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서점 하나를 오픈하는데 드는 예산
첫째 질문. '돈이 있는가'. 이것은 절대적인 금액과 상대적인 금액으로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최소 보증금으로 1,000만 원의 목돈이 필요하다면 그 돈은 있다. 하지만 보증금이 5천, 7천, 1억이라면 굳이 빚을 내 서점을 시작하고 싶지는 않다. 나에게 맞는 곳을 찾아, 그에 맞춰서도 얼마든지 해볼 수 있으니까.
두 번째 질문. '돈을 많이 벌지 않고 비정기적이어도 견딜 수 있는가?'. 애초에 돈을 크게 벌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현재 프리랜서를 하면서도 더 많은 콘텐츠를 제작하면 그에 따라 돈을 더 벌 수 있지만 그마저도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 조절하고 있다. 하지만 비정기적인 수입은 또 다른 이야기다. 내 수익이 비정기적인 것과는 상관없이 서점엔 고정 비용이 들어간다.(월세, 관리비, 재료비, 책 구매비 등) 통장 잔고를 깎아 먹으며 자선사업을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면 총수입이 들쑥날쑥할 수는 있어도 최소한으로 벌어야 하는 돈은 어느 정도인지와 그 방법을 고려해 두어야 한다.
사회적인 성공과 큰돈을 얻는 일을 버리고(실제 할 수 있다는 의미도 아니지만) 서점 주인장이 되기로 한 것은 철저히 나도, 남도 행복하자고 하는 것이다. 그러니 그 충만함과 기쁨, 평화가 어느 정도 유지되기 위해서 '믿는 구석'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서점 한 구석에 앉아 프리랜서 일을 유지하기로 했다. 프리랜서 일도 클라이언트가 일을 주지 안/못하면 그만이지만 그래도 서점이 안정기에 돌입하기까지 마음의 조급함을 덜어주는 지지대가 될 수 있을테니까.
1. 내가 생각하는 옵션
보증금과 월세는 철저히 매물을 찾는 이가 고려하는 옵션에 따라 달라진다. 내가 서점을 운영하기에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조건은 다음과 같다.
1순위 옵션
- 1층/ 군자역에서 도보로 10분 이내 / 15~18평 / 화장실 내부 단독 사용 / 적당히 소란스러워도 괜찮은 주변(윗집이 일반 가정 주거가 아니길)
2순위 옵션
- 2~3층(휠체어 이용자를 고려해 엘베가 있었으면 좋겠다.) / 군자역에서 도보로 10분~15분 이내 / 10~15평 / 화장실 공용 사용
2. 가능한 보증금과 월세
보증금: 1,000~2,000만 원 이내
월세: 65~80
3. 네이버 부동산 지도를 통해 본 대략적인 시세(1층 기준)
(1) 군자역 도보 3분 이내
- 10평~11평 1층 상가 1,000/100, 70, 65, 60 2,000/80 1,500/120
(2) 군자역 도보 5분 이내
- 11평~
- 15평~ 1,500/80
- 24평~ 2,500/70
(3) 군자역 도보 10분~
- 15~20평 2,000/100, 90, 70
1. 임대료: 1,000만 원, 80만 원, 81만 원 = 1,161만 원(+ ~1,000만 원)
- 보증금, 월세, 부동산 중개비
*상가의 부동산 중개비는 서울시 기준 0.9%가 최대 상한 요율이다.
*보증금 + 월세(*100) * 0.9(부가세 별도)
2. 도서 구매비: 700만 원
책 평균 가격을 16,900원으로 하고 공급가를 75%로 계산할 경우(공급가는 60%~90%까지 다양하다고 했다.) 책 1,000권의 초기 구매비는 약 1,200만 원을 넘는다. 안 되겠다 싶어 비용을 다시 현실적으로 계산해 봤다.
500권의 책이면 일반 세로 꽂이로 했을 때 4칸짜리 책장 4개~5개를 채울 테니 그래도 가로 꽂이와 여러 도구들을 활용하면 이 정도면 훌륭하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보다는 내 인생을 통틀어 500권의 책을 어찌 고를지, 또 그 외에 직접 읽어본 것은 아니지만 최근 사람들에게 주목받는 책들도 들여놔야 할 테니 선별 작업이 매우 중요할 것 같다.
3. 가구 구매= 434.6만 원, 약 600~700만 원선(네이버, 오늘의 집 서칭 기준)
(1) 책장/나무 선반: 1,404,000원
- 나무 선반(1200) 50,000원 * 6 = 30,000
- 책장 4*5(가로 1106, 세로 1808, 20칸) * 3 = 1,104,000
(2) 테이블(총 14명 기준): 700,000원
- 대형 1개 300,000(8인용)
- 반원 2개 100,000원*2=200,000원
- 소형 2개 100,000원*2=200,000원
(3) 의자(총 20명 기준): 622,000원
- 의자 10개 *50,000원 = 500,000원
- 스툴 4개 * 20,000원 = 80,000원
- 접의식 6개 * 7,000원 = 42,000원
(4) 커피/음료 관련: 950,000원
- 핸드 드립 용품, 잔 450,000원
- 미니 아이스 메이커 150,000원
- 소형 냉장고 150,000원
- 기타 용품 200,000원
(5) 커튼/블라인드, 패브릭: 320,000원
- 커튼/블라인드 200,000원
- 수납 바구니 4개*10,000원 = 40,000원
- 쿠션 20,000원*4 = 80,000원
(6) 입간판 주문제작: 50,000원
(7) 주인장용 바테이블: 300,000원
4. 인터넷, cctv 설치: 70,000원
- 인터넷 초기 비용+설치비
5. 기타 잡비: 100~300만 원
<이상적인 서점 오픈 예산>
=보증금, 월세: 1000만 원, 80만 원, 81만 원
=책 구매비: 700만 원
=가구 등 초기 셋팅비: 700만 원
=기타 잡비: 300만 원
=총 2,861만 원(+보증금 1,000만 원)
아주 대략적으로 짠, 최소한의 예산이고 최소한의 수익이지만 이정도로만 유지되는 것도 굉장히 이상적인 일일 것이다. 누군가는 이 예산을 보고 현실성이 없다거나,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할 가능성도 높다. 그런데 창신동에서 단층 짜리 500/40의 4.5평짜리 공간을 구해 꾸밀 때 총 55만 원을 썼고(당근을 정말 열심히 했다.),
을지로 핫플의 3층에 있는 7~8평 정도를 700/60으로 임대했을 때도 약 250만 원 정도를 인테리어에 썼다. 공간 용도에 맞춰 투자하는 금액, 투자에 따라 다시 수익화 할 수 있는 금액이 달라지긴 하겠지만 그럼에도 나는 지금의 나에게 맞춰 시작하고, 또 능력껏 키워가는 일이 이치에 맞는 것 같다. 2025년 1월 부터는 본격적으로 임대 매물을 보러 다닐텐데, 부디 딱 나에게 맞는 공간이 나타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