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자의 거짓말을 탐지하라_2
폴리그래프 거짓말 탐지기, 어디까지 알고 있니?
"거짓말 탐지"라고 했을 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심상이 하나쯤 있을 거라 생각한다. 심상 대부분은 영화, 드라마 등의 대중매체가 그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는 데 일조했을 터이고, 개인적인 직간접 경험과 상상이 덧붙어 세부적인 이미지들이 구체화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이 가장 빈번하게 대답하는 거짓말 탐지 현장은 이런 그림일 것으로 예상한다. 답변하는 사람과 질문하는 사람이 있다. 일방경(일방투명경: 한쪽에서 보면 반대쪽의 물체를 볼 수 있으나, 반대쪽에서는 한쪽의 물체를 볼 수 없도록 제작된 거울) 뒤에서 그 장면을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다.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의심받는 사람은 몸에 몇 개의 선이 정신없이 연결되어 있고,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질문들에 차례로 대답을 한다. 질문하는 사람 옆에는 복잡한 그래프를 그리는 기계가 실시간으로 바삐 작동하는 중이다. 그런데 잠깐. 특정 질문과 대답에서 그래프가 갑자기 요동을 친다. 거짓말이다. 당신이 범인이로군!
거짓말 탐지의 가정은 거짓말을 하는 사람과 진실을 말하는 사람 간에 심리적·행동적·생리적으로 다른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거짓말에 대한 단서는 다양하게 탐지할 수 있다. 화자의 행동에서 단서를 찾는 행동적 접근, 생리적 각성을 측정하는 정서적 접근(폴리그래프), 인지적 과부하를 측정하는 인지적 접근(뇌파 검사)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거짓말 탐지를 떠올릴 때, 일반적으로 폴리그래프를 떠올리기 쉬웠는데, 알고 보니 생각보다 복잡한 세상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 문단 처음 언급한 거짓말 탐지의 가정을 다시 한번 더 떠올려 보자. 거짓말을 하는 사람과 진실을 말하는 사람 간에 다른 반응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들 간에 차이가 있으려면? 그렇다. 거짓말에 대한 처벌이 불명하고, 진실이 탄로 났을 때 스스로 입게 되는 개인적 손실이 분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설령 거짓말을 하더라도 심리적·행동적·생리적 반응이 없을 수도 있다.
02. 숨길 수 없는 생리적 각성: 폴리그래프(polygraph) 거짓말 탐지
일반적으로 거짓말 탐지라고 했을 때 많은 이들이 떠올리는 장면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폴리그래프이다. 그리고 외견상 관찰할 수 있는 모습들을 견주어보건대 그 상상은 제법 정확하다. 폴리그래프는 생리적 각성을 측정하는, 거짓말 탐지의 정서적 접근에 해당한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겪게 되는 정서적 변화들을 찾아내는 것이 핵심이다. 거짓말을 할 때 발생하는 심리적 불안이 만들어내는 생리적 변화를 탐지함으로써 진술의 진위 여부를 판단하는 검사법이다. 거짓말의 순간에 우리가 겪는 정서적 불편감들은 고스란히 그래프가 되어 시각적으로 드러난다.
폴리그래프 검사 대상자는 혈압, 호흡, 피부 전도 등을 동시에 기록하는 장치를 몸에 부착한다. 호흡 억제, 호흡 정지, 피부 전도도의 진폭과 지속기간의 증가, 심박률의 기저선 증가, 말초 혈류량의 진폭 감소 등 각 변화의 정도 별로 점수를 매긴다. 이를 토대로 진술의 거짓말 유무를 판단하는 것이다. 물론 아무 수사관이나 이 폴리그래프 거짓말 탐지 검사를 실시할 수는 없다. 고도로 훈련된 소수의 사람들만이 실시 가능하다. 폴리그래프를 실시하는 동안 어떤 질문들을 던져서 거짓말을 포착하는지, 몇 가지 질문 기법을 통해 알아볼까 한다.
1) 관련-무 관련 질문 기법
가장 기본적인 질문 기법이다. 이름 그대로 관련 질문과 무 관련 질문을 던지고, 해당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의 차이를 포착하는 것이다. 이름, 날씨, 성별 등 범죄와 직접적 관계가 없는 질문들이 무 관련 질문이다. 반면 '죽였는가', '훔쳤는가' 등 실제 범죄와 관련된 질문이 관련 질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무 관련 질문에서 받아낸 기본적인 그래프 형태를 기초로 범죄 관련 특정 질문에서 특별한 변화가 나타나는지 확인하면 된다. 다만, 처음부터 진실을 계속 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관련 질문에서 반응이 나타나는 무고한 용의자들도 있다. 자신이 의심받고 있다는 상황이 주는 압박감과 두려움이 교감 신경계 활성화를 불러일으킨 탓이다. 이를 두고 오셀로 오류라 한다.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이것보다는 수정된 다른 질문 기법들도 존재한다.
2) 통제/비교 질문 기법
앞선 질문 기법(관련-무 관련)과 기본은 동일하다. 단, 통제/비교 질문들을 더 포함하는 기법이다. 통제/비교 질문에는 '이전에 남의 물건을 훔친 적이 있습니까?'와 같이, 과거 반사회적 행동을 측정할 수 있는 것들을 포함한다. 이 질문들이 갖는 효과는 무엇일까. 무고한 용의자라면, 그런데 모종의 다른 이유로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면, 짐작컨대 관련 질문보다는 통제/비교 질문에서 높은 반응을 나타낼 것이다. 거짓말을 하는 용의자(아마도 범인)라면 어떨까? 통제/비교 질문보다 관련 질문에서 더 높은 반응이 나타날 것이다. 이 기법을 이용하면 앞선 관련-무 관련 기법에서 나타나곤 하는 오셀로 오류를 줄일 수 있겠다.
3) 유죄지식 검사 기법
이 방법은 사용 상황이 제한적이다. 의심을 받는 사람과 수사관 모두 숨기려는 핵심 내용을 알고 있는 경우에 실시할 수 있다. 그 어떤 언론에도 보도되지 않았고, 깊이 관여한 수사관이 아니라면, 그리고 범인이나 피해자가 아니라면 결코 알 수 없는, 즉 그 현장에 있었던 범인만이 알 수 있는 내용을 질문할 것이기 때문이다. 범죄와 관련된 사람은 해당 정보를 인식함으로써 각성 수준에 어떤 식으로는 차이를 나타내기 마련이다.
행동 분석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기저선 파악이 핵심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불안으로 날뛰는 그래프를 보이는 사람이라면 특별한 차이점을 확인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원래 이 사람이 나타내는 생리적 각성이 그려내는 그래프 대비, 특정 핵심 질문에서 그려내는 그래프에 나타나는 차이를 발견해야만 한다. 어느 정도의 시간 동안 그 차이가 유지되었는지, 어느 정도의 진폭을 보였는지, 어떤 비율을 나타내는지... 실시간으로 당신의 거짓말을 탐지하기 위해 당신의 몸이 나타나는 생리적 각성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분석한다.
특히 세 번째 기법(유죄지식 검사 기법)은 조금 더 유념해 두기를 바란다. 다음 글에서 세 번째로 살펴볼 뇌파 거짓말 탐지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