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와 나는 이제 다른 것을 원한다
출근길, 이런 생각해 보신 적 있나요?
“회사 비전은 멋있는데, 내 삶과 무슨 상관이 있지?”
“승진이 커리어에 도움이 될까, 오히려 짐이 될까?”
“성과급, 왜 이렇게 납득이 안 되지?”
사실 이 질문들 속에, 요즘 일터의 보이지 않는 약속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가 담겨 있습니다.
지난 25년간 회사와 개인이 서로에게 기대하던 약속들은 많이 사라졌습니다.
1997년에는 회사의 의무가 33개, 개인의 의무가 22개였는데,
오늘날엔 각각 21개와 8개로 줄었습니다.
없어진 약속들의 자리를 대신한 건 무엇일까요?
숫자 속에서 드러난 건, 세 가지 흐름입니다.
조직 가치보다 개인 가치가 앞선다
사람들은 이제 조직보다 자신을 먼저 생각합니다.
회사의 비전보다 일과 삶의 균형, 조직 충성보다 일의 자율성이 중요해졌습니다.
2024년 9월, 아마존 CEO 앤디 재시는 출근일을 주 3일에서 5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자 직원들은 “의욕을 꺾는 정책”이라며 공개적으로 반발했습니다.
국내에서도 재택근무 축소에 반대해 일부 기업의 노조 가입률이 급증했습니다.
과거라면 당연히 받아들였을 조직의 의사결정이 이제는 협상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구성원은 더 이상 침묵하지 않고, 자신의 기준과 선호를 분명히 밝힙니다.
조직의 가치가 기준이던 시대는 저물고, 이제 개인의 삶이 기준이 되는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커리어는 이제 스스로 설계한다
'한 회사에서 오래 일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 동의하시나요?
와튼스쿨 매튜 비드웰 교수는 외부 영입자는 내부 승진자보다 성과는 낮지만
초기 연봉은 18% 더 높다는 연구결과를 내놨습니다.
내부 승진자가 이 격차를 따라잡는 데는 7년이 걸린다고 합니다.
한 조직에 오래 머무르는 일이 자칫 페널티가 되고 있는 셈입니다.
국내도 다르지 않습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20~40대 직장인의 67.8%가 이직을 경험했고,
이들 중 68.5%는 이직으로 연봉이 상승했습니다.
이직이 개인 성장의 기회라고 응답한 직장인도 31.8%에 이릅니다.
더 흥미로운 건, 한국노동연구원이 30만 명을 추적한 결과입니다.
이직을 경험한 사람들은 평균 14% 임금이 상승했는데
상승의 이유가 '더 큰 회사'로 이직했기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나와 더 잘 맞는 자리'를 찾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이직은 더 이상 '불만의 결과’가 아닌 기회를 찾는 '전략적 선택'입니다.
동종 직무 연봉을 비교하고, 다른 회사 직원들과 커피챗을 하며 이직정보를 나누는 풍경은
이제는 일상이 되었습니다.
분명한 성과기준과 대가를 요구한다
2021년 성과급을 둘러싼 SK하이닉스 직원의 항의 메일 사건은
오늘날 고용관계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과 체계적인 답변이 필요합니다.”
4년 차 직원이 CEO에게 보낸 이 이메일은 곧 성과급 제도의 개편과 실질적 보상 변화로 이어졌습니다.
이제 구성원들은 소비자처럼 조직의 정책을 평가하고, 기준과 투명성을 요구합니다.
조직도 이에 귀 기울입니다.
과거처럼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대신, 조율하고 응답하는 관계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보상은 이제 결과가 아니라 관계를 여는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회사와 개인의 약속은 더 좁고, 더 선명해졌습니다.
조직의 가치보다 개인의 가치가 앞서고,
회사 주도의 커리어 설계보다 개인 주도의 커리어 설계가 중요해졌으며,
조직에 대한 막연한 기대 대신 명확한 기준과 대가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겐 차갑게 보일 수 있지만, 사실은 새로운 신뢰 방식입니다.
우리는 이제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가 아니라,
“분명히 말하고 서로 확인하자”는 계약 속에 살고 있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다음 질문은 분명해집니다.
회사는 이 변화 속에서 어떤 새로운 계약을 써야 할까요?
개인은 어떤 방식으로 자기 길을 열어가야 할까요?
여러분은 위의 세 가지 변화 중, 어떤 것을 가장 크게 체감하고 계신가요?
참고문헌
1. Palmer, A. (2024, September 16). Amazon mandates five days a week in office starting next year. Reuters. https://www.reuters.com/technology/amazon-mandates-five-days-week-office-starting-next-year-2024-09-16/
2. 데일리안. (2024년 9월 16일). 재택근무 축소에 반발… 노조 가입률 ‘급증’. 데일리안. https://www.dailian.co.kr/news/view/1193342
3. Bidwell, M. (2011). Paying more to get less: The effects of external hiring versus internal mobility. Administrative Science Quarterly, 56(3), 369–407. https://doi.org/10.2189/asqu.2011.56.3.369
4. 한국경영자총협회. (2024). 근로자 이직 트렌드 조사. 한국경영자총협회. https://www.kefplaza.com
5. 성재민. (2018). 노동시장 이행이 경력형성에 미치는 영향. 한국노동연구원. https://www.kli.re.kr
6. 한국경제. (2021년 2월 9일). SK하이닉스에서 시작된 ‘성과급 논쟁’. 한국경제.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102096272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