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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란한 기쁨주의자 Jul 15. 2017

보스톤 프리덤트레일 따라 걷기

#패기휴가: 미국 방랑기3. 보스톤 1일차│ 여행은 책을, 책은 여행을.


그녀는 오후 1시~3시쯤까지 수업이 있었으므로 나는 오전 시간을 혼자서 뽈뽈 잘도 돌아다녔다. 여림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이 곳에 온 것이 첫 번째 목적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녀의 일상을 방해하고 싶진 않았다. 언제나 여행은 따로 또 같이하기에 새롭기도 하고 소중하기도 한 것이니까.



#보스턴 역사기행_프리덤 트레일을 따라 걸으며


오늘은 보스턴의 역사를 볼 수 있는 프리덤 트레일을 걸었다. 보스턴 중심부에서 바닥에 빨간 벽돌 라인을 따라 걷다 보면 약 16개의 유적지를 가볼 수 있는데, 이날 12개 정도를 본 것 같다. 나의 여행 스타일을 아는 사람이라면 웬일로 단시간에 많이 봤나 싶겠지만, 걷다가 어! 하면 있는 공동묘지, 어! 하면 있는 교회 어! 하면 있는 기념비 같은 소소한 것들이어서 따라 걸으며 흘러가듯 볼 수 있었다.


미국 독립에 관한 중요한 역사지들이라 우리나라 경주처럼 많은 학생들이 수학여행을 온 모습이 보였다. 나도 그 나이적에 그랬던 것처럼, 역시나 아이들은 사람 이름이 잔뜩 적힌 기념비보다는 손에 들고 있는 도시락을 위대하게 느끼고 있는 듯했다.


이제 다 큰 (?) 나는 남의 나라에 와서 지금의 미국이 있게 했던 역사의 시작에 감탄하고 있었다. 미국 독립 역사에 중요한 역할을 한 기독교와 그 인물들의 절절한 선언들과 기개가 곳곳에서 묻어났다. 사실 미국의 역사에 대해 심도 있게 공부하고 온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벤자민 프랭클린의 무덤을 보고도 큰 감흥이 없었다. 은지야.. 집 가서 책 보자. 책


이렇게 여행은 책을 낳고, 책은 여행을 낳는다.

광화문의 큰 서점에서 쓰인 글,

'사람을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를 조금 카피해 보자면-


여행은 살아있는 책이고,
책은 살아있는 여행이다.


화창한 날씨도, 푸르른 나무들도, 빼곡한 무덤들 마저 (영화에서 보던 그.. 공동묘지!) 싱그러운 날이었다.



#무덤


미국의 무덤은 도심 한가운데, 사람들이 살아가는 속에 버젓이 있다. 우리나라로 생각하면 당장에 들고일어났을 일이다. 조국을 위해 목숨 바친 이들을 모신 곳도 중심부라기 보단 외곽인 경우가 많지 않은가. 그리고 우리나라는 땅덩어리가 좁기도 하여 이제는 화장문화가 많이 자리 잡아가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내가 본 미국의 묘지들은 아무런 위화감 없이 사람들과 함께 있었다.


아무래도 사후세계에 대한 세계관의 영향이 알게 모르게 있어서이지 않을까 싶다. 미국은 청교도들이 세운 나라이다. 따라서 예수님을 믿고 천국에 가리라는 소망이 있다. 그래서 죽음이란 것이 그렇게 무겁고 어두운 것이 아닌 듯하다. 가끔 영화나 미드를 봐도 심심찮게 장례식에서 약간의 위트 섞인 장례사(?)를 들어볼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이 세상을 떠나는 그 자체가 주는 어떠한 슬픔은 미국에도 있겠지만 전체적인 문화나 분위기가 조금 다른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어쩜. 프리덤트레일을 따라 전통 옷을 입고 안내해주는 이는 무덤에서조차 밝다 못해, 더욱 신이나서 설명을 하시더라니...



#한국에서도 안 하는.._미국 GYM체험기


이 먼 곳에 와서 내가 저녁엔 돌아다니지 않고 집에 있는 자의적, 타의적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 안타까웠는지 같이 짐에 가자고 제안을 해주었다. 한국에서도 헬스장을 가본 적이 없었지만, 뭐든 그 나라 것은 다 체험해보자는 열정과 의지의 사나이.. 아니.. 사람인 나는 네! 하고 냉큼 따라나섰다. 땅덩어리가 넓은 이나라는 대부분의 건물이 널찍널찍하게 1층으로만 지어져 있는데, 이 헬스장도 그랬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오호! 뭔지 모를 열기로 가득했다. 나는 처음으로 러닝머신이란 것을 뛰어보고 여러 가지 기구들도 체험해보았다.


사실... 내가 헬스장을 잘 안 가는 이유는, 원체 활동적인 인간이라 자전거 타기, 등산, 달리기 기타 등등을 다 좋아하지만-왠지 모르게 실내 헬스장을 가면 안 그래도 많은 근육이 더 폭발할 것 같아서였다. 건강한 것은 언제나 나의 큰 자산이자 축복이지만, 캄보디아에서 반년 간 곡괭이질을 하며 생긴 아주 구석구석의 근육들이 사라질 때도 되었는데 사라지질 않는다. 그래서 혹여나.. 가뜩이나 근육 잘 붙는 이 체질에 더 운동하면 근육이 폭발할까 싶어서 굳이 더 키우지는 않는다. 그래도 난 지금 내 몸이 딱 좋은 것 같다. 적당한 근육으로 내가 먹고 싶은 것 다 먹어도 살이 잘 찌지 않는 축복을 얻었고, 또 너무 엄청나지 않고 적당히 멋지고 예쁘달까.. (이놈의 자기♡) 그럼! 내가 날 먼저 사랑해야지, 내가 날 빛나게 생각해야 남들도 날 빛나게 보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어찌하였든 운동하며 땀 흘리는 멋진 내 모습을 또 보며- 또 하나 해보지 않은 것을 할 수 있게 해 준 이 여행에 감사한다. 여행이니까 해보게 되는, 이 많은 것들이 주는 새로움이 너무 좋다.



#최초이자 최고의 선생님_여림이 자매들을 보며


이 집에 있으면서 누리는 또 귀한 호사 중에 하나는, 나이도 성별도 다른 5남매가 어떻게 살아가느냐 하는 것이다.


"언니 나 이거 오늘 숙제. 나 이거 알려줘'

"뭔데 가져와바~ 음.. 이건 말이야~"

그렇게 가족은 최고의 선생님이 된다.


나도 어렸을 적에 엄마 아빠가 최고의 선생님이었다.

엄마는 지금도 그렇듯, 나에게 언제나 최고의 교사였고, 우리 아빠는 못 푸는 문제가 없는 최고의 수학 교사였다.


늘 호기심이 많은 나는 차를 타고 가면서도 보이는 모든 것이 참 신기했다. 아빠 이건 뭐야? 엄마 이건 왜 이래? 나의 질문에 우리 엄마는 늘 "얘는 커서 과학자가 되려 나보다"라는 이야기를 종종하셨다. 물론, 난 그 직업의 길을 한 걸음도 가보지는 않았지만 지금도 여전히 호기심 많고 도전정신 강하고, 탐구 능력이 가득한 퀘스쳔 마크의 소녀이다.


내가 어렸을 적에 던지는 질문들을 거절받지 않고 칭찬받았던 경험들은 나에게 긍정적인 자아감과 성장욕구를 주었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오늘도 이어지는 선성장 후분석)


이렇게 어떤 면에서든, 부모는 자녀의 최초이자 영원한 최고의 교사이다.

나도 우리 엄마 아빠처럼 멋진 교사가 될 수 있겠지?

보고 싶은 엄마 아빠를 그리며 오늘의 일기도 마무리해본다. 곧 보자 엄마 아빠:)


세상 혼자 귀여운 둘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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