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가 가랑비와 이슬비 사이를 오락가락하던 날이었다. 오전에 다른 프로그램 회의로 바쁘게 시간을 보내고 그 회의가 끝나자마자 서둘러 차를 타고 수원에 있는 경기도청으로 향했다. 차에서 운전을 하면서도 내 머리 속에는 ‘이 기획안을 어떻게 담당자들에게 잘 전달할까’로 가득 차 있었다. 상대방 측 연락 담당자였던 양**님께서 도청의 주차 사정이 나빠 자리 찾기 힘들 거라고 하셨는데 역시나 주차할 곳을 못 잡아 몇 바퀴나 뺑뺑 돌았어야 했다. 힘들게 차를 대고 입구로 가니 양**님께서 마중 나와 계셨다. 안내를 받고 김**님 집무실 겸 회의실로 들어갔다. 잠시 후 실무 책임자인 이**님 , 이**님께서 배석하여 나까지 총 5명이 회를 틀 시작했다.
준비했던 기획안 프레젠테이션이 끝나고, 내가 생각했던 세일즈 포인트를 다시 한번 말씀드렸다. KBS가 할 수 있는 공영방송 냄새나는 콘텐츠, ‘청년, 기회, 도전...’ 이런 키워드로 경기도와 함께 협업 할 수 있는 기회, 뭐 이런 걸 말씀드렸다. 다행히 분위기는 꽤 괜찮았고 내부적인 협의를 하고 다시 답변을 준다는 말씀을 듣고 회의를 마쳤다. 나쁘지 않았던 회의였다.
회의를 마치고 건물 밖으로 나오는 길, 비는 더 굵어져 가랑비도, 이슬비도 아닌 장대비가 되어 내렸다. 아직은 미미하고 첫 발조차 못 뗀 아이 같은 기획안이지만 가랑비가 이슬비가 되고 이슬비가 장대비가 된 것처럼 크고 튼튼한, 그리고 실행까지 되는 기획안이 되었으면 좋겠다. 예수님도 말씀하시지 않았던가, 비록 시작은 미약하더라도 그 끝은 창대하리라고. 뭐 창대하지 못하면 어떠랴, 후회 없이 노력해보고 나의 능력을 KBS라는 도구를 통해 세상에 조금이라도 긍정적 메시지를 줄 수 있다면 그 시도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걸.
집으로 바로 돌아오지 않고 머릿속을 정리하려 차 안에 앉아있었다. 시동도 와이퍼도 꺼진 차에서는 흐리는 비가 유리창을 타고 내리는 광경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잘 되었으면 좋겠다. 아무리 좋은 뜻이라도 돈과 시스템이 필수인데 그 핵심이 경기도 문화 체육 관광국에 달려있었다. 다행히 오늘 미팅은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