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북스테이, 이천 오월의 푸른하늘
#가는 날이 버스 파업 날이라니
여행의 시작이란 늘 그런 걸까. 버스 파업이라니. 가는 날 장날 법칙에 따라 마침 이천으로 향하는 동부고속버스가 때마침 파업을 했고, 버스 앱엔 변수가 빠르게 반영되지 못했다. 양재역에서 만난 우리는 뒤늦은 사태 파악을 하고 맥도날드로 향했다. “밥 먹고 있으면 되지~” 역시 여행은 어디를 가서 무엇을 하느냐보다 누구와 함께 하느냐가 중요하댔는데, 충분히 투덜거림이 올라올 수 있는 상황에도 내참 어이없다며 꺄르르 웃어 버리는 우리였다. 이번 여행 때 어떻게 쉬고 싶냐는 내 물음에 “잘 쉬고, 읽고, 재미난 추억을 많이 만들고 싶어요.”라고 답한 수빈에게 2시간의 대기시간은 어땠으려나.
#너와 함께 와서 다행이야
버스에서 내려 조금 걸으니 오래된 시골 동네 같은 골목이 나왔다. 그 끝에 ‘오월의 푸른하늘’이 있었다. 산과 능선을 나란히 하는 작은 집. 풀과 꽃 그리고 나비가 많은 곳이었다.
서점 지기의 안내를 받고 숙소를 이루고 있는 여러 개의 서점(헌책방, 독립서가 홀로 책방, 본서점)을 둘러보았다. 시골집을 가다듬어 책방을 만든 서점 지기의 안목과 실행력에 온 마음으로 환호하며 우리는 마음껏 기뻐했다.
“여기가 천국이다.”
“진짜요. 근데 또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 언니랑 와서 다행이에요.”
“맞아. 휴가 내고 재밌는 거 뭐 하러 가냐고 해서 북스테이 간다니까 다들 혀를 내두르더라고. 우리는 이게 제일 재밌는데. 책 등만 쭉 읽어도 행복하잖아!?”
“진짜.. 너무 좋아요 여기.”
누군가에겐 징글징글할 수 있는 책 사랑. 수빈도 나도 한 달에 평균 10권 정도의 책을 읽는 독서광이기 때문에 책이 가득한, 그것도 누군가의 좋은 안목으로 고르고 골라진 책들이 놓인 이곳은 더할 나위 없는 5성급 호텔, 몇백 짜리의 풀빌라다. 보기만 해도 즐겁고 함께하기 때문에 감격스러운 이 마음. 사랑은 숨겨질 수 없다. 숨길 필요도 없고.
#어른이 되면 잃어버리는 것
본서점이라고 불리는 책방에 앉아 책을 펼쳤다. 책 냄새가 가득한 곳에서 한가로운 낮의 독서라니! 책을 읽다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기에 아이에서 어른이 되어 잃는 것은 무엇일까 끄적여 봤다.
- 걷는 일이 즐거움 그 자체가 아니라 어디서 어디로의 이동이라는 목적이 된다.
- 물건에게 더 이상 말을 걸지 않고, 이름을 붙여 주지 않는다. 슬픔을 나누던 일기장 키티여 어디로 갔는가!
- 당연한 걸 질문하지 않는다. 가령 남자와 여자 단추는 왜 다른 위치에 있는 걸까.
- 모르는 존재(식물, 물건)의 이름을 잘 묻지 않는다.
- 길거리에서 뛰어다니며 소리 지르고 웃지 않는다. 아마 신고당할 것 같다. 하루에도 여러 번 경찰이 되었다가 도둑이 되었던 우리의 변화무쌍함은 어디로 갔을까.
- 도토리를 땅에서 주어 모아 손에 올리는 일
#임금님이 먹은 이유가 있었네
이천에 왔으니 이천 쌀밥을 먹어야지. 뻔한 클리셰일 수 있지만, 많은 변칙 속에 클리셰가 된 것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숙소에서 10분 정도 산책하듯 길 건너 식당을 향했다. ‘마산아구 이천쌀밥’ 집에서 뽀얀 쌀밥에 고등어, 11첩 반상을 받았다. 일기를 쓰며 다시 봐도 사진에서 윤기가 흐르는 것 같다. 역시 한국인에게는 밥. 그 기본이란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야구와 서핑
어제도 야구를 봤고, 오늘도 잠깐 기아타이거즈의 경기를 봤다.요즘 나의 활력은 8할이 야구니까. (밥을 먹는 내내 수빈에게도 신이 나서 야구 이야기를 했던 나자신아.. 휴우)
문득 야구와 서핑은 비슷한 점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좋아한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사유 말고도) 자기가 맞이할 수 있는 때를 고르고 찾아낸다는 점, 타이밍을 벼른 선수들이 때가 되었을 때 탁! 후욱~ 치고 넘을 수 있는 것은 그동안의 숱한 피땀눈물 때문일 것이다. 부디 오늘의 경기도 아무도 다치지 않고…… 이길 수 있길!!! 오오~ 최강기아 타이거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