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하루를 돌려드릴게요
해가 기울며 창밖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문이 열리며 찬 공기가 스며들었다.
여자는 잠시 문 앞에 섰다가, 카페 안으로 발을 들였다. 눈가가 옅게 붉어 있었다.
"여기... 카페 맞죠?"
그녀를 창가 자리로 안내했다. 아까 남자가 앉아 있던 자리가 다른 이의 하루로 채워지고 있었다.
차가 놓이자, 여자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카페가 참 조용하고 예쁘네요. 이렇게 혼자 계실 때면... 외롭지는 않으세요?"
나는 대답 대신 작게 웃었다.
"저는 요즘 마음이 비어 있는 것 같아요."
그녀는 찻잔을 내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남편이 많이 지쳐 보이는데... 아무 힘이 되어주지 못하는 제가 점점 싫어져요."
찻잔에 떠오른 꽃잎에서 은은한 향이 피어올랐다. 그녀의 시선은 어느새 창밖을 향해 있었다.
"요즘 들어 이런 생각을 해요.
그이를 만나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잠시 고개를 숙였다가, 낮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제가 돌아가야... 그이도 저를 만나기 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럼 그이가 조금은 편해지겠죠."
카페 안의 공기가 가라앉았다.
"아마 후회할 거예요. 그래도 그럴 수만 있다면 돌려주고 싶어요.
그이의 하루를."
누구도 쉽게 다음을 잇지 못했다.
여자는 외투를 벗은 채로도 목에 두르고 있던 하얀 목도리를 풀어 들었다. 얼굴 가까이 가져가 눈을 감았다.
"연애할 때 그이가 사준 거예요."
목도리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이것만 있으면 괜찮아요."
소중한 목도리.
추억의 열쇠는 있었다.
왜일까.
하루의 문을 열면 안 될 것만 같았다.
그때였다.
카페 문이 열리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이 사람아."
라이터를 들고 서 있던 남자였다.
이 자리에서 아내의 편지를 읽고 돌아간, 바로 그 남자.
지친 얼굴이었지만 눈빛만큼은 분명 아까와 달랐다.
"아직 다 낫지도 않은 사람이... 어디 갔나 했더니 여기 있었네."
여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숙인 채 가만히 앉아 있었다.
미세하게 흔들리는 그녀의 어깨를 그는 말없이 안았다.
"가자... 집 가서 밥부터 먹자."
그리고 덧붙였다.
"내일 크리스마스잖아. 당신 좋아하는 케이크 촛불 불어야지."
참았던 눈물이 여자의 두 볼을 타고 내렸다.
한 손으로는 목도리를 꽉 움켜쥐고, 다른 한 손으로는 남자의 옷깃을 꼭 붙잡은 채.
두 사람은 손을 잡고 나란히 문을 나섰다.
사랑 때문에 현실을 견디기로 한 남자와 사랑 때문에 자신을 지우려 했던 여자.
서로 다른 선택을 했던 두 사람은 결국 같은 방향에서 다시 손을 잡았다.
오늘은 하루를 돌려주지 않았다. 나는 그들의 내일을 보았다.
거리에는 하얀 불빛들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했다. 빈 가지들을 채우며.
창가에 서서 그 불빛들을 바라보았다.
기억을 잃은 나는 돌아갈 하루가 없다.
하지만 찾고 싶은 불빛이 있다.
떠오르지 않는 당신이 너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