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 일출봉과 유채꽃. 제주도의 3월
차도 사람도 없는 곳을 오직 새들이 저마다의 지저귐으로 가득 채웠다. 방해꾼이 없는 시간이라야 온전히 본래의 것에 대한 주장을 읊어 볼 수나 있듯이
그림자만이 가만히 함께 길을 걷는 곳에서 그림자에게 물었다
봐, 천천히 걸으니 좋잖아
이제는 모든 시간을 천천히 걷기만 하는 것이 좋은 건 아니란 걸 알잖아. 뛰었기 때문에 이 느림보가 사랑스러운 거야, 자주 그리운 거야, 한걸음 한걸음이 꼿꼿한 거야.
무는 왜 뽑히다 말고 널브러져 있을까
우는 새는 이름이 무엇인가
찬 바닥에 떨어진 동백과 푸른 하늘에 꼿꼿이 달린 동백은 뭐가 다른가
이 길의 끝은 어디로 향하는가
내 발끝은 어디로 가고 싶은가
무료함의 축복 속에서 원 없이 펼쳐진 상념을 코 끝에 모아 제주 유채꽃 향을 킁킁 맡으며 흩뿌렸다
후
하
좀 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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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제주 아침, 성산일출봉과 일출이 보이는 오조리. 연고라고는 그 무엇도 없는 제주도이지만 희한하게 이곳에 와 크게 숨을 들이쉬면 고향에 온 것 같다. 살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