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초 시리즈>
[그 시절, 내가 좋아했던 웹드라마 ep.1]
유튜브 채널 '72초TV'를 아시나요..
지금은 더이상 작품을 올리지 않는 채널이지만, 많은 광고에서 레퍼런스가 되었던 혁신적인 드라마를 많이 만들어낸 채널이다. 그리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채널이기도 하다. 지금까지도 볼만큼 내가 애정하는 시리즈가 많다. 그중에서 다섯 작품을 소개해보려 한다. 첫번째 작품은 채널 이름과도 같은 '72초 시리즈'이다. 어쩌면 채널의 정체성을 담고 있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72초 시리즈는 '나'라는 남자가 주인공으로 그의 다양한 일상을 보여준다. 초반에는 전혀 연결성이 없는 다양한 에피소드의 나열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시리즈가 거듭할수록 점차 나름의 세계관을 가지게 된다. 대문자N인 주인공이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엘리베이터를 타서 낯선 이와 함께 있으며, 전화를 받지 않는 엄마를 걱정하며, 그밖의 다양한 상황에 놓이면서 그의 무궁무진한 상상력을 드라마로 만든 듯한 느낌이 든다. 시즌1 중후반부터 시작되는 그의 로맨스가 재미를 더한다. 이후에는 현실커플의 소재를 다루는 에피소드들도 나오는데 병맛으로 풀어내는 경우가 많아서 다른 로맨스 웹드라마와는 또다른 매력이 있다.
이 작품을 좋아하는 첫번째 이유는 빠른 속도감이다. 한 에피소드가 보통 2분 안팍이고 길어도 3분을 넘지 않는다. 웹드라마 중에서도 영상 길이가 짧은 편에 속하는데 지금 나왔다면 숏츠 드라마로도 인기를 끌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8년 전에 이런 속도감의 영상이라니, 숏츠의 세상을 미리 알아차기리라도 한듯 싶다. 길이는 짧지만 그 안에 기승전결이 확실한 이야기 한 편이 담겨있다. 한 시즌을 몰아 보아도 20분이면 다 보기 때문에 부담없이 정주행을 시작할 수 있다. 꼭 도전해보시길..
두번째 이유는 적절한 병맛 연출이다. 이게 사실 '72초TV' 채널의 킥이라고 생각하는데 모든 작품마다 뭔가 묘하게 병맛스러운 연출이 들어가 있다. 그치만 그 결정체가 이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평범하게 진행되다가 갑자기 산으로 가는 전개, 끝난 줄 알았지만 계속되는 막장 스토리가 매력적이다. 짜장면을 먹으러 중국집에 갔다가 식당에서 쿵푸를 하게 된다거나, 여자친구를 클럽에서 만났는데 납치로 이야기가 끝난다거나하는 식이다. 처음에는 뭐지? 싶다가도 시즌1이 끝날 때쯤에는 '하여튼 웃겨'를 중얼거리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이 작품은 대사가 많지 않고 주로 주인공 '나'의 나레이션이 많은 부분은 차지하는데, 이 나레이션이 삽입된 bgm과 조화가 아주 좋다. 엄청 감미롭지도 엄청 가볍지도 않은 목소리, 리드미컬한 bgm이 만나 마치 장기하의 노래처럼 이야기가 귀에 쏙쏙 박힌다. 주인공을 연기한 '도루묵'이라는 배우가 엄청난 매력을 가진 사람인데, 이 작품의 연기와 연출을 함께 맡았다. 잘생겼다고 하기는 조금 어렵지만(ㅎㅎ) 묘하게 매력적인 얼굴과 스마트해보이면서도 어딘가 웃긴..아무튼 어마어마한 매력을 가진 사람이다. 연기도 정말 주인공 그 자체인 것처럼 자연스럽고, 나레이션으로 목소리만 나올 때에도 과하지 않으면서 묘하게 상황마다의 감정을 잘 담아낸다. 72초TV의 다른 작품들도 많이 연출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아주 좋아하고 멋지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다른 캐릭터들의 매력도 돋보인다. 주인공의 여자친구로는 장희령이, 여자친구의 동생으로 고민시가, 마지막 에피소드에 전소니가 등장했다. 지금은 유명해진 배우들의 7-8년전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때부터 다들 연기를 잘해서, 이질감 없이 작품에 몰입할 수 있다.
작품 중간 중간에 유명한 영화나 음악 앨범들의 장면들을 오마주한 씬들을 보는 것도 또다른 재미이다. 퀸의 앨범 커버를 연상시키는 장면, <500일의 썸머>의 오프닝을 연상시키는 크레딧, 홍콩 영화의 한장면 같은 액션씬 등이 대표적인 오마주 장면이다. 명작들을 떠올리는 재미도 있고, 각 작품들의 명장면을 72초TV 스타일로 너무 재미있게 오마주해서 감탄하는 재미도 있었다.
이렇게 <72초 시리즈>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았다. 지나치게 자극적이거나 조회수를 위한 낚시 제목 없이, 팝아트 스타일로 디자인된 썸네일까지 매력적인 작품이다. 시즌3으로 완결된 <72초 시리즈>, 매 시리즈 조금씩 다른 매력을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시즌1부터 쭉 정주행하기를 추천한다. 특히 '[72초 시즌1]몰아보기 통합본'의 12분 20초 부분부터 시작하는 에피소드 두개를 강추한다.(방금 또 보고 왔는데 여전히 재밌다..!) 어느새 72초만의 둠칫 비트에 중독된 본인을 발견할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