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

[숨은 일기 꺼내기] 16.08.27_1년 만에 돌아온 뚝방길 그 자리에

by 찬란한 기쁨주의자

그를 처음 본 순간부터

그의 엄청난 생명력에 놀라움을 마지않을 수가 없었다.


회색빛. 아니, 색이 없다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할지도 모르는 시멘트 벽, 시멘트 땅 사이에서 자라난 그는

무엇으로부터 그 씨앗을 틔워낼 수 있었던 것일까.


한 줌. 아니, 단 몇 알의 흙 조가리-

같은 것이라도 있다면, 그 생명력은

분명히 자라 오르고야 말 것이다.


그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라고

묻노라면-


너의 이름은 무엇이며,

이렇다 할 꽃도 열매도 없어 뵈는 너는

왜 그 자리에 그렇게 있느냐고

묻는다 치면-


그는 여러 마디 대답을 늘어놓기보단,

그저 보란 듯이

거세게 뻗어 나온 줄기와

무성히 자란 푸른 잎을

보이고야 말 것이다.


보란 듯이.


의미 없을 토론을 지나

'생명' 그 자체의 '존재'를

증명하고야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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