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사람들을 위한 이날의 영화(英華)

주말 넷플릭스 추천 <혼자 사는 사람들>

*영화(英華): 밖으로 드러난 아름다운 색채



사실 아무것도 못해서 그런 거예요.

넷플릭스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

넷플릭스의 바다를 헤매다 보면 썸네일만 봐도 영화의 분위기나 내용을 대충 짐작하게 된다. 단순하면서도 담담해 더욱 아렸던 제목, '혼자 사는 사람들'. 턱 하니 놓인 문구 뒤에 앉은 주인공의 총체적 생기 없음이(눈빛, 입술색, 입은 옷) 영화를 예고하고 있었다. 모든 것을 혼자 하는, 해내는 주인공 진아는 영화의 말미에 결국 이런 고백을 하게 된다. "사실 아무것도 못해요. 그런 척하는 거예요." (이 글은 영화 줄거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줄거리


무채색 진아 그리고 더 존재감 없는 옆집 남자. 넷플릭스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

카드사 상담원으로 일하며 혼자 살아가고 있는 진아는 무채색의 옷을 입고 다닌다. 영화 내내 옷을 갈아입어도 티가 나지 않을 정도. 도시 속 아파트 한 칸에 살아가는 진아에게 먼저 말을 거는 사람은 출퇴근 길에 마주치는 옆집 남자뿐이다.

이름도 등장하지 않는 옆집 남자의 죽음에 관한 기사. 넷플릭스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

그러던 어느 날 진아는 옆집 남자가 죽었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며칠 동안 진아가 마주쳐왔던 옆집 남자는 사실 이미 죽은 그의 혼령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의 외로운 죽음은 ‘음란물과 고독사’라는 에로틱한 꼭지로 기사화된다.

옷의 색깔, 입술의 색깔마저 다른 둘. 넷플릭스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

한편, 진아의 잔잔한(사실, 무척이나 그러기 위해 애쓰고 있던) 삶엔 옆집 남자 외에도 다른 돌멩이가 던져지고 있었다. 새로 온 직원 교육을 맡게 된 진아는 자신과 다르게 싹싹한 수진이 부담스러울 뿐이다. 혼자 밥 먹어본 적이 없다며 졸졸 따라오고 자신에게 커피와 선물을 챙겨 주는 수진을 진아는 불편해한다. 자신을 혼자가 아니게 만드는 타인을 두려워한다.

홈 cctv 속 아버지. 넷플릭스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

진아는 종종 홈 cctv 를 통해 아버지의 일상을 훔쳐본다. 진아가 어린 시절 집을 나갔다가 어머니가 죽기 얼마 전 돌아와서는 어머니의 전 재산을 차지하게 된 아버지를 죽도록 미워하고 있다. 자신의 고통과 달리 어머니의 죽음을 슬퍼하지 않고 천역 덕스럽게 잘 사는 듯한 그의 모습은 진아를 더욱 분노에 휩싸이게 한다.

넷플릭스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

어느 날 수진은 출근을 하지 않는다. 수진과 연락이 되지 않자 팀장은 수진의 사수였던 진아에게 전화해 보라고 한다. 수진과의 통화에서 진아는 그녀는 불현듯 참아왔던 것들을 쏟아낸다.


"저 사실 혼자 아무것도 못해요. 그런 척하는 것뿐이에요." 진아의 말을 들은 수진도 진아와 함께 운다.





#나눌거리

옷 색깔과 더불어 진아의 표정이 한결 가라앉은 영화의 마지막. 넷플릭스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

영화는 치열하리만큼 아무 일 없이, 아무도 아닌 것처럼 살고 싶어 했던 진아에게 일어난 수많은 파동들을 나열한다. 어머니의 죽음, 아버지와의 갈등, 수진의 등장, 옆집 남자의 죽음은 진아를 혼자 두지 않는다. 이유도 다르고 드러나는 모습도 다르지만 등장인물들이 가진 다양한 외로움은 초점 없는 진아의 시선을 관통하여 흘러간다.

...

영화가 끝나고 최근 문학과 지성사의 계간지, <소설 보다> 가을 2021 중 '시트론 호러'라는 단편 소설이 생각났다. 유령이 된 주인공 ‘공선’은 존재하지만 누구에게도 닿을 수 없고, 그 어떠한 반응도 일으키지 못하는 시간을 살아간다. 그저 누군가가 책을 펼쳐 읽는 때를 기다리다 고개 넘어 독서를 할 뿐이다.

"유령에게는 매우 슬픈 일이었다. 존재하고 있지만 살아 있지 않다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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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간을 살아가고 있지만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존재들이 얼마나 많을까. 생명체로써 '생존'해 있되, 사회적 존재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여겨지는 이들을 우리는 수도 없이 지나쳐 버린다. 매일 같은 길을 지나지만 '인물'이 아닌 배경처럼 여겨지는 누군가들, 사실 '이웃'이었을지도 이들이 생각나 마음이 아렸다.

...

상처 받지 않기 위해 누군가와 관계 맺는 일을 점점 두려워하게 되는, 돌려받지 못할 만큼의 마음은 내어 주지 않는 우리를 위해 추천하는 영화. 끝까지 봐야 울분을 터트릴 수 있는 영화. 빛깔 없는 회색으로 시작해 기어코 아름다운 색채를 드러내고야 마는 영화. 오늘 밤 그대에게 추천합니다:)

*영화(英華): 밖으로 드러난 아름다운 색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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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주말에 볼만한 영화, 넷플릭스 영화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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