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

되, 물림

by 밤얼음

대문이 열렸다.

마당 자갈이 서로 부딪히며 소리를 냈다.

정자는 손에 남은 물기를 앞치마에 급히 문질렀다.

현관문이 열리자 바람이 먼저 밀려들었다.


바닥에 꽂힌 시선 끝에서 여자의 발이 멈춰 섰다.


낡은 운동화. 하얀 천 위에 남은 얼룩.

발끝이 안쪽으로 모였다.


정자는 한 박자 늦게 고개를 들었다.

앳된 얼굴.


"들어오렴."


갑례의 말에 여자가 한 걸음 안으로 들어섰다.

스치듯 지나쳐 멈춰 선 곳은 무룡 앞이었다.

여자의 볼에 옅은 기색이 돌았다.

무룡은 고개를 돌려 정자의 어깨를 한 번 감쌌다.


거실 한가운데 소파에 갑례가 앉았고, 그 옆에 부부가 나란히 앉았다.

여자는 그 앞에 섰다.


"금화라 했지."


갑례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스무 살이면 금방 들어서겠구나."


여자의 머리칼을 훑어 내렸다.


"아들만 낳으렴. 내가 다 해주마."


작은 방 문이 열려 있었다.

커튼이 미세하게 들썩였고, 침대 위 새 커버는 각이 살아 있었다.

정자는 문턱 앞에서 멈췄다.


"넌 어딜 들어가려 하니."


갑례의 말이 등을 눌렀다.


"정자 넌 점심 차려야지.

무룡이는 금화랑 인사 좀 나누렴."


식탁 위엔 어제의 수첩이 펼쳐져 있었다.

글자를 하나씩 내려갔다.

종이가 서서히 뿌옇게 번졌다.


정자의 손에서 음식이 올라갔고, 국 냄새가 찬 공기를 덮었다.


"넌 당분간 따로 먹어라."

"어머니, 정자가 이 집 식모입니까."


아무렇지 않게 젓가락을 들며 갑례가 말을 이었다.


"애 들어서기 전까진 안 된다.

안 좋은 기운은 밥상머리에도 섞이면 안 되는 법이야."


"대체 언제적 얘기를ㅡ"


"다 너 생각해서 하는 말이다."


그들이 일어난 자리에는 의자만 남아 있었다.

밀리지 않은 채로.


식은 밥과 남은 반찬.

정자는 한 숟갈을 크게 떠 입에 넣었다.


밤이 가까워지자 집 안이 분주해졌다.


계단에서 발소리가 났고, 말끔한 잠옷 차림의 그가 내려왔다.


"여보. 어머니 방에 들어가시면 바로 올라갈게. 걱정 말고 있어."


정자는 앞치마 끈만 만지작거렸다.


작은 방의 문이 열렸다.


하얀 원피스 자락이 먼저 문틈을 채웠고, 곧게 묶은 검은 머리가 뒤따랐다.

밝은 피부가 방 안의 빛을 받으며 드러났다.


금화는 무룡을 올려다보며 시선을 맞췄다.

짧은 침묵 끝에, 고개를 깊숙이 숙였다.


무룡은 정자를 향하던 시선을 거두고 몸을 돌렸다.


문이 닫혔다.


"넌 올라가서 기도나 하거라."


건너편에서 갑례의 방문도 닫혔다.


거실에는 정자만 남았다.


거실 불을 끄고, 부엌 불을 끄고, 현관문을 잠갔다.

쇠가 맞물리는 소리가 짧게 울렸다.

곧 집안이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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