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북스테이, 이천 오월의 푸른하늘
“루이스에게 글이란 삶의 변화를 일으키는 '그 무엇'이었습니다….루이스는 인간의 상상력을 합법적이고 긍정적으로 사용해 이성의 한계에 도전하게 만들었습니다. 상상력을 통해 세계를 더 깊게 이해하게 만들었습니다_뉴스레터 '이달의 신학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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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역으로 향하는 버스. 남산 고개를 넘으며 오전에 읽은 이메일 한 편을 떠올렸다. "지금 나에게 삶의 변화를 일으키는 그 무엇은 무엇일까?" “내가 하는 상상은 어떤 세계로 확장되고, 어떤 세계를 확장시키고 있는가?” 명료히 떠오르는 질문들은 여행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것 같았다.
2022년 상반기, '철학과 사유'라는 새로운 키워드가 내 삶을 기다렸단 듯, 손바닥 뒤집 듯 바꾸어 놓았고 봇물 터지듯 쏟아진 생각의 힘은 놀라운 생산성을 보여주었다. 희희, 작말모, 써티랩(뉴스레터), 동서남북클럽(책 공동체), 유료북클럽(철학, 시와 상상력), 법안원문읽기모임(차별금지법, 교통약자이동증진법)... 정기적으로 진행한 커뮤니티 외에도 1회성의 다양한 프로젝트와 만남을 시도했다. 김은지의 상상은 한 달 내에 현실이 된다 수준이었달까?
"너 만나려면 한 달이 뭐야, 두 달은 미리 이야기해야 되는 것 같아!", "이거 우리 얼마 전에 한 이야기잖아. 이렇게 기억 못 해 주면 서운해!", "도대체 어떤 시간을 내서 이런 걸 기획하고 준비하고 기록하고 하는 거야? 쉬긴 해?"... 일주일에 하루 이틀, 누군가와의 만남도 해야 할 일도 없이 혼자 있는 날을 약속처럼 잡아 쉬고 있었다 보니 충분히 쉬고 있다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나 서른 하나의 몸뚱이가 가진 한계는 나의 상상력보다 미약했고 생산능력을 따라오지 못하고 허덕이는 건강은 자꾸 신호를 보내왔다.
원래도 기억력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모두가 놀랄만한 기억력의 감퇴를 겪고(진지하게 뇌를 걱정하기도 했다.) 점심시간에도 밥을 먹다 말고 졸음이 쏟아진다거나 일단 누우면 기절 수면이 기본 옵션이 돼버린 사태를 마주하고서야 심각성을 심심하게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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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7월은 하고 있던 모든 커뮤니티에 양해를 구하고 쉬기로 했다. 사람을 만나지 않는 운둔이 아니라, ‘생산’ 금지령이었달까. 몸의 리듬을 찾기 위한 박자와 박자 사이의 공간이었다.
<7월의 여름방학 원칙>
+ (6월 기준) 일정이 가득 차 있지 않은 텅텅 빈 캘린더로 7월을 맞이할 것.(보통은 한 달 정도 먼저 일정이 차 있는 편이다.)
+ 친구와 만날 약속을 잡더라도 1~2주 이상의 미래를 미리 잡아두지 않을 것
+ 아무리 아이디어가 솟구쳐도 일을 새로 벌리지 않을 것. 좀 참아!
7월 방학의 마지막이자 2022년 반년을 다독여 정리하기 위해 이천으로 북스테이 여행을 왔다. 꽃과 나비, 소담한 집 그리고 그 속에 가득한 책들. 그 어떤 호캉스보다 넘치게 유복한 이곳에서 읽다 쓰다 걷다 가야지. 마음껏, 여유를 부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