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우두커니 앉아 있습니다. 미동 없는 몸. 한참 동안 바라보아야만 가쁘게 발록거리는 가슴팍이 보입니다. 얕은 호흡이 힘겹게 이어집니다. 하루 종일 제대로 먹은 것이 없는데, 아이의 자그마한 배가 풍선처럼 부풀어 있습니다. 가슴부터 가파르게 솟은 배가 거대한 부피를 자랑합니다. 깡마른 팔과 다리와 대조를 이뤄 기이한 형상을 완성합니다.
아이의 눈꺼풀이 느리게 닫히고 열리기를 반복합니다. 허공을 바라보고 있지만 초점을 잃은 텅 빈 눈동자에는 아무것도 담기지 않습니다. 무언가를 담아낼 공간이 없어 보입니다. 고사리 같은 손이 윗옷의 끝자락을 만지작거립니다. 더듬거리는 손길에 아무런 힘이 실리지 않습니다. 의미 없는 움직임이 반복됩니다.
긴 시간 같은 장면이 이어집니다. 주변은 바삐 흘러가는데 아이의 시간만 멈춰있습니다. 어둑해진 저녁. 선생님의 부축을 받은 아이는 가까스로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한 발 한 발 제 힘으로 걸음을 옮깁니다. 자신을 바라보는 남자의 품까지 걷는 길이 가깝고도 멉니다. 대수롭지 않게 자신을 안아올리는 남자에게 힘없이 몸을 내맡깁니다. 인형처럼 축 늘어진 팔다리가 흔들립니다. 화면 너머로 아이가 사라집니다.
아이의 마지막 기록은 만 천하에 공개됐습니다. 전 국민이 울분을 토했습니다. 인간의 탈을 쓴 악마에 대해 논했습니다. 저는 혐오와 증오로 가득 찬 사람들의 모습도 고스란히 담았습니다. 그게 바로 제가 하는 일이니까요.
저는 어둠입니다. 새카맣고 둥그런 어둠입니다. 저는 어디에나 있고, 또 어디에나 없습니다. 목소리 내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지만 저에게는 그럴 힘이 없습니다. 누군가 먼저 찾아오기 전까지 그저 침묵으로 일관할 수밖에 없습니다. 제 안에는 여전히 알려지지 않은 기억이 너무 많습니다. 공개되지 않은 슬픔이 가득합니다. 비워내는 것보다 채우는 것이 많은 하루가 이어집니다. 언제나처럼 저의 세계는 기약 없는 고요를 지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