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렇게 바뀌었다

by 공부하는 꽃사슴

불안한 개인

2025년 6월, 마이크로소프트가 또다시 감원을 발표했습니다.

두 달 전, 7,000명을 내보낸 데 이어, 수천 명의 추가 감원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였습니다.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AI 인프라 구축에 수백억 달러를 투자 중이므로, 인건비를 줄여야 한다.”


구조조정은 더 이상 ‘경영난’의 상징이 아닙니다.

이제는 ‘혁신’과 ‘속도’를 이유로, 더 잘되기 위해 사람을 내보내는 시대입니다.

어제의 미래 사업이 오늘은 정리 대상이 되고, 변화에 뒤처진 인력은 설 자리를 잃습니다.

기업들은 한편으로는 명예퇴직과 권고사직을 반복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신사업 부서를 신설하고

새로운 인력을 채용합니다. 이제 구조조정은 기업의 일상이 되었습니다.



루이스 우치텔레의 『일회용 미국인』(2007), 질 프레이저의 『사무직 스웻샵』(2001)은 과거 대량해고를 경험한 개인의 좌절과 불안을 기록했습니다. 우치텔레는 예고 없이 해고된 직장인들의 상실감과 충격을, 프레이저는 사무직 직원들이 겪은 고용불안과 스트레스를 집요하게 추적했습니다.

해고와 고용 불안은 중산층 관리자와 전문직 종사자들까지 아우르며 개인들의 일상을 흔들고 깊은 상처를 남겼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다르지 않았습니다.

세 번의 위기를 지나며 사람들이 회사를 바라보는 관점은 달라졌습니다.

그 바탕은 불안이었습니다.

외환위기는 대기업도 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며 조직과 고용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렸습니다.

금융위기는 글로벌 경제 환경에서 누구도 완전히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체감하게 하며

개인을 독립적인 경제 주체로 각성시켰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은 일하는 방식 자체를 변화시키며 개인에게 자율성을 더해줬지만,

그만큼 더 큰 책임도 요구했습니다.

더는 남이 내 미래를 책임져주지 않으니, 내가 책임지는 수밖에 없다는 각성.

개인의 주도성은 그렇게 불안 위에 싹텄습니다.


나를 증명하는 사람들

회사가 더 이상 울타리가 되어주지 않는다면, 개인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스스로를 더 유능한 존재로 만드는 것.

한국 사회를 휩쓸고 있는 자기 계발 열풍의 시작입니다.


서동진 교수는 이를 '자기 계발의 주체가 된 개인', ‘주체성의 구조조정’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자기 계발은 새로운 자본주의가 개인에게 요구하는 변신이자, 경쟁적인 노동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 전략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원석 작가는 믿을 것은 오직 자신 뿐이기 때문에, 스스로를 능력 있는 인적 자원으로 가공하라는

우리 사회의 주문이 바로 자기 개발서에 담겨 있다고 보았습니다.


평생직장이 사라진 자리에 이제는 ‘평생학습’이라는 새로운 의무가 들어섰습니다.

더 이상 조직의 보호를 기대할 수 없게 된 개인은, 스스로를 하나의 '사업체'처럼 운영하며

끊임없이 시장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자기 계발의 개념도 확장되고 있습니다. 단순히 업무에 도움이 되는 책을 읽거나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갖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관심 있는 분야를 탐색하고, 배우고, 나아가 자신의 전문성을 외부와 연결하고 알리는

활동까지 나아가게 된 것이죠.


스스로 설계한 학습은 곧 스스로 설계하는 커리어로 이어집니다.

평생직장이 사라진 시대, 대기업 직장인조차 부업 플랫폼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는 시대에 디지털 노매드(Digital Nomad,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일하는 사람)나 포트폴리오 워커(Portfolio Worker, 여러 직업과 수입원을 조합해 경력을 설계하는 사람)는 더 이상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제 자기 계발의 목표는 더 이상 ‘좋은 회사에 들어가기’가 아닙니다.

불확실한 시대에 스스로의 이름으로 설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

그것이 자기 계발의 새로운 지향점이 되었습니다.

불안은 사람들을 무력화시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나를 증명해야 한다’는 자기 책임의 열풍을 만들었습니다.

이제 자기 계발은 생존을 넘어, 조직과 맺는 계약이 아닌 나 자신과 맺는 새로운 계약이 된 것입니다.


직장을 고르는 새로운 기준

사람들이 일에 기대하는 가치가, 지난 25년 간 눈에 띄게 달라졌습니다.


pic2.png <그림. 직업 선택 요인의 변화>

* 출처: 통계청


‘수입’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이후 직업 선택의 가장 중요한 고려사항이 되었습니다.

반면 안정성(41.5%→22.1%), 보람과 자아성취(16.2%→3.6%), 장래성(20.7%→4.3%)은 중요도가 크게 낮아졌습니다.


수입이 최우선이 된 이유는 어쩌면 당연합니다.

불확실한 환경에서 사람들은 당장 손에 잡히는 것을 원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고용 안정성'이라는 조직의 약속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사람들은 조직에 미래를 기대하기보다

‘지금 받는 보상’을 핵심 기준으로 삼게 된 겁니다.

'안정성'의 하락은 곧 조직과 개인 간 신뢰의 약화를 뜻합니다.

'보람'과 '장래성'의 하락은, 감정적 투자와 장기적 기대가 사라지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개인의 취향이 변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불확실한 고용환경, 심리적 계약이 바뀌고 있는 조직, 그리고 삶의 주도권을 쥐려는 개인이 맞물린 결과입니다.


흥미롭게도, 수입을 최우선으로 여기던 사람들 사이에서 또 다른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근로자들은 직업 선택 시 임금(26.8%) 보다 근무여건(31.5%)을 더 중요하게

여기기 시작했습니다.

‘적정한 보상’ 못지않게 ‘삶의 질과 개인의 가치 존중’이 새로운 기대치로 떠오른 것입니다.

주목할 점은, 기업들이 가장 확보하고 싶어 하는 인재층—고학력자, 젊은 세대—일수록 ‘근무여건’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겁니다. 이제 개인은 금전적 보상뿐 아니라, 더 다양한 가치와 경험으로 회사를 평가합니다.

이제 직장은 단순히 돈을 버는 곳이 아니라, 삶의 질을 결정짓는 무대가 된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특정 나라나 세대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글로벌 컨설팅사 베인 앤 컴퍼니의 2022년 보고서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여줍니다.

자신의 우선순위와 삶의 가치에 따라 직장 내 관계, 성장 기회, 업무의 의미 등 본인에게 맞는 환경을

더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고 있다는 겁니다.


사람들은 더 이상 ‘평균 근로자’라는 이름 뒤에 숨지 않습니다.
각자의 가치와 우선순위를 따라 자신에게 맞는 환경을 찾아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제 조직은 단순히 괜찮은 직장이라는 ‘평균값’을 맞추는 방식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구성원마다 다른 기대와 차이를 어떻게 읽어내고,

그중 무엇을 우리 조직의 약속으로 삼을 것인지 선택하는 일입니다.

그 선택과 대응의 역량이 곧 조직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회사와 개인 사이의 '보이지 않는 약속'은 바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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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1. 송영찬. (2025, 6월 19일). 7000명 감원한 지 두달만에…MS, 다음달 또 수천명 감원 검토. 한국경제.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506195407i

2. Ciulla, J. B. (2005). 일의 발견 (안재진 역). 다우.

3. Uchitelle, L. (2007). The disposable American: Layoffs and their consequences. Vintage.

4. Fraser, J. A. (2001). White-collar sweatshop: The deterioration of work and its rewards in corporate America. W. W. Norton & Company.

5. 안선희. (2009). 한국 출판의 베스트셀러 다양성에 관한 연구: IMF 이후 10년간 베스트셀러를 중심으로 [석사학위논문, 서강대학교 언론대학원].

6. 서동진. (2009). 자유의 의지, 자기계발의 의지: 신자유주의 한국사회에서 자기계발하는 주체의 탄생. 돌베개.

7. 이원석. (2018). 대한민국 자기계발 연대기: 인문학으로 자기계발서 읽기. 필로소픽.

8. 통계청. (2023). 사회조사: 직업 선택 요인 통계 (1998–2023).

9. 이수민, & 오삼일. (2024). 근무여건(Job amenity) 선호와 노동시장 변화 (BOK 이슈노트 No. 2024-10). 한국은행. https://www.bok.or.kr

10. Schwedel, A., Root, J., Allen, J., Hazan, J., Almquist, E., Devlin, T., & Harris, K. (2022). The working future: More human, not less. Bain & Company. https://www.bain.com/insights/the-working-future-more-human-not-l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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