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실업급여를 받았습니다

내일모레 오십이 다 되었는데, 첫 경험을 많이도 해 봅니다.

by 돌콩

새해 첫날 백수가 된 이후, 20여 일이 지났다.

그동안, 아이의 졸업, 남편 차 사고, 아이 부상, 친정 가족 이슈 등 크고 작은 여러 가지 악재 속에 정신을 차리려면 사고가 뻥뻥 터지는 스펙터클한 하루하루를 보냈다. 아마도 일하고 있던 와중이라면 너무나 힘들었을 것 같다. 쉬고 있는 게 오히려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매일 아침 나는, 일을 할 때의 루틴을 잃고 싶지 않아서, 8시 전 기상해 한 시간 스테퍼를 밟으며 공복 운동을 한다. 땀 흘린 몸을 씻고, 토스트 한 장을 구워 커피를 내리고 9시면 책상에 앉는다.


9시 땡~ 장이 열리면, 100만 원 소액으로 주식 단타에 나선다.

이 주식이라는 게 시간을 잡아먹는 하마다. 오르락내리락하는 항목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시간이 훅~ 잘도 간다. 그래서 나름의 원칙을 세웠는데, 9시~10시 딱 한 시간. 그리고 장 마감 전인 3시~30분에만 주식을 하는 거다.

이리저리 소심하게 매수를 하고, 조금 수익이 나면 매도한다. 따져보니 시간당 만원 알바는 되더라.


가끔은 개미떼가 몰려오는 걸 눈으로 목격하는 게 흥미롭기도 하다. 저평가된 품목 하나를 두고 구매를 할까 말까 망설이고 있는데, 몇 천도 안되던 거래량이 만 명으로~ 수십 만 명으로~ 늘기 시작하다가 천 원 하던 주식이 3천 원, 5천 원이 되는 걸 목격하고 있을 때면 마치 그 옛날 전쟁 때 말을 탄 병사들과 일반 사병들이 저 멀리에서 마구 달려오는 모습이 그려지는 거다. 그렇게 전투적인 품목에 주식 초보는 발을 들이면 안 된다. 한참 오르고 있는 주식을 매수했다가, 급 하락을 겪으면서 비상사태를 여러 번 맞이해 본 자의 경험담이다.


어쨌거나 눈이 뚫어져라 핸드폰을 들고, 주식에 집중하고 있으면, 방학중인 아들 녀석이 스멀스멀 기어 나온다. 그러면 아침밥을 차려주고, 책상에 다시 앉아 블로그 관리에 나선다.


요즘은 AI가 글을 제법 잘 쓴다. 적어도 정보성 글을 쓸 때는, 여기저기 자료를 찾지 않아도 되니 훨씬 편리해졌다. AI가 도입된 초반에야, 글쓰기를 AI에게 맞기는 게 어떤 자존심의 문제와도 같이 느껴졌지만, 요즘에는 AI를 잘 활용해 수입으로 연결해 보자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든다.


투병일지에 가까운 1개의 블로그를 제외하고, 수익형을 생각하고 시작한 블로그가 어쩌다 보니 총 3개인데, 오전에 1 포스팅씩 AI와 함께 준비한다.


첫 번째 블로그에는 건강정보, 두 번째 블로그는 생활정보, 세 번째 블로그는 실제 내가 체험한 정보 위주로 나뉘어 올린다. 첫째, 둘째 블로그는 AI의 도움으로 작성하는데 이렇게 편리하고 간편할 수가 없다. 글의 문체나 내용은 다소 미흡하긴 하지만, 그래도 일일이 정보를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을 해결해 주니 AI는 참 좋은 파트너다.


AI가 작성한 글을 쭉 읽어보고, 어색한 부분이나 사실 확인이 필요한 부분을 다시 AI나, 검색창에서 찾아 확인한 다음 글씨체를 다듬는다.


중간에 삽입하면 좋을 이미지 하나를 AI에게 부탁하면 나노 바나나 같은 것으로 만들어 주는데 클립아트코리아나 이미지 판매 사이트를 찾아볼 필요 없이 꽤 쓸만하다.

하지만 웬만하면 내 사진으로 대체할 수 있는 것을 주로 사용한다. AI가 만들어 준 글과 이미지는 뭐랄까.

노지에서 딴 귤에 청량감 없이 단맛만 느껴지는, 2% 부족한 맛의 그것과도 같다.


이렇게 총 3개의 블로그 포스팅이 끝나면 아들 점심을 챙겨준다. 두시 전 학원에 차로 데려다주고 난 다음,

책상에 앉으면 두시 반. 이제 본격적인 나의 시간이 시작된다.

아! 그 와중에 간간히 빨래도 해서 난다.


쉬게 되면 해보고 싶었던 작업이 있는데, 하나는 전자책이고, 하나는 어린이 동화책, 또 한 가지는 웹소설이다.

어린이 동화는, 일전에 일을 시작하기 전 몇 편 써둔 게 있는데 공모전에 보기 좋게 탈락 한 글이다. 이걸 재 가공해서 다시 한번 도전해 보고 싶은 심정이었는데 시기가 맞는 공모가 많지 않아서 고민 중이고, 웹 소설은 나의 AI 비서와 함께 설정을 만들어 나가는 중이다. 그리고 전자책은 어떻게 올리는 것인지 몰라 간단히 작업하고 하나 올려 봤는데 드디어 승인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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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온 8시에 일어나, 1시간 공복 스태퍼를 밟고, 9시 샤워 전 오늘의 주식을 눈팅하고, (오늘은 금요일에 잘못 매수한 아이가 반토막 나서 회복될지만 전망하며 매출은 올리지 못함), 샤워를 했다.


흰 빨래를 세탁기에 돌리고 난 후 간단히 빵과 커피로 아침 준비를 하고 책상에 앉아, 주식 보기와 AI에게 글쓰기 시키기를 반복하고 있는데 띠링~ 실업급여가 들어왔다는 알림이 떴다.


생애 첫 실업급여다. 첫 금액은 약 8일 치 란다. 그동안 내가 낸 세금이 이렇게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었겠거니 생각하니 좋기도 싫기도 한 이상한 감정이 든다. 어쨌거나 공짜 아닌 공짜 같은 돈을 받으니 안 받는 거 보다야 훨씬 좋다.

내일모레 오십인데, 처음 경험하는 일들이 많은 요즘이다.


노트북을 열었더니, 한참 전 올린 전자책이 드디어 승인을 받았다는 알림이 뜬다.

잘 올려졌는지 전자책 항목에서 열람해보고 나니 뭐라도 하나 했구나 싶어 보람이 든다. 남편에게 URL을 공유할까 하다가, 첫 전자책은 시험 삼아 올려본 거라 창피하단 생각에 아무도 모르는 나만의 비밀로 간직하자는 생각이 든다. 이제 올리는 방법을 알았으니 제대로 기획하고 한번 글을 준비해 봐야지.


서재 건너 방에 잠자고 있던 아들이, 고글고글 거리는 키보드 소리에 갰는지 꼬물거리는 기척이 느껴진다.


미역국과 밥을 데워 빠르게 아침을 차려주고, 커피를 한잔 타서 책상에 다시 앉았다.

빠르게 AI로 정보성 포스팅 3개를 작성하고, 필요한 사진을 찍거나 나노 바나나에게 맡겨 포스팅을 완료했다.

그러는 중간, 중간, 주식 현황을 확인하고, 세탁을 마친 흰 빨래도 널었다.

그리고, 이렇게 브런치 스토리에 나의 백수 일지도 쓰는 중이다.


오늘은 아들이 저녁에 학원을 가는 날이라, 비교적 여유가 있다. 점심을 먹고 나면 오후에는 글쓰기 작업(웹소설) 밑작업을 시작해 볼 생각이다.


마음속에 불안함과 조급증이 휘몰아치려고 하지만, 마음속 유리병에 꾹 닫아 보관 중이다.

언제 톡! 소리와 함께 뚜껑이 열리고 이 조급증이 활개를 칠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뭐라도 하면 된다. 뭘 해야 할지 모를 때는 말이다.

차곡차곡 무언가라도 쌓고 있다 보면, 길도 보이겠지. 2년 전 내가 다시 글쓰기로 취업에 성공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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