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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란한 기쁨주의자 Jul 25. 2018

이 청춘들이 파주를 여행하는 법 Ep.1

국내여행_파주

한마디 말을 나누어도 뭘 해도 좋은 사람들이 있다. 표정을 잘 숨기지 못하는 나는, 가끔 이렇게 사진 속 나를 보며 뭐가 그리 신이 났을까- 그때의 웃음소리를 떠올리곤 한다.


창조력을 부여받은 아담들이 모이면, 그 무리 하나가 창조적 콘텐츠가 된다. 그 모든 시간이 작품이 된다.


그래서, 이것은 우리의 작. 쓸. 신. 잡 in 파주 작품이다.



#역사: 조만식 선생님


통일전망대에 내렸다.

조만식 선생님의 동상이 우릴 맞아주셨다. 사실 생소한 이름이었다. 자칭 작쓸신잡의 시민은지를 맡았기에 나는 나름 ‘역사’ 파트와 ‘시대 문학’을 공부해갔고, 그러면서 한국에도 간디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산장려운동과 민중계몽을 통해 민족의 자립, 독립을 이루고자 했던 소리 없이 그는 기독교 정신을 바탕에 두고 경제적, 문화적, 사회적 면에서 민족의 실력을 키우기 위해 힘썼다.


한국에서 기독교란 종교는 지금과 같은 ‘취급’을 받지 않았다. 경제적, 문화적, 사회적 모든 면에서 이 땅의 백성들에게 널리 이로웠다. 이 땅을 하나님 나라와 같이 만드는 탁월성이 있었다.


통일전망대 앞에 다른 누구가 아니라 그가 있는 것에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내가 잘 알지 못하는 그의 뿌리와 행보 등에 따라 그가 선정된 복합적 이유가 있을터) 그럼에도, 우뚝 선 그가 가리키고 있는 손가락이 하늘을 향해있고 그 우직한 발이 두 땅을 밟고 있음이 건너편 파아란 하늘과 함께 마음에 담겼다.



#문학: 최인훈의 광장


철학과 이명준은 남한의 밀실과 북한의 광장 모두에 환멸을 느끼고 제 3국을 택한다. 그리고 그 실낱같은 희망으로 향하던 중 결국 죽음을 택한다. 소설 속에서 그를 겨우겨우 살아내게 하는 것은 결국 은애, 은혜와의 ‘사랑’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의 선택을 회색지대의 회피로 볼 것인지,

오히려 가장 선명한 선택의 항전으로 볼 것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새삼스레 아쉬운 것은, 살아있는 역사-인생이 담긴 우리의 문학작품들을 살아있게 느끼지 못하고 종이 위에서 답안을 찾아내기 위한 죽은 텍스트로 보았다는 것이다. 파주에 와서 직접 보고 자연스레 그곳에 담긴 옛이야기들을 꺼내 이명준이 되어 보았다가, 그의 머리 위 갈매기가 되어 보았다가 하는 우리의 이 시간들이 조금 더 어렸을 때 있었더라면- 소소한 슬픔에 잠겨본다. 아- 이렇게 재밌는 것을.



#공간: 파주 지혜의 숲, 헤이리 마을


내가 사랑하는 파주 지혜의 숲이다. 책만 잔뜩 가져다 놓고 ‘이리 와서 책 읽어!’가 아니라, 좋은 책들을 (그것도 출판사별로 정리라니!!) 가져다 놓고 들어앉아 읽고 싶게끔 공간을 만들어놨다. 참으로 평화롭고 지혜로운 방법이지 않은가.


파주 헤이리 마을은 여러 박물관, 서점 등 가볼 곳이 많지만 기본적으로 어디로 눈을 돌려도 기분 좋은 탄성이 나오는 곳이다. 눈요기할 건물들이 많기 때문이다. 건축에 식견이 없는 나이지만 핸드폰을 들지 않고는 지나칠 수 없는 건물이었다.


나무가 건물 중심에서 자라나도록 유휴공간을 둔 경우는 많이 봤지만, 이렇게 공격적인 조화로움으로 건물을 뚫고 자라는 것은 처음 보았다. 죽은 콘크리트와 생명력을 가진 나무가 조화롭다고 생각해서 탄성이 나온 것이 아니었다.


죽은 것들 사이에서 딱 정해진 만큼 난 구멍으로 모가지를 들이내밀고 있는 그 모습이 처절하고 애잔했다. 콘크리트 너는 어찌하였든 나무를 데리고 있으니 ‘푸르름’을 지녔다고 득의양양할 수 있을지 모르나 내겐 아니었다.



#음식: 김치

맛있는 닭칼국수와 닭 깐풍기를 먹고도 내 글에 담기는 영예를 얻은 것은 요 김치뿐이다. 팔기 위해 작정을 하고 대가를 치른 닭칼국수보다 나는 그 주인들의 본심을 알 수 있는 이 김치가 좋다. 그 마음들이 살뜰히 담긴 이 김치가 주인공이 브라보를 받을지 야유를 받을지 결정하는 숨은 지원군이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브라보를 외쳤다.

Bra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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