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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현정 Hyunjung Choi Nov 01. 2021

"2명 아웃, 8명 남았네"

 바이든 정부에 드리운 트럼프 그림자

한 쇼핑몰에 신상 티셔츠가 올라왔다. 27.99달러짜리 이 티에는 문장 두 개가 커다랗게 인쇄되어 있다. 


"총은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 알렉 볼드윈이 죽인다."


알렉 볼드윈은 우리가 아는 그 배우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 시절 NBC 풍자 코미디 SNL에서 트럼프를 연기했던 63세의 연기파 배우의 이름이다. 2주 전, 영화 리허설 현장에서 알렉 볼드윈이 발사한 총에 1명이 숨지고 1명이 중상을 입은 비극적 사고에 대한 조롱이었다. 이 쇼핑몰의 주인은 트럼프 전 대통령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다. 그 메인 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다른 상품 문구도 별반 다르지 않다. 


"파우치(미 국립 전염병 연구소 소장)는 구라꾼"

"누구나 미치광이 낸시(미 하원의장) 아줌마가 있지."


'진실'이란 이름의 트럼프 플랫폼


전 대통령 아들이 운영하는 쇼핑몰엔 백신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고 현 정부에 대한 반감 가득한 문구의 상품들로 가득하다. 그중 다양하게 인쇄된 FJB, Let's go Brandon은 트럼프 지지자들이 조 바이든 대통령을 조롱할 때 쓰는 말이다. 전 대통령 맏아들은 쇼핑몰 접속자에게 호소한다. 이메일 리스트에 등록하는 것은 검열과의 싸움에 큰 힘이 된다고 말이다. 


아들의 쇼핑몰과는 차원이 다르게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 미디어 플랫폼 출시를 준비 중이다. TRUTH Social이라는 이름의 플랫폼으로 트럼프는 자신을 차단시킨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빅 테크 기업들과 맞서겠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트위터에선 탈레반이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는 세상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미국 대통령은 침묵을 강요당하고 있습니다. 이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지난 1월 6일, 트럼프 대통령은 의사당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연설했다. 11월 선거에서 광범위한 부정이 벌어졌고 그로 인해 자신이 억울하게 졌다고. 이후 발생한 의사당 폭동으로 다섯 명이 사망했다. 이후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주요 소셜 네트워크에서 트럼프 계정은 폐쇄됐다. 


"너무나 오랫동안 빅 테크들은 우리 보수의 목소리를 억압해 왔습니다. 오늘 밤 저의 아버지는 모든 사람들이 그들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플랫폼 제작에 최종 서명했습니다." 


트럼프의 장남은 20일 폭스뉴스에 나와 미국인들의 목소리를 담기 위해 아버지의 사업이 착착 진행 중이라 인터뷰했다. 


그러나 자신감 있는 발언과는 달리 10월 21일 로이터 통신은 아직 어떠한 거래도 체결된 것이 없어 보인다고 전한다. 같은 날 워싱턴 포스트는 트럼프 미디어 출범 선언 후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테스트 버전에 해커들이 침입, 트럼프 이름으로 된 계정에 돼지 사진을 게시했다고 보도했다. 


NPR은 플랫폼인 트루스 소셜을 발표하는 보도자료엔 익숙하게 보아 온 트럼프식 자신감이 있지만, 이 벤처의 지속가능성과 많은 세부 사항이 불분명하다 전한다. 


합리적 공화당원의 입지


"글렌 영킨은 합리적인 공화당원이 아닙니다. 그는 카키색 옷을 입은 도널드 트럼프입니다. 트럼프의 애완견이 버지니아 주지사가 될 수 있을까요? 절대 안 됩니다." 


10월 23일 버지니아주 리치먼드, 오바마 전 대통령이 지원 유세에 나선 버지니아 주지사 유세 현장에서 민주당 후보 테리 매컬리프가 목소리를 높였다. 11월 2일 실시되는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는 바이든과 트럼프의 대리전 양상이 되어 버렸다. 민주당의 아성이었던 이 지역에 도전장을 내민 이는 재산 5000억 원의 억만장자로 세계적 사모펀드 그룹 대표 출신이다. 26일엔 바이든 대통령까지 버지니아로 출동해 민주당 후보의 당선을 호소했다. 


그러나 투표 하루를 앞둔 두 후보의 지지율은 막상막하, 공화당 후보가 막판 상승세를 타는 중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실정도 큰 걸림돌이다. 아프간 철군, 백신 의무화 논란, 상승하는 물가 등의 실질적인 문제가 집권당에 대한 지지를 꺾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538에 의하면 10월 31일 현재 바이든에 대한 지지율은 43.0%, 비지지는 51.2%다. 8월 말 아프간 철군을 전후해 역전된 그래프가 더 벌어지고 있는 상태. 


이런 와중에 지난 1월, 의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을 던졌던 공화당 의원 10명 중 2명이 불출마 의사를 표명했다. 당내 경선에서 입지가 좁아졌다는 판단에서다. 공화당의 미래를 이끌 능력과 경험이 있는 이들이었다. 공화당 내 트럼프의 보복 정치가 여전히 벌어지고 있는 반증이라 분석된다. 


"진실은 모든 미국인들이 알아야 합니다." 불출마하는 6선의 40대 젊은 공화당 의원은 억울해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환영했다. 아주 짧게.


"2명 나갔고 8명 남았군." 


미국 정치의 한 축인 공화당 내 합리적이고 의욕적인 선량들의 입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들의 능력과 가능성과 업적과 무관하게, 단지 트럼프와의 관계에 따라서 말이다. 


트럼프 2024?


"트럼프와 함께 4년을 보낸 후, 세계는 지금 바이든 정부의 정책이 미국 정치의 지속적인 새 방향인지 아니면 2024년에 트럼프 주의가 다시 돌아올지 매우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10월 28일 워싱턴 포스트지는 나토 사무총장을 지낸 라스무센 전 덴마크 총리의 말을 전한다. 그는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바이든 대통령이 동맹국들에게 미국이 변했다는 것을 납득시키는 게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이라며 세계 지도자들이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를 주시하면서 민주당이 패배하거나 근소하게 이길 경우, 경고의 신호로 볼 것이라 말한다. 


지금 미 공화당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과 이어진 투표의 결과에서 2024년 트럼프가 다시 등장할 수 있다는 나라 밖 우려의 시선이다.


이러한 상황은 외교통 바이든 대통령이 득점할 수 있는 외교 무대에서 큰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국내외 수많은 악재 속에 외롭게 고군분투 중인 현 대통령의 발목을 잡는 가장 큰 악재는 수많은 비리와 부정과 거짓 속에서도 여전히 건재한 '트럼프'다. 오는 20일 79세가 되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주름이 더 깊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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