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만족스러운가?
벌써 현재 회사에 다닌 지 1년 반이 넘어간다. 시간 참 빨라.
최근에는 회사에서 달달 히 통신비를 받는 것에 eligible 된다는 이메일도 받았다. 회사가 드디어 자잘한 베네핏을 점점 늘리는가 보다. 보장된 게 아니고, 언제든 바뀔 수 있다고 왔지만 그래도 이게 어디야. 기껏해야 한 달에 몇십 불이지만 뭐가 되었든 베네핏은 항상 옳다.
이번 년에 이직을 하려고 했는데, 집을 사게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일단 보류로 놔뒀지만 결국 여름쯤에는 하게 될 것 같다. 이직한 동료에게서도 연락이 왔었다. 본인 현재 회사에서 디자이너를 구한다며 관심이 있으면 본인이 나를 추천해 줄 수 있으니 알려달라고 왔지만, 그쪽 회사나 현재 회사나 결국 같은 인더스트리고 그쪽에서 돈을 더 준다 한들... 현재 회사에서 하는 일들이 훨씬 더 다양하고, 커 나가는 속도로 봐서는 여기가 더 전망이 있어 보이기에 둘러서 사양했다. 더군다나 나는 이직을 하게 되면 인더스트리를 옮기고 싶으니까.
2년을 채우고 이직을 하지 않을까 싶은데, 이곳에서 벌써 이렇게 시간이 흐른 것에 대해 나는 충분히 놀라고 있다. 어떻게 이 시간을 내가 계속 다녔지? 회사가 나쁘다는 게 아니다. 그저 내가 게을러서 그렇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장점과 이직하고 싶은 이유들을 한번 나열해 봐야겠다.
장점
첫 풀타임 잡인걸 감안하면 업계에서 연봉이 높은 편이다.
직원들을 잘 챙겨주는 회사이다 — 일 년에 셀 수 없는 각종 크고 작은 이벤트를 연다. 선물을 많이 주고, 과일과 간식, 캔디 등등은 항상 모자람 없이 풍부하게 구비되어 있다.
보스가 팀원들의 의견을 존중하며 언제든 오픈되어 있고 나이스하다.
다른 미국 회사들과 달리 레이오프가 거의 없다. 웬만하면 안고 간다.
그래서인지 이 회사에 뼈를 묻을 생각으로 다니는 사람들과 장기 근속 하는 사람들이 많다.
네임밸류가 있고 큰 기업이다.
회사가 몸집을 불리는 게 보인다 — 팀이 점점 커지고 있다.
프로젝트가 다양하다.
오피스가 집에서 15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이직하고 싶은 이유
나는 회사 이벤트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벤트에서 공짜 음식과 디저트 먹는 것은 좋아하지만, 그다지 큰 이점이 아니다. 한국 회식 느낌이랑 비슷하지만 회사에서 나서서 하는 큰 규모라고 하면 되려나.
이유가 없는 한 재택이 거의 불가능하며 유연성이 없다.
프로젝트는 다양하나, 모든 결정은 최고윗선의 입맛에 따른다.
쓸 수 있는 브랜드 디자인 요소가 한정적이다.
이 브랜드 한 곳의 성격에만 맞춰서 디자인을 해야 한다.
인더스트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곳은 내 발판이지 목표점이 아니다.
써 놓고 보니 어느 회사든 이렇지 않은 회사가 있을까 싶지만, 한 군데에서 오래 머물면 정체되고 갇힌 느낌이 들며 한 단계씩 올라가고 싶은 나에겐 이곳은 도착지가 아니다. 회사가 향후 몇 년 뒤에 얼마나 더 커질지 기대는 되지만, 회사의 성장과 나의 성장은 동일선상에 놓고 볼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남편과 주변 사람들은 팀, 보스, 그리고 회사를 전반적으로 봤을 때 이만한 회사는 없다고 좋은 회사라고들 이야기한다. 남편은 나보다 회사생활을 훨씬 더 많이 했고, 더 큰 글로벌 대기업에서 일한 경험이 많은데도 저렇게 이야기를 해주니 한편으로는 이직하는 것에 대해 겁도 난다.
나의 다음 디딤돌은 어디가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