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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란한 기쁨주의자 Sep 19. 2018

프랑스 리옹, 안시 나들이

25살의 유럽 배낭여행기03_리옹, 안시_따로 또 같이

따로, 또 같이_7월 20,21일

  이제 리옹의 공동체 생활도 많이 적응된 것 같다. 이 곳에 온 지 며칠 지나지 않아서부터 선교사님이나 이 곳 지체들이나 심지어 방문한 게스트들도 내가 원래 이곳에 사는 사람 같다고 했을 만큼 나는 적응력이 꽤 빠른 편이다. 다들 날 어딜 가도 잘 살 사람이라고 이야기해주니 하나님께서 나에게 쌓아주신 생존력에 새삼 또 감사하게 된다. 사실, 이곳에서의 적응은 아침 QT, 함께하는 식사, 기도회, 예배, 청소, 교제의 시간들과 같이 내가 지난 4년간 한국에서 지내온 생활이기 때문에 빨리 적응할 수 있었고, 이 곳에 사는 사람들이 아주 아주 좋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내가 적응하지 못할 이유가 한~~~ 개도 없었다. 어디서나 믿는 사람들이 지내는 모습은 '공동체'이니까. 그래야 하니까.



리옹의 인사동 Vieux Lyon


 센터에 사는 지체 한 명과 리옹의 구 시가지로 나들이를 나갔다. 혼자 하는 여행도 그 나름의 묘미가 있지만 함께하는 즐거움을 제대로 느끼는 시간이었다. Vieux Lyon은 한국의 인사동이나 북촌 한옥마을 쪽 같은 느낌이랄까.. 옛날 건물들이 많은 예쁜 거리에 오래된 서점, 아이스크림 집들, 장난감 가게, 작은 박물관들, 그리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Pirate Candy집이 있었다.

 그중에 미니어처 영화 박물관을 갔는데, 좁고 어두운 밀실을 매우 무서워하는 나에게 그 영화 박물관은 일종의 한 여름의 셀프 담력 테스트였다. 지하 터널식으로 시작한 1단계는 영화 향수의 세트장이었는데 설치된 인형은 왜 이리 생동감 넘치며 무서운 음향효과는 도대체 왜 틀어놓는 건지.. 대놓고 납량특집을 의도한 것 같았다. 도무지 밑으로 내려갈 용기가 안 나서 누군가 오길 기다리는 꼼수를 부린 이후에 일행 행세를 하며 2단계로 진입할 수 있었다. 위 층으로 올라갈수록 공포감은 점입가경이었다. 심지어 단계별 장소마다 특별히 검은 천막으로 쳐져있어 어린 아이나 산모는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곳이 있었다. 돈도 냈겠다, 언제 또 이곳에 와보나 싶어 입술을 앙다물고 커튼을 졌혔는데...!!!! 순간 한국말로 뭐야!라고 소리를 질러 버렸다. 그 많고 많은 영화의 많고 많은 멋진 주인공들 중에 영화 '에일리언'의 주인공 '에일리언'이 있었다. 그것도 아주 생동감 넘치게 움직이며 초단위로 변하는 조명빨(?)까지 받아가며 괴상한 소리를 내고 날 노려보았다. 사실 정말 사람이 들어가 있나 싶어서 뒷걸음치며 사진을 찍고 후다닥 그 방에서 나와버렸다. 


 이 후로도 처키 저리 가라 하는 특급 공포 인형의 집을 비롯해 살인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시신(?)들이 즐비한 방까지... 영화를 정말 좋아하는, 사랑하는 그 친구와 함께 왔다면 적힌 설명들보다 훨씬 생동감 넘치는 설명들을 해주었겠다 싶었다. 하지만 이런 것도 나름 혼자 오는 여행의 묘미일 것 같다. 공포도 외로움도 여유로움도 사색도 배가 된다. 물론! 오늘은 동반자가 있었지만 이때는 잠깐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오기로 했었기 때문에..

따로, 또 같이. 혼자 있어도, 같이 있어도 즐겁게 잘 살아가는 것을 배워가는 나를 보면 조금은 나이가 들어가는구나 한다. 물론 아직 한참 젊지만!



알프스 물에서 수영하기까지.

 리옹에서의 나날은 역시 매일이 즐겁다. 오늘은 프랑스의 알프스, 베니스라고 불리는 Anncey에 다녀왔다. BlaBla라는 카풀을 이용했는데, 이것도 역시 날 아주아주 아끼시는 우리 엄마를 기도로 몰아내는(?) 걱정거리겠지만 돈은 없어도 도전 정신만은 워렌 버핏인 나에겐 아주 딱인 교통수단이었다.

 내가 카우치 서핑으로 파리에서 지낸 것처럼, 이것도 누군가의 프로필을 보고 목적지까지의 차를 같이 빌려 타는 것이다. 물론 일정의 돈을 내지만 TGV나 다른 기차에 비하여 거의 절반 정도로 싸다. 나는 하나님께서 돈 없이도 나를 자꾸 움직이시는 길들을 알려주심에 감사하며 이 좋은 제도를 활용 Anncey로 가게 되었다. 이에 더하여 불어를 못하는 나에게 불어를 잘하는 동행자, 센터 지체까지 붙여주셔서 심지어 안전한 여행이었다. 
 안시는 정말 동화나라 같았다. 알프스 물이 녹아 말 그대로의 에메랄드 물 빛이 휘감은 Palais de L'lle은 원래 감옥이었는데 지금은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었다. 끙끙대며 셀카를 찍는 우리를 보고 지나가던 한 부자가 멈춰 서더니 아저씨께서 상냥하게 사진까지 찍어주셨다. 어딜 가도 우리는 누군가의 도움으로 살아가는 것 같다. 사진 찍기를 참 좋아하는 그 친구 덕에 이번 유럽여행 중 하루치로는 최대의 사진을 찍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어디를 찍어도 그림같이 나오는 그곳에서 참 많은 사진을 찍었다. '남는 건 사진이다'라는 말, 예전에는 동의하지 못했다. 사진 찍는 것 자체를 싫어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먼저 사진을 찍자는 편인데, 자존감의 문제가 회복되어서이기도 하고, 또 여기저기 다니다 보니 기억을 쉽게 불러일으키는 게 이미지라는 것을 인정하게 되어서이기도 하다. 하지만 난 사진 말고도 3개 정도로 그 '남는 것'에 대해 입장 정리를 해본다. 


사진, 글 그리고 사람이다. 사진 속 그 시간을 함께 보낸 사람 그리고 그에 대한 마음이 담긴 글. 이번에도 열심히 남기련다.

 잔디에 누워서 찍고 호수를 배경으로도 찍고 한참을 돌아다니다 케밥으로 간단히 점심을 때웠다. 그리곤 나의 안시 여행의 본 목적인 수영을 하기 위해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해변 같은 호수로 보이는 곳을 향해 걸어갔다. 가는 길에 한 다리를 걸었는데 일명 '사랑의 다리'였다. 이런 다리는 어디에나 있는 것 같다.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둥 새로운 인연을 만난다는 둥의 전설 하나가 크게 별다를 것 없는 다리를 먹여 살린다. 이 다리는 사랑을 다시 시작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아니, 외국인들이 그 전설대로 되려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시간과 거리를 배 타고 비행기 타고 건너와서 여기서 만나는 거냐며 구시렁구시렁거리며 다리를 배경으로 좋아라 사진을 찍었다. 누구 말처럼 난 모순덩어리니까 :)

 아무튼 그렇게 열심히 걸어서 수영을 할 수 있는 곳에 도착했다. 가는 길에 만난 재밌는 남자 이야기는 문자상으론 오프 더 레코드로 남기니 궁금하다면 직접 물어보길 바란다. (사실 이러면서 한 번이라도 더 안부를 물으라는 것이다!) 아무튼 우리들은 드디어 엄청난 경관의 자연 수영장에 도착했다. 사실 이 나라에서는 그런 수영장에서도 꼭 수영복을 입어야만 하는데, 우리 둘 다 수영복 따윈 없었다. 그나마 둘 다 나름의 여름옷을 입었으니 괜찮지 않을까 하며 물에 뛰어들었다. 알프스 물에서 수영하는 물맛이란! 재밌는 건 개헤엄이 전부여서 수영하기 민망하지 않을까 했었는데, 모두가 개헤엄을 열심히 치고 있어서 전혀 민망하지 않았다. 내친김에 배영도 두둥실 했다.

 한참을 정신없이 수영(?)하고 나오는데 주위를 둘러보니 누드비치가 아닌 걸로 알고 있었는데, 어느새 내가 어디에 와있나 착각할 정도의 광경이었다. 즐비한 수영복들도 익숙하진 않았다. 민소매와 짧은 바지를 입고 찍은 스스로의 사진들도 익숙하지 않기는 매한가지였다. 이런 나의 호들갑에 나는 스스로를 조선 dynasty 사람으로 소개하고 있다. '아니 수영장에서 수영복을 입는 것은 당연한데!'라고 스스로 외치다가도 (내가 이때의 사진들을 내 일생의 탈선 샷이라고 소개했다가 조선 dynasty이름만 확고해졌다.) 풍경을 너무 보여주고 싶어서 사람들에게 사진을 보낼 때면 또다시 뭔가 조심스러워지고 조금은 민망해진다. 아무튼 2015년 우리의 안시는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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