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간 가장 극적으로 변한, 보이지 않는 약속
잠깐, 글을 읽기 전에, 간단한 질문 10개에 답해 보세요.
아래 항목들은 회사와 당신 사이의 ‘보이지 않는 약속’ 중 일부입니다.
각 항목이 얼마나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되는지,
1점(의무가 전혀 아님)에서 7점(필수 의무) 사이로 점수를 매겨보세요.
- 7점 척도에 5.5점 이상을 의무로 간주
A. 회사가 당신에게 제공해야 할 것
1. 친화적이고 가족적인 분위기 조성
2. 자녀 학자금 지원
3. 현실적인 주택자금 지원
4. 자사 제품 구입 시 할인 혜택
5. 과감한 업무 권한 위임
B. 당신이 회사에 제공해야 할 것
6. 외국어 및 컴퓨터 실력 향상
7. 사내 외 교육 프로그램 적극 참가
8. 새로운 지식과 기술 습득
9. 동료의 개인적 어려움 청취와 도움
10. 원만한 대인관계 유지
점수를 매기셨나요?
이 10가지가 바로 지난 25년간 가장 크게 흔들린 약속들입니다.
'우리 회사 사람'에서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회식 자리에서 한 팀장이 푸념처럼 말했습니다.
“예전엔 신입사원이 팀 막내였는데… 요즘은 그냥, 제일 먼저 퇴근하는 사람이에요.”
‘우리 회사 사람’과 ‘우리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
단어 하나 차이지만, 그 사이에는 25년의 변화가 담겨 있습니다.
1997년, 직장인들은 위 10개 항목에 대체로 5점 후반에서 6점 중반대를 주었습니다.
“당연히 회사가 해줘야지”, “당연히 내가 해야지”라고 생각했던 것들이었죠.
2022년, 같은 항목의 점수는 4점대로 떨어졌습니다.
더 이상 의무가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는 겁니다.
가장 크게 변한 다섯 가지 약속
1. 친화적이고 가족 같은 분위기, 꼭 필요한가요?
1990년대 말, 회사는 ‘제2의 가족’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성과를 만드는 파트너’가 되었습니다.
친화적이고 가족적 분위기에 대한 기대치는 5.84점 → 4.37점으로 급락했습니다.
정서적 유대보다 성과 계약이 고용관계의 중심이 된 것이죠.
2. 다양한 복리후생? 이제는 내 몫입니다
채용설명회 장면을 비교해 볼까요?
1990년대: “자녀 학자금 지원, 주택자금 대출, 자사제품 할인혜택...”
오늘날: “성과급, 스톡옵션, 개인 교육비 지원…”
복리후생은 직원의 삶 전체를 책임지는 것에서, 당장의 성과를 뒷받침하는 것으로 방향을 바꾸었습니다.
자녀 학자금 지원은 6.07점 → 4.98점, 주택자금 지원은 5.88점 → 4.87점으로 낮아졌습니다.
회사가 직원의 삶을 널리 아우르던 시대가 끝난 겁니다.
3. 믿고 맡긴다? 이제는 시스템이 합니다
과거에는 “자네니까 믿고 맡기는 거야.”라는 말이 신뢰의 표현이었습니다.
실수해도 괜찮다는, 사람 중심의 위임이었죠.
지금은 다릅니다.
“가이드라인을 따르고 단계별 승인을 받으세요.”
신뢰의 무게중심이 사람에서 프로세스로 옮겨갔습니다.
업무 권한 위임에 대한 기대치도 5.81점 → 4.94점으로 하락했습니다.
4. 회사가 챙겨주던 공부, 이제는 자기 책임
한때는 회사에서 각종 시험료를 지원해 주며 직원의 성장을 챙겨주었습니다.
지금은 영어회화, 파이썬, 데이터 분석 같은 능력은 입사 전에 이미 준비해야 할 기본값으로 여깁니다.
외국어·컴퓨터 실력 향상에 대한 의무감은 6.16점 → 4.44점으로 크게 떨어졌습니다.
배움의 무게중심이 회사에서 개인으로 이동한 것입니다.
5. 동료 챙김? 일이 우선입니다
“요즘 김 대리가 힘들어 보이는 것 같은데, 같이 저녁이라도 먹으면서 이야기 좀 들어줘.”
이런 말이 팀워크의 상징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업무는 공정하게, 개인 문제는 각자 알아서”라는 분위기가 강해졌습니다.
동료 어려움 청취와 도움 5.65점 → 4.02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동료 관계는 정서적 유대에서, 역할과 책임을 중심으로 한 협업으로 바뀌었습니다.
변화는 단순히 평균 점수 하락에 그치지 않습니다.
응답의 차이, 즉 편차가 과거보다 거의 두 배로 커졌습니다.
예전에는 대부분 비슷한 점수를 주며 “이 정도는 회사가/내가 해야지”라는 공통된 잣대를 공유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같은 항목에 어떤 이는 7점을, 다른 이는 3점을 줍니다.
의무와 약속에 대한 생각이 조직 안에서도 크게 갈라진 것입니다.
그 결과, 조직 안에서는 이런 말들이 들립니다.
리더들은 “요즘 애들은 왜 이래?”라고 하고,
인사팀은 “복지도 좋은데 왜 자꾸 떠날까?”라며 고개를 갸웃하고,
직원은 “이 회사에 계속 있어야 할까?” 고민합니다.
서로 다른 질문 같지만, 답은 하나입니다.
보이지 않는 약속이 바뀌었는데, 우리는 그 변화를 읽어내지 못했습니다.
당신의 점수는 어땠나요?
과거에 가까웠나요, 오늘날에 가까웠나요?
그리고 더 중요한 질문이 있습니다.
“당신의 상사는 같은 항목에 몇 점을 줄까요?”
“당신의 후배는 몇 점을 줄까요?”
그 점수 차이가 곧 지금 당신 조직에서 벌어지고 있는 갈등과 오해의 크기입니다.
당신의 생각은요?
위 10개 항목 중 가장 크게 공감되는 변화는 무엇인가요? 댓글로 나눠주세요.
* 이 글은 게재된 필자의 논문 데이터를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