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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비 Apr 22. 2024

시: 너희들의 장례식

무수한 슬픔들을 기억하는 시




한낱 가벼운 먼지가 되었을까

밤하늘 총총 박힌 별이 되었을까

무엇도 아닌, 무(無)가 되었을까


여전히 기억 속에 살아있는 너희들이어서

내 욕심껏 마음에 붙잡고 있어서

그래서 미안해

미안하다는 말조차

미안해


그 얼마나 뜨거웠을까

그 얼마나 추웠을까

그 얼마나 무거웠을까

그 얼마나 무서웠을까

그 얼마나 두려웠을까

그 얼마나


아니,

이렇게 욕되게 살아있는 나는

감히 헤아릴 수 없는 시간


먼지여도 좋고

별이어도 좋고

무(無)여도 좋으니

무엇으로든 계속해서 살아다오


시간으로 살아다오

기억으로 살아다오

영영 지워지지 말고

오래오래 살아다오


미처 다 하지 못한 이생의 낱말들은

나의 남은 삶에서 조각조각 이어 붙일 테니

조금도 쉬지 말고 쏟아내다오

빈틈없이 흘려보내다오

아무렇게나 흘러 흩어지지 말고

한 곳으로 흘러 단단하게 고여다오


단 하나의 빛이 되어

다시 만날 그 날에

애절하게 이어붙인

미천하디 미천한

남루하고 빛 바랜

그리움의 조각 받아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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