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업은 업이다
요즘 가장 많이 하는 생각과 말을 묻는 다면,
'업은 업이다. 그 외에 재미가 필요하다'이다.
짤막한 단어 하나하나에도 오만가지 함의가 담긴 시대에 살아가며
매일 쏟아지는 '의미'들에 치여 '재미'란 놈이 조금씩 뒷걸음질 치고 있었는 듯하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은 스스로 선택한 길이고, 가치 있고, 재미있고, 심지어 사람들까지 좋은-
나는 타고난 '복 덩어리'이다.
그럼에도, 한 가지 분명하게 깨달은 것은, '업은 업이다.'라는 것이다.
무엇이든 업이 되면, 치열하게 살아내는 그 현장이 매일 재미있을 순 없다.
지금도 혈기왕성한 젊은이지만 조금 더 많이 어렸을 땐, 아니 사실 지금도 나는 그 '의미'란 것에 매우 집착한다.
물론, 모든 일을 가치와 의미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는 것에는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업'에서까지 매일이 재미있지는 않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괜한 의미 부심 부리지 말아라!)
백번 말해도 입 아플 테지만, 당신이 하고 있는 그 일들이 나름의 가치가 있고, 의미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괜한 의미부여 중독에 걸려, 내 몸과 마음이 지쳐가는 것을 덮으려고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오히려, '의미 합리화'를 떠나 의미와 재미란 놈을 허공에 둥둥 띄워 자유롭게 해주는 것이 진정으로 롱런하는 길일런지도.
좋은 가치와 열정으로 무엇인가를 변화시키고 물들이고 싶다면,
먼저 자기 자신을 물들일 줄 알아야 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역시나 의미 중독이군..;;)
나는 요즘 '업'이외에 더 재미있고 더 신나는 일들로 나의 일상을 더 알록달록하게 물들이고 있다.
퇴근하고 피곤에 절어 잠 만 자던 이불을 박차고- 청계천을 걸으며 물과 나무와 바람과 나들이하고
퇴근 후 책상 앞에 붙어있던 엉덩이를 떼어, 사랑하는 이들 앞에 데려다 놓기도 하고
몸이 100개였으면 좋겠다며 배우고 싶던 그 많은 것들을 또 하나하나 배우고 있다.
어제는! 핸드타이드 부케를 만들었다.
그저 작은 부케 하나 만들었을 뿐인데, 꽃집을 나서며 들뜬 마음은 이미 플로리스트가 되어있었다.
"선물하시려면 설탕이나 사이다에 넣어두시면, 더 생기 있어요! 어디 선물하시게요?"
"네. 저한테요"
의미 강박증에 시달리며 괜찮아-괜찮아-라고 했던 나 자신과 화해의 화룡점정으로,
(너무나도 잘 만든!) 부케를 선물했다.
세상은 넓고, 재미있는 것들도 많고, 하고 싶은 것은 더 많고.
정말 오래오래 살아야겠다.
매일을 '업'과 전쟁하고 있는 당신도,
어떻게 하면 그놈의 업이 그 자체로 재미있을지 고민하지 말고-
그냥 허공에 둥둥 띄워버리고
당신이 진짜로 하고 싶고, 재미있는 것들을 '함께'하길.
그럼 '업'의 의미와 재미도, 당신의 삶도 더 알록달록 해질 테니-
다 괜찮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