눌어붙은 소금 한 알

되, 물림

by 밤얼음

밤이 깊어져서야 현관을 뜯겨 나갈 듯한 소리가 났다.


"이놈의 집이 아주 귀신집이 될 뻔했네!"


현관 불이 켜졌다.

갑례는 숨도 고르지 못한 채 서 있었고,

무룡과 금화는 황급히 들고 나온 큰 대야를 받쳐 들고 그 앞에 섰다.

대야 안에는 굵은소금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빨리! 빨리 뿌려!"


무룡이 대야를 기울였다.

굵은소금이 갑례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희끗한 머리칼 사이로 하얀 알갱이들이 파고들며, 바닥을 거칠게 두드렸다.

갑례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

이번엔 정자 쪽이었다.


"그걸로 되겠냐. 이리 줘봐라."


갑례가 대야를 낚아채듯 받아 들었다.

머리부터 소금이 쏟아졌다.


"훠이! 부정아, 물렀거라. 귀신아, 물러가라!"


반사적으로 눈을 감는 정자와, 미간이 찌푸려지는 금화였다.


"재수 옴 붙었으면 싹 끊어버려라!"


현관 바닥은 소금이 수북이 덮였다.

금화가 배를 감싸 쥔 채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머님, 옆집 무슨 일 있었어요?"


갑례가 신발을 벗었다.

움푹 눌린 자국을 따라, 알갱이들이 발끝에서 흩어졌다.


"연락 안 되길래 가봤더니, 진짜 죽었을 게 뭐냐."


현관을 들어오며 내뱉듯 말했다.


"남 걱정 하다가, 내 손자 잡아먹을 뻔했네!"

"말자 할머니 돌아가셨다고요?"


무룡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문도 잠겨 있어서 사람들 불러 모으고 아주 난리도 아니었다."


갑례가 소파에 털썩 앉았다.


"딸만 줄줄 낳으니 저 꼴이지."


한쪽 양말을 벗어던졌다.

뒤따라 들어온 정자의 발밑으로 떨어졌다.


다른 쪽도 벗었다.

발바닥에 소금이 들러붙었다.


"얘, 찬물 좀 다오."


정자는 양말을 집어 들었다.


싱크대를 채는 물소리 위로

시린 물이 손을 파고들었다.

손목이 가늘게 떨렸다.

컵에 물을 가득 담아 쟁반 위에 올렸다.


"어머님, 물이요."


갑례는 건네받은 물을 단숨에 들이켰다.


"그럼... 내일 다녀와야겠네요."


무룡의 말에 갑례가 고개를 홱 들었다.

정자가 들고 있는 쟁반 위로 컵이 부딪히는 소리가 울렸다.

금화가 배를 한 번 더 감쌌다.


"어디를 말이냐?"

"어디긴요, 상갓집이죠."

"귀한 손자 들어섰는데, 그런 데 가는 거 아니다."


말끝에 콧방귀가 섞였다.


"죽은 사람 발견해 줬으면 됐지."


집 안이 잠시 가라앉았다.

쟁반 위 컵이 미세하게 흔들렸다가 멈췄다.


"그래도 저희 집 어려울 때 도와주신 분인데..."


갑례의 손이 허공을 갈랐다.


"곧 애아빠 될 놈이 쓸데없는 오지랖은.

넌 우리 손자만 생각해."


무룡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 누가 태어날지도 모르는데...

자꾸 손자손자 하면 금화 부담돼요."


정자가 고개를 들었다.

무룡의 말투가 달라져 있었다.


"우리 집에 들어왔으면 당연히 아들을 낳아야지."


갑례의 시선이 금화를 찔렀다.


"딸 낳아서 같이 쫓겨날 거 아니면,

없던 고추도 만들어서 낳아야지."


금화의 손이 배 위에서 굳었다.

정자는 바닥에 남은 소금 자국을 바라봤다.

뒤엉킨 발자국들.


갑례가 천천히 일어나 베란다 문을 열었다.

오래된 유리문이 삐걱거렸다.

밤공기가 찬 바람을 타고 거실로 들이쳤다.


갑례의 발에 붙어 있던 알갱이 하나가 툭, 바닥으로 떨어졌다.


"사람 일은,

끝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게야."


그 말이, 집 안에 오래 남았다.

바닥에 눌어붙은 소금 한 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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