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발렌타인>을 보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마음에 드는 구석이 없다.
얼굴에도 자꾸 뭐가 나고
머리스타일도 묘하게 마음에 안들고
입을 옷도 없어서 맨날 입는 패턴을 돌려가면서 입는다.
사진을 찍어도 사진 속 내 모습이 하나같이 마음에 안든다.
운동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 침대에 누워서 다이어트 유튜브만 보고 있는 의지박약인 내가 되게 별로다.
최근에 소개팅 제안을 받았다.
집이 있고 차가 있고 직장을 다니고 있는 동갑의 사람이라고 했다.
집도 차도 직장도 없는 나는 괜한 심술이 나서 소개팅을 거절했다.
그 사람 앞에서 작아져있을 내가 벌써 상상이 돼서 만나지 않겠다고 했다.
나는 직장도 꿈도 야망도 없는 사람이니까.
하고 싶은 것도 없고 잘하는 것도 없는, 재능도 열정도 다 애매한 사람이니까.
그러면서 돈은 많이 벌고 싶고 멋있는 사람은 되고 싶은 욕심만 있는 사람이니까.
요즘 뭐하고 지내냐는 말에 자꾸만 작아지는 나는, 내가 봐도 너무 멋없다.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도 용기내지 못하고 일찌감치 마음을 단념하는 초라한 지금의 내가 되게 별로다.
요즘 내 인생에 낭만은 없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1인분을 해내야 하는 현실만 있을 뿐이다.
이제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
더 이상 집도 차도 직장도 없다고 징징대고만 있을 수는 없다.
내가 진짜 별로인건
이 모든걸 알면서도 바뀌려고 하지 않는다는 거다.
언젠가 멋있는 내가 되겠지 하는 실없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낸다는 거다.
이런 글이나 쓰면서 답정너같은 위로를 받고 싶어한다는 거다.
진짜 나도 나를 모르겠다.
내가 너무 어렵다.
답답하고 속상하다.
이 마음이 지나가는 소나기이길 바라는데, 긴 장마가 될까봐 무섭다
문득 너가 써준 편지가 떠올랐다.
읽을 때마다 나를 울렸던 너의 문장들이 생각났다.
“고맙다, 사랑한단 말이 식상해질까봐 걱정되지만, 어쩌겠어. 내 마음이 그런걸? 항상 고마워. 온맘으로 사랑해.”
“의지할 사람이 필요하면 무조건 나를 찾아. 네가 나중에 많이 힘들었다는 얘기 듣는게 더 괴로우니까, 나 막 이용해줘.“
“너와 나의 앞으로가 기대돼! 우리는 될 놈들이잖아~~”
너는 나에게 이런 말을 해준다.
되게 별로인 나에게 자꾸 예쁜 말을 해준다.
이런 나라도 사랑할 이유를 만들어 준다.
내 인생에 낭만은 끝이라고 생각할 때, 너가 내 마지막 낭만이 된다.
나도 너에게 낭만이 되고 싶다.
요즘 되게 별로인 나에게 이 마음이 최고의 동기부여가 된다.
나를 자꾸 멋진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들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