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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란한 기쁨주의자 Jul 21. 2018

세느강 같은 글을 쓰고 싶다

25살의 유럽 배낭여행기01_프랑스여행

25살. 대학을 졸업하고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로 약 2달간 유럽 배낭여행을 갔었다. 말 그대로 '배낭'여행이었다. 길에서 만나고 배웠던 것들을 날 것 그대로 그 유약한 핸드폰(당시 나의 핸드폰)으로 글과 사진을 기록했었다. 블로그에서 잠자고 있던 조금 더 어린 나의, 날의, 글을 옮겨 올까 말까. 옮겨 오면 좀 고쳐야 하겠지?... 하다가 그때의 순간들을 존중하기로 했다.

나도 내 글을 읽으면서 남의 글을 훔쳐보듯, 그때의 나를 그저 지켜보려고 한다.



#내 나름의 프롤로그


노트북 없이 맨 몸으로 온 이곳에서 늘 찬밥신세던 내 스마트폰은 정말 스.마.트하다.



#시작부터 남다른 준비로

두 번 말해 뭐하겠느냐 마는 아시다시피 난 강한 심장만을 챙겨 이곳에 왔다. 약간의 변명을 보태자면 티켓을 끊은 5월의 화창한 그날 이후로 난 교생실습-기말고사-대학 집회 리더 준비-집회로 인해 어디 다른데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쟤는 도대체 뭘 믿고 저렇게 가는 거야라는 언니의 걱정 어린 말에 우리 아빠는

‘쟤는 하나님 믿고 가는 거야. 하나님께서 지키실 거라는 큰 믿음이 있어서 가는 거라고.’
라고 내가 해야 할 고백을 대신(?) 해 주셨다. 그래 하나님께선 처음부터 내가 어떻게 이 여행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도대체 뭘 믿고 이러는지 분명히 말씀해주셨다.



#하나님께선 늘 사람을 예비하신다_7.9

처음 혼자 타는 비행기 안에서 처음으로 모르는 사람이 옆자리에 앉게 되었다! 놀라운 이목구비를 가진 그녀와 우리가 처음 만난 사이라는 것이 무색할 만큼, 누가 봐도 우리 둘이 여행 가는 것처럼.. 무려 5시간 반을 떠들었다. 지쳐(?) 잠든 언니를 옆에 두고 잠시 말씀을 묵상했다. 잠이 깬 언니가 교회 다니느냐고 묻더니 자기도 예전엔 수능 전날에도 금요 철야를 갈 만큼 열심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누군가의 모습에 실망해 가지 않고 있지만 언젠가 다시 돌아가야 할 것 같긴 하다고. 나는 자연스레 내가 아는 그분을 이야기했다.


모든 인간은 절대로 100프로가 아니기에 계속 자기 자신을 무엇인가로 채우고 싶어 한다고. 그 공허함과 외로운 이 모두에게 평생에 걸쳐 있다고. 하지만 음악도 지식도 또 우리의 그 사람들도 온전히 우릴 채울 순 없다고. 오직 하나님 안에서만 진짜 자유가 있고 진짜 평안이 있다고. 매 도시마다 하나님을 나누고 싶다는 내 기도는 비행기가 잠시 들려가는 호치민에서부터 이루어졌다. 그분은 나에게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라고 하셨을 때, 나의 모든 것을 버리고 쫒으라고 하셨을 때, 절대로 그냥 부르지 않으셨다. 그분은 이미 모든 것을 예비하셨다. 그리고 말씀하시는 그곳에 그물을 던졌을 때 만날 그 물고기까지. 그분은 친히 주신다.
사랑스러운 나의 비행 친구(?) 언니가 하나님으로 인해 영원히 목마르지 않길..


#파리에서의 첫날, 눕다_7.10

 엉덩이 꼬리뼈가 으스러질 것 같았던 18시간의 비행을 끝내고 드디어 샤를드골 공항에 입성했다. Baggage belt의 고장으로 내 짐은 한참이나 지나 나왔지만 덕분에 역시 나오지 않는 짐으로 당황한 한국 아줌마를 도와줄 수 있었다. 잠깐 막간 자랑을 좀 하자면. 흠. 흠!
난 이렇게 손쉽게 되지 않은 영어를 통해 선한 사마리아인 흉내를 낼 수 있었다. 그러니 뭐든 배워놓아서 남주자는 내 신조는 틀림이 없다! 또 사실 나에겐 내 선한 사마리아인 코스프레랑은 비교도 할 수 없는 진짜 선한 사마리아인들이 많다. 지금 이 글을 읽어 주고 벌써 기도할 준비를 하는 당신부터 시작해서 말이다.

 여기서 자연스럽게 개선문을 무사히 갔다로 딱! 이어지면 좋겠으나, 아시다시피 난 길 찾는 데에 있어선 그다지 똑 부러지지 못하다.  그래서 당연히 아주 조금 헤매고 있을 때!!!
'넌 길치라고 할 수도 없어'라며 진짜 무지막지하게 길을 못 찾던 나의 윤씨 친구의 말이 생각나며 이상하게 위안과 힘을 얻어 약속 장소로 가는 티켓을 끊는 데 성공했다. 맥도널드에 서있던 우월한 길이의 Illona와 사람이 이렇게 친절할 수 있나의 표본인 사랑스러운 나의 파리지앵 가족은 조금 나중에 소개하기로 하겠다.

#위풍당당 개선문, 샹젤리제

 다 소개할 수 없지만 나에게는 이번 유럽여행 때 실행할 리스트들이 있다. 그중 하나는 샹젤리제 거리에서 오~샹젤리제 노래를 부르며 걷는 것이다. 한국인도 많은 이곳에서 내가 이 리스트를 실행했겠는가?라고 물으면 이 긴 글을 읽기까지 해주는 당신이라면 맞추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무작정 걷는 여행을 좋아하는 나는 장소와 시간을 가리지 않고 어딘지도 모르는 길을 그렇게 따라 걸었다. 앞으로만 걷는 길이 지루해 옆 길로 빠져서 걷다가 드넓은 잔디 광장을 만났다. 내가 어떻게 했겠는가. 그렇다 바로 드러누웠다.

 나는 종종 길을 잃는다. 길을 잃으면 그냥 드러눕기도 하고 태평하게 잠을 자기도 하고 목이 마르면 내가 사랑하는 코카콜라를 한 모금 들이키면 그만이다.  그리고 나면 다시 툭툭 털고 일어나 걸어갈 힘을 얻는다. 그리고 그곳에서 또 새로운 이야기를 만난다. 가령 그 위엄에 이끌려 들어간 궁전에서 만난 근엄한 파리 군악대와 장군님들처럼.


#세느강 바람결을 따라 에펠까지_7.11

[나의 사적인 취미생활]
 아침 일찍 길을 나섰다. 벼룩이 시장 탐방!! 프랑스에서도 나의 취미생활은 이어졌다. 파리가 아름다운 이유는 고혹미가 있어서라고 생각하는데 이 방브 벼룩이 시장은 고혹미를 넘고 넘어 도대체 어느 dynasty꺼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어디서 꽁꽁 자다 온 물건들이 한창이다. 돈 없다고 쇼핑까지 못하란 법 있는가? 자고로 쇼핑이란 지름신이란 분을 만나 많은 돈을 냅다 긁는 게 아니라 나에게 주는  기분의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라며~멋진 자아성찰을 끝내고 인상 좋은 할아버지가 파는 옛날 책의 어딘지 모를 한 장과 누가 그렸는지 모르는 로마병정 그림을 4유로에 샀다. 4유로에 산 기분 치고는 과다 분비된 아드레날린으로 나 홀로 동영상까지 찍으며 방브를 누비다 2유로에 미니 향수(무려 made in france다)까지 사서 파리의 향기를 몸에 콕 찍었다.

그렇게 총 6유로의 기분전환을 하고 어쭙잖은 파리지앵 흉내를 낸다며 늘 꿈꿔오던 바게트 식사를, 그것도 세느강 앞에서 했다.


#잠시 내가 흘린 바게트를 대놓고 공유하며 곁을 지키던 비둘기와의 대화를 이어 본다.

너도 바게트로 끼니를 연명하는 신세구나
   
_신세라니. 모르나 본데 여기 파리야, 바게트가 밥이야.

아 맞다. 여기 파리지. 많이 먹으렴.
  
_ 그런데 넌 왜 여기 와서 이러고 있니? 네 말처럼 '신세'라며. 그럼 집에 앉아서 소파에 드러누워 아이스크림 먹으면서 무한도전이나 보지 여기 와서 웬 신세타령?

좋은 질문이야! 사서 고생이 란말 들어봤니? 프랑스에서 태어나 처음 듣는 다면 새겨들어라 비둘기야. 말 그대로 고생은 사서라도 하는 거란 거지(자의적 해석에 따라) 그만큼 가치 있거든. 그리고 그 시간이 지나면 그만큼 그 값어치를 하는 삶을 살게 되더라고. 물론 탱자탱자 바게트 먹으며 이 멋진 강을 바라보는 지금은 고생이라고도 할 수 없지만 말이야. 야야 이봐! 집중해서 들으란 말이야.

_이거야말로 비둘기 귀에 경읽는 선비 시구만.
됐고 가던 길이나 가세요. Au revoir!


#세느 같은 글을 쓰고 싶다

 세느강을 따라 에펠을 향해 한참을 걷다 신발까지 벗고 잠시 쉬었다. 여기서 사람들을 이 강을 따라 걷고 뛰고 춤추고 웃고 운다. 얼마나 많은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거리를 지나갔을까. 우리에게 한 순간일지도 모르는 이 느낌을 세느는 언제부터 흘려보내고 있던 걸까.

그런 글을 쓰고 싶다.

세느가 만들어낸 그 향기와 그 색깔이 세느를 찾는 많은 얼굴들을 만난다. 그 이야기들은 세느가 뿜어내는 감정들을 이내 자기 마음에 비춘다. 그리고 그 거울에서 결국 자기 자신을 마주한다. 세느의 것이라고 착각하며 이끌린 그들은 자신의 향기에 젖고 그 푸른 강물에 비친 자기의 오랜 이야기를 듣는다.
세느는 그저 그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가만히 그 이야기들을 듣는다.
나는 듣게 하는 글을 쓰고 싶다.


#에펠탑의 미학적 가치?

 걷고 걷고 걸어서 드디어 파리의 랜드마크를 만났다. 자유의 여신상도 이 에펠탑도 모두 made in france! 처음엔 많은 파리의 예술가들에게 고철덩어리로 혹평받던 진짜 고철덩어리가 전 세계를 매료시키는 고품격 고철이 된 것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실물로 봐서는 예술의 '예'자도 모르는 나로서는 그 미학적 가치를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이번 학기 들은 미학 수업에 의하면 '미'라는 것은 그냥 그것을 마주했을 때 일어나는 '축제의 감정'이라도 했다. 에펠탑은 분명히 그 역할을 한다. 친구와 가족들에게 내가 파리에 살아있음을 알리는 가장 제대로 된 사진 딱~!
그리고 무채색의 파리지앵들 속에서 노란 병아리처럼 붕붕 떠다니는 나를 발견하고 사진 찍자고 말해주는 고마운! 외쿡 친구들. 안녕 my first 모로코 친구! 에펠탑으로 인하여 나에겐 분명히 축제의 감정이 일어났으니 에펠탑은 그 존재의 목적을 나. 에. 게. 다했다.


#주안에 우린 하나~모습은 (많이) 달라도~♪_7.12
 
나의 자랑, 만남의 복!
 파리에서 처음 맞는 주일! 원래는 한인 교회를 가려고 열심히 찾아왔으나 우리 Illona와 그 가족은 프랑스에서 보기 드문 신실한 크리스천 가족이다. 아.. 하나님 정말 어디까지 예비하신 거예요.. 도대체 어디까지 착할 건지 모르겠는 이 가족은 마미부터 막내까지 개성 넘치고 에너지 넘친다. 날 뭘 믿고(?) 받아줬나도 모르겠으나 아침부터 저녁까지 먹이고 재우고 심지어 놀아주기까지 하는 이 친절함은 프랑스 사람들이 개인주의가 강하다는 말을 무색하게 한다. 도대체 누가 그랬어 누가!! (외쿡인을 만나면 모두 그 나라 대표라는 말이 정말 맞는 말이다. 나 같이 단세포 사람에겐 한 사람이 그 나라에 대한 모든 판단을 결정지을 수 있다는 것)  
  
 아무튼 어딜 가나 내 집처럼 주인의식(?)을 가지고 사는 나는 온 지 이틀 때부터 그냥 원래 이 곳에 살았던 것 같다.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가장 큰 복은 <만남>과 <함께함>의 복이다. 첫 번째, 탕자 오브 탕자인 나를 만나주시고 늘 함께해 주시는 것이고 (모두가 위험하다고 입을 맞대는 이 파리가 나에겐 왜 이리 평화로운지 모르겠다. 그 흔한 소매치기 양반들 조차 내겐 보이지 않는다. 옛날부터 난 이상하게 외국에만 나오면 면역력도 강해지고.. 막 그랬었다.) 두 번째는 깊게 넘치는 인복이다. 파리에서도 여전히 나의 만남의 복은 나를 굶기지도 홀로 두지도 않는다.
 
가서, 가족 만나라! 만들라!
 그렇게 만남의 복을 통해 나는 현지 교회를 함께 가게 되었다. 교인 대부분이 아프리카의 흥 많은 피를 가지신 분들이라서 예배는 비. 범. 했다. 찬양_말씀_찬양과 헌금_간증 및 소개로 이어진 예배는 소문으로만 듣던 온몸의 찬양이었다. 사실 처음엔 갑자기 아주머니들이 찬양인도자(사실 우리 마미다♥)가 있는 앞 쪽으로 와서 함께 춤추는 것이 뭐지!라고 하는 마음도 잠시 나도 자유롭게 온 몸으로 찬양하고 있었다. 헌금조차 그런 기쁨의 몸짓으로 드리는 이들 속에서 하나님께 드려지는 참 기쁨이 무엇인가 느낄 수 있었다.

Puissant guerrier
Fort dans les combats
Tu comvattras pour moi

그분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나를 위해 싸우시고 승리하신다.

 예배 후엔 다 같이 골방(?)에 모여 목사님과 함께하는 끝장 토론을 했다. 다 옮겨 적을 순 없지만 프랑스에서 믿는 청년들을 만난 것만으로도 모자라 모습은 많이 달라도 한분이신 하나님과 그분의 말씀을 따라 살려하는 형제자매들을 만나니 정말 예수 피로 묶인 가족들이 또한 내 가족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라! 열방에 가족 만나러! 또, 만들러!!!

열띤 토론 후엔 KFC로!
(예배 시작 전 몰래 찍은 마미의 뜨거운 찬양!)


아.. 다 썼다.
10시도 안됐는데 잠이 온다.
아까 막내 남동생이 손을 깊게 베여서 일층부터 흘리고 온 피를 닦느라 약간의 쇼크를 받은 건지 (동생의 흥건한 피를 차마 보고 닦지 못하는 우리 Illona 대신 괜찮은 척하며 열심히 닦았는데 안 괜찮은가..) 아님 이탈리아로 원정 콘서트까지 가는 우리 뮤지션 Illona의 기타 연주를 듣고 있노라니 잠이 오는 건지..
사실 Illona도 신기해한다. 어제 내가 눕자마자 잠드는 신공을 보여줬더니 참 일찍 빨리도 잠들고 빨리도 혼자 잘 일어난단다. 맞아. 나 닉네임 신데렐라란다. 잠이오니 의식의 흐름 기법이 빛을 발하는구나. 마지막으로 오늘 들은 기분 좋은 칭찬 하나 자랑하고 자야겠다.
교회에서 돌아오는 차 안 Illona와 사촌들과 한참 수다를 떨었는데 한 사촌이 Illona한테 저런 nice한 친구를 어디서 만나 데려왔다며 신기해하고 부러워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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