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와 나의 약속은 어떻게 바뀌었나?

팔각형은 기울고, 오각형은 움츠러들었다

by 공부하는 꽃사슴

혁신의 압박에 흔들리던 기업들, 경제위기의 충격에 무너진 일터, 디지털 전환의 물결,

그리고 제각기 다른 길을 선택하는 개인들.
우리는 여러 변화를 건너왔습니다. 변화의 파편들을 모아보면, 하나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회사와 개인 간의 관계는 더 이상 예전과 같지 않다.”

그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 25년의 간격을 두고 같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 직전 그리고 2022년, 팬데믹 직후.


회사와 개인은 서로에게 무엇을 '의무'이자 '약속'이라 생각하는가?


회사에서 보낸 지난날들의 고민과 선택이 켜켜이 쌓여 만든 숫자를 따라

지난 25년간 회사와 나의 약속은 어떻게 바뀌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조직의 의무: 팔각형은 기울고, 성과만 남았다
1997년 외환위기 전, 조직의 의무 그래프는 균형 잡힌 팔각형이었습니다.

파란색으로 그려진 조직의 의무는 임금과 평가뿐 아니라 복리후생, 교육훈련, 인정문화, 조직풍토까지

고르게 뻗어 있었습니다. 회사는 단순히 일하는 곳이 아니라, 삶 전반을 지탱하는 울타리였던 셈입니다.

25년이 지난 지금, 주황색으로 다시 그린 조직의 의무는 한쪽으로 크게 기울어져 있습니다.

파란색과 겹치지 않는 부분이 바로 사라진 의무입니다.

임금과 평가는 여전히 중심축을 차지하지만, 복리후생과 교육훈련, 인정문화는 뚜렷하게 줄었습니다.

광범위하던 회사의 의무는 축소되었고, ‘성과에 대한 대가’는 한층 더 선명해졌습니다.

과거처럼 “열심히 하면 회사가 챙겨주겠지”라는 믿음은 사라졌습니다.

성과로 말하라는 조직 앞에 직원들은 묻습니다. 성과를 어떻게 평가하고, 어떤 기준으로 보상할 것인가.

pic3_1.png <그림: 조직의 의무변화>


입사 첫날, 당신에게 회사는 어떤 약속의 상대였습니까?

지금은 그 답이 어떻게 달라졌나요?



개인의 의무: 오각형은 움츠러들고, 맡은 일만 남았다

과거, 구성원이 스스로 생각하는 의무 도형은 정오각형에 가까웠습니다.

업무수행, 업무지원, 대인관계, 자기 계발, 애사심이 모두 고르게 높은 수준을 보였죠.

당시 직장인들은 ‘회사가 이런 것들을 당연히 원한다’고 여겼고, 스스로도 다방면에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말하자면 균형 잡힌 ‘정오각형 직장인상’을 내면화했던 셈입니다.


반면 오늘날 우리들의 의무는 전체적으로 크게 움츠러들었습니다.

업무수행과 애사심은 여전히 중심을 이루지만, 업무지원, 자기 계발, 대인관계는 뚜렷하게 낮아졌습니다.

과거에는 ‘일도 하고, 직장 내 인간관계도 챙기고, 회사에도 헌신해야 한다’는 다면적 책임이 당연했습니다.

이제는 ‘맡은 일은 확실히 하지만, 그러나 거기까지. 선을 넘지는 않는다’는 새로운 기준이 자리 잡았습니다.

동료는 ‘함께 버티는 공동체’가 아니라 ‘일을 이어가는 파트너’가 되었고,

관계는 정서적 유대에서 기능적 협력으로 바뀌었습니다.


pic4_1.png <그림: 조직 구성원의 의무변화>


지금 당신은, 회사를 어떤 관계로 보고 있습니까? 공동체입니까, 파트너십입니까?

예전 같으면 당연히 했을 일을, 지금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 적 있으신가요?




바뀐 약속, 달라진 풍경

두 개의 도형은 지난 25년을 압축합니다.

팔각형은 기울었고, 오각형은 움츠러들었습니다.

회사가 책임지던 울타리는 성과 중심의 거래로 바뀌었고,

개인이 짊어지던 다방면의 의무는 ‘맡은 일’ 중심으로 좁혀졌습니다.

즉, 우리의 보이지 않는 약속은 더 좁고, 더 분명해진 관계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바뀐 약속 중에서도 가장 크게 달라진 건 무엇일까요?
다음 글에서 구체적인 변화를 살펴보겠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회사와 개인 사이의 약속은 달라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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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필자의 연구논문을 바탕으로 재구성했습니다.
그래프는 A그룹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2차례의 설문결과를 시각화한 것입니다.

(1차: 1997년 상반기, 2차: 2022년 하반기 ~ 2023년 상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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