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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하의 밤 Mar 10. 2023

수영장이 뭐 별건가요?

뭐든 시작하면 또 할 수 있는 법

오늘은 수영장 가는 날. 

눈을 뜨니 7시였다. (7시 수업)


사실 그전에 5시에도, 6시 반에도 깼는데 아기가 칭얼거린 탓도 있었지만 내 속에 뭔가 긴장감과 압박감이 있었던 것 같다. 


아니 이게 뭐라고 이렇게 긴장이 돼?!?!! 마음 좀 편하게 먹자!!! 


라고 생각하고 분노의 잠을 청했는데 정말로 마음을 놓아버렸는지 수영 시작하는 시간에 일어나 버렸다. 


만약 오늘이 수영 첫날이었으면 과감하게 포기했을 것이다. 하지만 한 번 다녀왔으니 '지금쯤 체조하고 있겠군' 생각하고 챙겨놓은 짐을 들고 집을 나섰다. 시작이 이렇게 중요하다. 
이상한 여유와 용기가 생겨서 쉽게 자포자기하지 않을 수 있다. 
뭐든 '망했다'라고 생각해서 포기하는 이유는 어쩌면 실체를 모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센 척을 하며 수영장에 도착했지만 막상 앞에 오니 뭔가 마음이 초조해져서 부리나케 씻고 물속으로 입수.


그런데 어쩐지 레인에 있는 사람들이 낯설었다.

나의 동료들은 어디에 있지? 싶어 보니까 1번 회원님을 비롯한 동료들이 모두 얕은 수영장에서 도시락 같은 걸 등에 메고 연습하고 있었다.

빨리 쫓아가야겠다.


선생님이 멀리서 나를 발견한 것 같아 지난번 지적해 주신 것들을 유념하며 자유형을 해보았다. 

몇 번 왔다 갔다 하는 걸 보시더니 나도 얕은 수영장으로 오라고 했다. 

'예쓰!' 


기분이 좋았다. 그러나 나의 동료들은 다시 깊은 레인으로 이동하여 접영을 하고 있었다. 

아 지각하지 말아야겠다. 계속 나머지 공부하는 느낌 뭐지? 

애써 떨쳐낸 쓸쓸한 기분이 계속 올라오는 것 같았지만 나는 첫날과 달라져 있었다. 


마음이 편안하니 움직임에도 훨씬 여유가 생긴 느낌. (물론 나만의 느낌)

얕은 곳에서 반접영(한 팔 접영) 연습을 하고 있었는데 

내 옆에는 평형을 연습하는 약간 오래된 회원 같은 여자들이 있었다.

어쩐지 그들은 연습보다 대화를 많이 하는 느낌이었다. 흡사 목욕탕처럼그냥 몸을 물속에 담근 채 이야기하는 장면만 계속 보였다. 



그들과 강사님의 대화를 듣고 알게 된 사실. (듣고 싶지 않은데 자꾸 들려!!)


회원들과 강사님은 서로 인스타 주소를 주고받나 보다.


"선생님 그때 빨간 모자 언니 어떻게 됐어요?"

"정말 잘하고 있죠. 그 언니 인스타 보니까 예전에 바프 찍었나 보더라고. 그래서 운동을 잘하셔~"

"아 진짜? 한 달 쉬니까 진짜 힘드네."

"아 빨리 해요~ 왜 자꾸 쉬어?"


반존대가 오가는 오묘한 대화를 듣다 보니 뭔가 친한 친구 모임에 깍두기가 된 느낌이 들었고, 

어색함을 달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계속 물속으로 들어갔다... 


그래, 확실히 첫날보다 폼이 좋아진 것 같다! (물론 이것 역시 나만의 느낌)


게다가 수심이 얕은 곳의 레인은 매우 짧아서 한 바퀴 한 바퀴를 매우 쉽게 돌 수 있었는데 묘하게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다.


몇 번 연습을 하니 강사님이 다시 원래 레인으로 오라고 했고, 거기서 드디어 온전한 접영을 할 수 있었다.


아직도 동작이 작고, 물에서 나올 때 시체 같다(?)는 지적을 듣지만 어쨌든 오늘도 무사히 수업을 들었다는 점에서 아주 큰 보람과 만족감을 느꼈다.


나... 여기가 제법 편해지고 있잖아? 이틀 만에 이렇게 여유롭다니. 정말 멋져!


게다가 나도 아줌마, 할머니들 사이에서 주눅 들지 않기 위해(?) 오늘은 귀여운 목욕 바구니까지 챙겼다구!

그렇게 당차게 씻으러 샤워실에 들어갔을 때 알게 된 사실.


아 수건을 안 가져왔네.

그럼 그렇지... 와 다른 것도 아니고 수건을 안 가져오다니. 


역시 사람은 언제나 겸손해야 하는 법이다. 


(+아줌마들에게 혼날까 봐 눈치 보면서 드라이기로 몸까지 대충 말리고 거의 젖은 몸으로 옷을 입고 집에 돌아옴. 물론 오토바이 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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