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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란한 기쁨주의자 Mar 17. 2016

느리지만 착한 시작

태국&캄보디아편 #1_프롤로그


우선, 여행을 어떻게 시작하게 됬는지부터 돌아봐야겠다.
어디로 여행을 갔다는 것보다, '어떤'여행을 했느냐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실질적 학교생활을 2015년 상반기로 하여 끝내고, 2015년 하반기는 원 없이 하고 싶은걸 하고 지냈다.

나에게 '취준생'이란 단어는 어울리지 않기에, 일찌감치 취업준비의 혈투란 것은 남 이야기로 하고 학교 다니면서 하지 못했던 것들의 한을 풀었다.(그렇게 하고 싶은 것들 다 하고 지냈어도, 매일매일 하고 싶은 것들이 새로 생긴 다는 것이 놀랍다.)

실전 회화 위주의 언어 공부, HSK3급 따기, 야시장 탐험, 책 읽기, 영화보기, 기아 야구경기 보기, 아시아 문화전당 공연 보기, 춤추기, 색연필 아트, 캘리/POP수업, 회화 스터디, 친구 집 가서 놀기, 피아노 반주 책 하나 치기, 옷장 및 화장실 대청소, 꾸준한 아침운동, 사람들 집으로 불러 맛있는 거 해먹이기 등.

이 많은 것들의 대미를 장식할 나의 한풀이는 역시나 여행이었다.

다만, 지난여름에 홀로 2달간 배낭 하나 매고 유럽을 쏘다녔던 것과 달리 이번엔 홀몸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내가 이전에 잠깐 일을 해본 경험으로 보아, 일단 직장생활을 시작하게 되면, 여러 명이 몇 주간의 기간을 맞추어 함께 여행을 떠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특히, 나와 여행을 함께 하기로 한 그 멤버들도 곧 각자의 학교생활로 돌아갈 것이고, 그 이후에 직장을 다닐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이런 여행의 기회가 생기지 않을 것 같았다.

정말 딱. 이때였다. 우리가 이렇게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은.
살다 보면 그런 것들이 있는 것 같다.
'딱 이때' 지금 해야만 하는 것. 지금만 할 수 있는 것.


그래서 모이게 된 멤버는

여행 가자, 인도 가자라는 한마디에 뒤도 안 돌아보고 YES를 외친 나의 지음, 소 냥반.

그 소 냥반이 꼭 데려가고 싶다고 제안한 그의 군 동기, 노래하는 구교.

마지막으로, 여행 전날 하던 아르바이트일을 때려치웠지만, 끝까지 튕겨 나를 설레게 했던 수나이퍼.

이렇게, 총 4명의 멤버가 '여행'이라는 점으로 한 공동체가 되었다.


일명 '느리지만 착한 2G 여행'은 보통의 여행과 조금 다르다.

이제부터 2G여행이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잘 귀귀 울여 들어보기 바란다.

우리의 이야기는 눈이아니라 심장 박동으로 같이 호흡하며 읽어야 한다.

나의 이야기가 걷는 다면, 그대도 한걸음 한걸음 걸으며 듣고, 우리의 이야기가 저 푸른 들판을 내달리고 있다면, 당신도 함께 가쁜 숨을 쉬며 듣길 바란다.

내 심장을 뛰게 했던 이 이야기가 당신의 심장도 뛰게 할 수 있기를.



2G여행은 무엇을 가지고 있느냐에 집중하지 않는다. 배낭여행도 하나의 필수 스펙이 돼가는 이 피곤한 세대를 굳이 따라갈 이유가 없지 않은가.

2G여행는 story를 중요시한다. 하지만 이것도 최우선적으로 집중하는 것은 아니고, 2G여행의 핵심은 Identity다. 

어떤 여행을 기획하고 실행하든,
그 안에서 <어떤> 사람으로 그 자리에 서있는가, 보는가, 느끼는가, 행동하는가.
그 정체성이 더 중요한 것이다.

2G여행의 정체성은, 느리지만 착한 여행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먼저 2G여행을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10가지 약속을 소개해보련다.


느리지만 착한 2G여행

1.  여행 중 무엇을 하느냐 보다, 우리가 어떤 사람으로 그곳에 있는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2. 서로를 지켜줄 착한 약속을 함께 정하고 지킵니다.(느리지만 착한 약속들을 지킵니다.)

3. 아침 나눔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5 감사로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4. 여행 중 매일 함께 1시간 정도 그날의 담당자가 준비한 '함께함이 즐거운'시간을 갖습니다.

5. 아는 만큼 보입니다. (힌두교, 불교 제대로 공부하지 않으면 앙코르왓은 그냥 돌덩어리요, 태국과 캄보디아의 사원은 그냥 금덩이 탑들입니다)

6. 되도록 현지 언어를 쓰고 현지 음식을 먹습니다.

7. 여행 중 위험하지 않은 범위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생각을 정리하고 휴식을 취합니다. (따로 또 같이의 묘미)

8. 위대한 것들을 보아서가 아니라 일상적이고 작은 부분들에서 배우고 느끼고 나눕니다.

9. 사진 찍기, 스마트폰, 인기 장소 방문이 위주가 아니라 함께하는 서로에게 최대 집중하도록 노력합니다.

10. 도시별로 담당자를 정해 가이드를 합니다. 그러나 서로 돕습니다.


느리고 착한 약속들

1. 손수건을 사용합니다.

2. 일회용품 사용을 최대한 자제합니다.

3. 물건 구매 시 비닐봉지가 아닌, 가방에 담습니다.

4. No 프랜차이즈! 지역상권을 활용합니다.

5. 방문지의 전기/물/물건을 아껴 씁니다.


2G여행이 추구하는 것은,

여행을 가는 나 자신에게도, 함께 가는 너에게도, 그리고 여행 중 마주하는 모든 이들(것들)에게 더 가치 있고 이로운 여행을 하자는 것이다.

평소에 환경/인권 문제에 대해 저마다 한 마디씩 하는 사람들도 도대체 왜 '여행'만 가면 철저히 '관광객'이라는 타자가 되어버리는지에 의문을 던지며, 여행도 조금만 더 불편하면 아니, 불편하다는 말조차 때론 부끄러울 만큼 별거 아닌 것을 지켜가면서 모두에게 더 좋은 지속 가능한 여행을 하려는 것이 2G여행이다.


또 하나 2G여행이 중요하게 강조하는 것은 여행의 목적과 목표이다.

나는 여행을 준비할 때마다  여행노트라는 것을 만드는데, 여행에 필요한 정보나 일정을 정리하는 것보다 우선해서 적는 것이 바로 이 목적과 목표이다. 그리고 그것을 다시 도시별로 작성한다.


여행을 뭐 그리 복잡하게 가느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왕에 돈 쓰고 시간 쓰는 것이라면 난 가장 가치 있게 누리고 싶다. 그러니 여행 준비는 최대한 꼼꼼하게 하지만, 실제 여행 가서는 기계처럼 이리저리 유명한 장소들만 가서 사진 찍고 먹고 하는 식의 여행은 하지 않는다. 하루에 보통 두 ~세 군데 정도를 다니며 충분히 느끼고 충분히 생각하는 여행을 추구한다. 또한, 출국 전에 그 여행의 목적과 목표들을 함께하는 팀원들 사이에 충분히 공유하고 소통해야 한다. 이는, 여행을 가는 목적과 목표를 하나로 통일하려는 작업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서로의 목적과 목표를 가장 잘 녹일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는 것이다.


그리고 여행에서 빠트리지 않는 것은, 여행 이후의 공유 작업이다. 내가 들려주는 이 이야기들도 바로 그 공유 작업의 하나이다. 좋은 건 나눠야 더 좋다는 나의 중요한 신념 중 하나이다.

좋은 것 혼자만 알아서 뭐하나, 널리 널리 퍼뜨릴 수 록 좋은 것은 더 좋아진다.



여행 준비를 하며 2명이 제대를 하고, 1명은 입사를 위한 오디션을, 1명은 일을 그만들 준비를 했다.

다들 참 바쁜 중에도 훌륭히 준비해냈다.

앞으로 얼마나 어떻게 '훌륭히'해냈고, 그래서 이 여행이 얼마나 재미나고 가치 있었는지, 신바람 나게 이야기해볼 것이다.


그러니, 당신도 신바람 날 준비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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