

<K-Pop에서 오징어 게임까지, 한국 소프트 파워와 경제를 끌어올리다> 블룸버그 10/6/2021

<오징어 게임의 아포칼립스는 바로 지금> 벌추어 10/8/2021


전 지구적 현상이 된 <오징어 게임>에 관해 수많은 기사와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공중파나 영화 관련 사이트뿐 아니라 각종 전문지와 경제지에서도 활발하다.


<Squid Game>이란 단어는 팬데믹으로 양극화가 심화된 현실을 설명하는 텍스트로 정치와 경제에서도 언급되고 있다. 매체들은 한국의 역사와 사회에 대한 설명도 곁들인다. 독재와 재벌이 결합된 경제 성장, 부동산으로 대표되는 한국 사회의 불평등에 대해 얘기한다. 한국이 자본주의 아포칼립스를 뛰어나게 묘사하는 이유다. 

그러나 외국 사는 한국인이 보기엔 부족한 분석이다. 더 정확한 분석을 위해 일제강점기와 한국 전쟁을 알아야 하고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교육열은 필수. 남을 위한 희생정신이 뜨거운 민주화 운동과 민주 정부를 만들어냈고 촛불과 탄핵으로 대변되는 시민 참여는 자신감과 자부심이 되었다. 연이은 메가 문화 결과물 뒤엔 근성과 창조적 아이디어, 비판적 사회의식과 뜨거운 에너지가 녹아있는 것이다. 


이렇게 외국 친구들에게 해줄 얘기가 좀 많다. 문화로 타인을 사로잡는다는 것, 한국인으로서 매일 좀 뿌듯한 요즘이다. 














   









작가의 이전글 "친척의 친구가백신 맞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