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글쓰기 9일차
문득 헛헛한 마음이 들 때가 있다. 이걸 알아차리는 방법은 다양한데, 나의 경우 단 번에 확인 가능한 방법이 하나 있다. 하릴없이 스크롤을 넘기며 아이쇼핑을 하고 있다면 그게 헛헛함의 신호다. 정말 무언가를 사야 해서 검색하고 알아보는 것이 아니다. 우연히 뜬 광고에 이끌려 필요하지도 않은 패션 아이템을 구경하고 있다. 정말 무언가를 사야 하는데도 제대로 쇼핑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한 달 넘게 사야겠다고 말만 하고 현존하는 속옷이란 속옷은 다 구경하면서 정작 장바구니에 담아 둔 상품은 없다. 구름 위를 떠다니는 것만 같은 요상한 모양새의 쇼핑, 정확히는 구경 행위만 지속하고 있다. 눈에 담는 모든 것이 꼭 내 것인 양 멍하고 탁한 시선이 다채로운 상품들 위로 흐른다. 그러면 두 눈을 꼭 감고 숨을 깊이 들이마신다. 아, 나 지금 또 헛헛한가 보네. 속이 텅 비었나 보네.
헛헛함을 알아차리는 것까진 쉽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헛헛함을 채울 만한 방법이 딱히 없다. 오물이 묻은 것처럼 재빨리 툭툭 털어내고 일상으로 뛰어들 수 있다면 좋겠는데 그게 참 쉽지 않다. 그럼 헛헛함의 이유를 찾아보는 것은? 아무래도 그 쪽은 더 어렵다. 이도 저도 하지 못한다. 진퇴양난에 빠진다. 다시 또 의미 없는 무수한 상품들로 눈길을 돌린다.
뭐라도 사 버리면 해소될까 싶어 읽고 싶었던 클레어 키건의 신간을 한 권 주문했다. 뭐라도 사고 나면 해소될 줄 알았거늘. 그럼에도 뒷맛이 깔끔하지 않은 걸 보니 이렇게 해결될 문제는 아니었음에 분명하다.
나를 가까이서 지켜보는 지인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참 가열차게 산다고. 1분 1초도 허투루 쓰지 않는 것 같다고. 책임감으로 똘똘 뭉친 사람이라고. 자기가 가진 것의 120프로는 다 끌어내어 살고 있는 것 같다고. 그들에게 말하고 싶다. 그대들이 아는 그 애, 지금 쓸데없이 아이쇼핑이나 하며 30분이나 날려버렸다고. 할 일 가득 쌓아두고 어디로든 달아나고 싶어 안달 났다고. 그러니까 지금은 그냥 말없이 좀 안아주면 좋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